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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un 24. 2024

이번 주 웨이브 추천작 - <소란스럽게 밥>

이번 주 추천작은 웨이브에서 서비스 중인 일본드라마 <소란스럽게 밥>. 오카자키 마리의 동명 원작 만화를 드라마화한 것으로, 일본 TXN에서 2023년 4월 10일부터 5월 29일까지 방영된 8부작 짧은 호흡의 드라마다.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 정도 되는 늦은 시간대에 '드라마 프리미어 23' 섹션으로 방영되었는데, 거의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도 불구하고 제법 인기를 끌었다고. AKB48의 멤버였던 마에다 아츠코와 패션모델도 겸하는 나루미 리코, 연극계의 아이돌이기도 한 시오노 에이히사 등이 주연을 맡았다.


전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폭언을 듣고 일을 그만둔 치하루(마에다 아츠코),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지만 남자 때문에 항상 고배를 마시는 나카무라(나루미 리코), 연락두절이 다반사인 애인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에이지(시오노 에이히사). 세 남녀는 같은 미대 출신으로 서로 거의 교류 없이 지내다가 어느 날 동창의 자살을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된다. 다들 커다란 상처를 하나씩 짊어진 채 대화를 나누다가 우연히 함께 살자는 제안을 수락하게 되고, 매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서로의 고충을 나눈다. 


밥을 함께 먹는 장면은 더없이 편안하고 아늑해보이지만, 함께 공유하는 식탁을 벗어나면 각자의 고충과 절망에 빠진 인간 군상이 되어버리는 세 사람. <소란스럽게 밥>의 주인공들의 성격과 고민과 성향이 모두 제각각인데, 이 각자의 사연들이 종국에는 적절한 방향으로 맺음 되는 결말까지 가는 흐름이 자극적인 장면 없이 아주 유려하게 흘러 흥미롭게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소란스럽게 밥>은 '밥을 해먹는다'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두지 않고, 식사라는 단어를 단순한 발판으로 삼아 주인공 세 사람이 합쳐지고 멀어지고 또 좁혀지며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드라마다. '밥'과 관련된 힐링물의 탈을 쓰고 있지만 이성관계의 트라우마에 갇힌 여성, 제대로 고백하지 못하는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 혹은 비판점들이 드라마 내에 고르게 배치되어 있어 여러 가지 생각을 안겨준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식탁에 앉으면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일단 공유하고 싶어지는데, 그 감정을 아주 잘 캐치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보는 내내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밥을 함께 먹고 수다를 떨며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사랑스러운 드라마. 더불어 매 회차마다 편안하게 극을 감싸 안는 키린지의 주제곡 '네슬링'이 더 없이 잘 어울렸다. 

https://www.youtube.com/watch?v=53FB7UOn78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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