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얼마 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사이렌이 노래할 때>. <사이렌이 노래할 때>는 몰리 스미스 메츨러의 '엘레메노 피'라는 희곡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로, 공개 직후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급부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마고 로비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줄리앤 무어가 주연을 맡는다는 정보 때문에 일찌감치 화제가 되었고, 넷플릭스 공개 후에 줄리앤 무어 뿐만 아니라 다른 주조연인 메건 파히, 밀리 알콕 등의 배우들을 단번에 주목하게 만든 수작이다. 10부작, 12부작을 넘나드는 여타의 넷플릭스 시리즈와 달리 단 5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어 극의 진행이 무척 빠르고 간결하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코미디 장르를 잘 훑어내며 극의 주제를 완벽하게 드러낸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사이렌이 노래할 때>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채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자매 데본(메건 파히)과 시몬(밀리 알콕), 그리고 시몬을 완전히 옭아매고 있는 억만장자인 피터의 부인 미카엘라(줄리앤 무어) 세 명의 여성이 예기치 않게 얽히는 이야기를 골자로 한다. 미카엘라와 시몬이 거주하는 초호화 주택 부지와 별장이 위치한 섬에서, 잊고 있던 데본과 시몬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동시에, 정말로 '제정신인 사람이 하나도 없는' 인물의 군상들이 이어진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퇴장하지만 그들 모두가 아주 역동적이고 입체적이며 각기 원하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튀어나간다는 점이 바로 <사이렌이 노래할 때>의 가장 큰 장점이다. 철저하게 이분화된 계급 사회와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알고 있는 가족이라는 존재, 선과 악의 명확한 기준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파민'을 가득 채워줄 수 있는 요소가 충만하다.
<사이렌이 노래할 때>는 블랙코미디 장르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이 드라마는 어떤 장르 하나로 국한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색조를 보여주고 있다. 기괴하고 섬뜩하며 동시에 묘한 안도감, 혹은 보는 자로 하여금 이상한 자기혐오에 빠지게 만드는 드라마는 흔치 않다. 넷플릭스가 아니라면 어디서도 볼 수 없을 정말로 이상하고, 그래서 더욱더 매료되는 작품. 가해자가 피해자로,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교묘한 지점, 말하자면 이분법으로 결코 논할 수 없는 회색 지대를 아주 선명하고 신랄하게 풍자해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