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없습니다.
넷플릭스에는 가끔 영화보다 더 흥미롭거나 드라마보다 더 경악스러운 실제 범죄 사건 다큐멘터리가 올라온다. '이게 사실인가?' 싶은 생각으로부터 시작해 '이게 정말로 사실이란 말이야?'로 마무리되는 기상천외한 실화 사건 다큐멘터리는 종종 꽤 큰 흥미를 유발한다. 경악스러운 사건이나 연쇄살인 등을 소재로 하는 다큐멘터리들 사이에서 <의문의 발신자: 고등학교 캣피싱 사건>은 단연 빛을 발한다. 조금의 대역도 없이 사건 당사자들이 직접 나와서 지난 사건에 대해 토로하는 아주 독특한 방식의 다큐멘터리다.
'캣피쉬'는 물고기의 종류 등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영어권에서는 주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 앱에 가짜 프로필 사진을 걸어두고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사람을 뜻하는 속어다. '캣피싱 범죄'가 현대의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의문의 발신자: 고등학교 캣피싱 사건>도 이런 캣피싱 범죄를 소재로 한다. 13살의 평범한 소녀인 로린에게 알 수 없는 번호로 악의적이고 인신공격적인 메시지들이 전달되기 시작하는데, 이건 주로 로린이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 오웬과 헤어지라는 내용들이었다. 처음에 로린은 같은 반이나 같은 학교의 누군가가 오웬과 로린 사이를 질투해서 보냈을 것이라고 가볍게 넘기지만, 이 메시지는 하루에 수십 번씩 로린에게 발송되며 더 폭력적으로 진화한다.
<의문의 발신자: 고등학교 캣피싱 사건>은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는 캣피싱 사건과,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어른들, 그리고 용의자로 떠오른 몇몇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스무드하게 전개된다. 로린과 오웬을 괴롭힌 많은 용의자가 차례로 소개되고 심문을 받으며, 각자의 이야기를 건넨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은 전형적인 스릴러 장르의 구성을 따르며, 그 덕분에 몰입도가 상당하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놀랄만한 반전이 있는데, 그 반전 때문에 후반부 또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것이 실제 사건이 아니라 영화였다면 차라리 나았을까, 안타깝게도 이건 실화다.
넷플릭스의 많은 범죄 다큐멘터리들이 종종 범하고 있는 어떤 문제-이를테면 피해자는 충분히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거나 어느 정도 지워내고 참여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일말의 윤리에 여전히 의문을 품는다. <의문의 발신자: 고등학교 캣피싱 사건>의 사건 자체도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지만, 어쩌면 이런 실화를 소개하는 행위를 통해 충격과 공포를 뒤집어쓰는 행위는 현대를 살면서 필수의 요소가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절대 아무것도 검색하지 말고 그냥 보시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