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자오의 <햄넷>

by 강민영

<햄넷>을 보고 난 직후에 돌아와 몇 자를 남겨두고 싶다. 결국엔 상실과 극복에 관한 이야기지만, 상실의 대상이 주가 되는 영화는 아니고 그 상실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니까 가족의 관계, 혹은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의 관계성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감싸고 있는 공기와 시간, 그리고 추억 같은 것을 공 구르듯 굴려 하나의 어떤 이미지로 만들어내 그것을 토대로 슬픔을 극복하는 방식 말이다. 말하자면 이곳에서 예술은 주술의 방식으로 작용하고, 치유로의 예술에 대해 묘사한다. <햄넷>은 극장에서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 감정을 선사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감정적으로 아름답고 뛰어난 영화에 몰입하는 그 순간이 주는 파급력이 있다. 이런 영화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제시 버클리의 연기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유려한 영화이기 때문에 초중반의 몇 가지 지점들, 그러니까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애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어떤 부분들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사실 이런 의도된 장면들과 플롯들, 그러니까 '뻔하다 생각되는' 지점들을 지나 이를테면 3막인 마지막에 다다라서 변화하는 극의 성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앞에서 쌓아놓은 게 있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완전히 압도되었다. <햄넷>은 이런 영화가 왜 필요한가 그 존재 자체를 스스로 증명하는 영화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예술의 존재 가치에 대해 논하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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