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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은중과 상연>

by 강민영

이번 주 추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은중과 상연>. 아마 올해 가장 집중해서 봤던 한국드라마이자, 유독 소설의 결과 닮아있다 생각되는 인상적인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김고은과 박지현이 주연을 맡은 15부작의 드라마로, <아내가 결혼했다>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을 집필한 송혜진 작가가 각본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랑의 이해> 등을 연출한 조영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기본적인 정보 없이 드라마를 볼 때는 묘하게 아주 즐겁게 봤던 드라마 <사랑의 이해>와 여러 부분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걸 정주행을 마친 후에 알게 되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은중과 상연>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두 여자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의 인연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어 40대가 될 때까지 아주 지독하게 얽히고설킨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가 갑자기 나쁜 방향으로,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연락 없이 지내다가 돌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마주치게 되는 기묘한 인연들이다. 서로를 지독히 질투하고 연민하고 동정하는 이들의 관계를 축약하는 건 초등학생 은중이 상연의 아파트에 방문했을 때 붙인 포스트잇의 문장 '너는 참 좋겠다'라고 할 수 있다. 은중이 잘 사는 상연을 부러워하는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붙이게 된 이 문장은 이후 30년이 넘도록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이들의 관계성을 보여준다.


모든 걸 다 가진 상연,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지지를 받는 은중. 두 사람은 서로의 일생에서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과 연인의 모습으로 자리한다. 다른 누군가로 대체될 수 없는 진득한 고유성을 가진 무언가로 은중과 상연은 서로에게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두 (이성애자)여성이 지지고 볶는 이야기를 그린 <은중과 상연>은 분명 장르적인 재미나 긴박감, 사건의 특수성과는 거리가 먼 작품일 테다. 때문에 성공 가도를 달려온 여타의 드라마와는 다분히 다른 작법이며, 일반적인 흥행 공식과도 매우 동떨어져있다. 말하자면 특별한 사건사고보다는 큰 줄기를 이루는 두 인물의 관계에 완전히 집중하고 집약한 드라마인 셈이다. 불완전한 관계 혹은 시소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치우쳤다 다시 돌아오는 관계 사이에서 돌연 나타나고 발현되는 진심, 그 진심에 대한 이야기가 결국 <은중과 상연>을 이루는 골자가 아닐까 싶다.


둘 다 이해되고 둘 다 이해되지 않는 기묘한 감정을 <은중과 상연>을 보면서 꽤 많이 느꼈다. 은중이 상연이 될 수도 있고 상연이 은중이 될 수도 있는 이상한 줄타기 속에서, 각자의 시기와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광범위한 모습이 보였다고 해야 할까. 일말의 서스펜스 없이도 이렇게 끝까지 극을 끌고 갈 수 있는 '생활형 드라마'는 정말 몇 되지 않는다. 가을마다 꺼내서 보고 싶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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