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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나는 생존자다>

by 강민영

이번 주 추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인 <나는 생존자다>. <나는 생존자다>는 작년 넷플릭스를 강타했던 <나는 신이다> 제작진의 후속작으로, 돈과 권력 앞에서 희생된 대한민국 최악의 사건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목소리를 정면으로 담아낸 시리즈다. 그리고 이 모든 비극이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 자못 충격적이었기에 몇몇 기사로 보도된 적도 있다. <나는 신이다>에 이어 <나는 생존자> 또한 공개 되기도 전에 가해자 당사자들로부터 가처분 신청을 받거나 고소를 당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 또한 본편에 자세히 실려 있다.


<나는 생존자다>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묻혀가던 오래된 비극, 혹은 아직 끝나지 않은 고통의 현장에 카메라를 고정한다. '부랑아'라는 이름으로 납치되어 강제노역과 학대를 당했던 '형제복지원' 생존자들, 희대의 살인집단 '지존파'의 표적이 되었던 사람들, 그리고 부실공사의 결과로 하루아침에 무너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생존자들과 그 유명한 'JMS' 사건, 사이비교주 정명석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 사건들의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사라지지 않았으며, 가족과 연을 끊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다. 잊을 수 없는 참혹한 사건들의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고민에 빠진 제작진과 용기를 낸 생존자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인터뷰의 시작이 바로 이 시리즈의 첫 단추이기도 하다.


<나는 생존자다>는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조금 긴 호흡의 다큐멘터리다. 진실을 찾기 위해, 그리고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단계는 자못 진지하고 차분하며 영리하다. 전 시리즈인 <나는 신이다>가 충격적인 폭로에 집중했다면, <나는 생존자다>는 사건 이후의 회복과 치유에 무게를 두며, 생존자들의 삶에 좀더 집중한다. 다큐멘터리 내에는 실제 생존자들의 담담한 증언과 함께 당시 사건을 둘러싼 사회 구조적인 문제, 공권력의 부재 등이 차분하게 담겨져 있다. 이 모든 비극의 이면에 가리워져 있는 돈과 권력의 논리를 하나씩 파헤쳐내며, 피해자는 달랐지만 범인은 늘 같았다는 섬뜩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나는 생존자다>는 단순한 사건 고발을 넘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우리 사회의 구조적 폐해를 짚어낸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것이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당수의 가해자들이 아직도 버젓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며, 생존자들은 평생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한국의 아픈 역사를 되짚고, 이로부터 무엇을 바꿔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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