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밸류>와 <폭풍의 언덕>

by 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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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동안 <센티멘탈 밸류>와 <폭풍의 언덕>을 보았다. <센티멘탈 밸류>는 '예술'과 '집' 그리고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영화였다. 아요아킴 트리에의 영화가 그래왔듯, 현대의 고민이 눅진히 묻어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초반까지는 그랬다. 이 영화가 자신의 가족에 대한 애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그 사이에 위치한 예술이라는 대상을 비추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실 기존 요아킴 트리에의 영화에서 보여주는 장점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그러니까 '현대의' 영화가 맞기는 하지만 <센티멘탈 밸류>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연기 때문이었을까? 혹은 이 영화를 관통하면서 유일하게 살아남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예술'이라는 것 때문에 그런 걸까? '언니를 위한 대본이야', '너무 좋은 작품이야'라고 말하는 부분과 그 이후에 이어지는 대사들이 가장 기억에 남을 듯하다. <추락의 해부> 이후 오랜만에 대본을 보고 싶은 영화였다.


이 영화가 대단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많은 생각이 들어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을 계속 놓아둘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좀 특이한 영화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영화가 조금 생각났다. 집과 가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이 영화 곳곳에 녹아있지만 결국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자꾸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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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은 마고 로비나 제이콥 엘로디보다는 히스클리프의 아역인 오언 쿠퍼를 보기 위해 선택한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가 없었고, 없던 기대만큼이나 다소 밋밋했다. 기존의 <폭풍의 언덕> 서사를 완벽히 따라가는 것도 아니며, 전혀 다른 상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물론 즐거운 순간들은 있었다. <브리저튼>의 미장센을 볼 때의 즐거움은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차라리 이 영화가 19금을 걸고 조금 더 끈적하고 파격적인 장면들을 넣어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마고 로비의 연기와 제이콥 엘로디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아역인 오언 쿠퍼와 샬럿 멜링턴의 연기가 돋보였다. 그건 아마 성인 이전의 서사가 성인 이후의 서사보다 더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는 느낌이 들어서일 테다. 조금 더 웹소설 버전으로, 그러니까 이 영화가 홍보하는 대로 '도파민 터지는' 버전으로 편집되었거나 각색되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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