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스프링거 쇼: 파이트, 카메라, 액션>
이번 주 추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인 <제리 스프링거 쇼: 파이트, 카메라, 액션>. TV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토크쇼로 치부되고 있는 '제리 스프링거 쇼'를 조망하는 2부작의 다큐멘터리다. 무려 30년간 진행되었던 '제리 스프링거 쇼'는 비교적 최근인 2018년 정도에야 폐지되었는데, 이 쇼를 만든 사람들을 포함해 이 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몇 사람들이 출연한 인터뷰가 중간중간 이어지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쇼의 진행자인 제리 스프링거는 지난 2023년에 세상을 떴고 그를 제외한 많은 관계자들이 '이 쇼의 정당성' 혹은 '비윤리성'에 대해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은 상태로 논의를 나눈다.
<제리 스프링거 쇼: 파이트, 카메라, 액션>는 시작부터 충격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 말과 사랑에 빠진 남자, 평생 기저귀를 차고 지내는 남자, 한 남자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모녀, 백인인종차별주의자 그룹과 유태인 그룹의 패싸움 등등. 이 토크쇼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모두 서로에게 갈등을 빚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는 부류의 집합이다. 바람의 바람의 바람을 피우는 일 정도는 흔하고 쇼 중간에 참여자들끼리 맞붙어 주먹다짐을 벌이는 정도도 흔한 편이다. 그렇다. 문제는 바로 이거다. 이 쇼가 밀고 나가려는, 다시 말해 '제리 스프링거 쇼'를 오프라 윈프리를 뛰어넘어 토크쇼 시청률 1위를 만든 이유. 쇼에 나와서 물어뜯고 싸우고, 상대방 몰래 바람을 피우거나 불륜을 저질렀음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로 '흔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제리 스프링거 쇼: 파이트, 카메라, 액션>은 시청률, 그리고 시청률과 함께 딸려오는 돈을 위해 방송과 방송국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흔하지 않은 걸 흔하게 만들고, 둔감하게 반응하지 말아야 할 사안들을 둔감화하며 더 큰 자극과 더 센 논란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어떤 속성. 그 속성을 100% 이상으로 이용한 쇼가 '제리 스프링거 쇼'다. 그러니까 이 쇼는 애초에 방송으로 지켜야 할 어떤 선을 훌쩍 넘어선 채 성장했으며 동시에 문화적 타락의 한계를 돌파해 현재까지 일정 부분 이어지고 있는 방송 윤리의 타락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제리 스프링거 쇼'로 촉발된 살인 사건과 강력 범죄에 대한 사례도 <제리 스프링거 쇼: 파이트, 카메라, 액션> 내에서 등장한다. 상황이 이렇게 될 정도로 참여자들을 극한으로 몰고 간 원인은 사회자인 제리 스프링거와 제리 스프링거 쇼를 만든 PD들이다. 다큐멘터리는 쇼의 제작진의 목소리도 빼놓지 않고 공유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주목할 점은 쇼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도 여전히 책임을 부인하거나 회피하며 책임의 대부분을 시청자에게 돌리는 모습이다. PD들이 이 영상을 보는 당신들도 동조하지 않았냐며 말을 할 때, 미디어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윤리와, 삐뚤어진 미디어를 보며 올바른 생각을 해야만 하는 시청자들의 윤리에 관해 생각한다. 어떤 것이 '옳다'는 것은 분명 알고 있지만, 그 판단까지 제대로 도달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제리 스프링거 쇼: 파이트, 카메라, 액션>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현재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토크쇼의 원판이 되었다 할 수 있는 이 악명 높은 쇼가 촉발한 비윤리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현재의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판단하고 방어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