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요시의 신작 <차임>은 압도적이다. 기요시의 모든 영화를 통틀어 <차임>이 가장 좋았는데, 그 이유는 짧은 러닝 타임에 비해 '공포'라는 장르를 완벽하게 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큐어>나 <회로>의 가장 공포스럽고 음습한 정수를 꺼내와 집대성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며칠째 이 영화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기요시의 모든 것이 녹아져 있다. 게다가 이렇게 사운드 디자인으로 극대화된 '감정'을 표현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나? <차임> 후반부의 한 장면은 그가 호러적인 감각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음을 대변해준다고 생각한다. '공포'를 직접적으로 직면하지 않아도 그 장소와 사람들 자체가 공포가 되는 영화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차임>을 그것을 해낸 영화다.
<차임>은 '전염'에 대한 이야기지만 직접적인 전염이 아니라 산재되어있던 내면의 발화가 타인으로부터 이루어지는 상징적인 전염의 묘사가 아닐까 한다. 이건 기요시의 초기작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완벽하게 드러나지 않고 아주 기분 나쁘게 찾아오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전염에 대해 줄곧 이야기해왔고 <차임>은 그 흐름의 응축이다. 이미 전염되었거나 전염해오고 있는 대상으로부터 완벽하게 무력해지는 인간의 모습이 잘 드러나있다. 무력한 인간, 그속에서 드러나는 기이한 행동들은 이미 기요시의 단골 메뉴기도 하다. 다만 전작들보다 좀 더 잔인하고, '공포'의 시각화 수위가 높게 설정되어있다.
여전히 기억나는 것은 다른 그 어떤 것보다 가족의 식사 장면. 원래 기요시가 식사 장면 기괴하게 찍기는 세계 1등인 것 같은데 이 장면은 정말이지 그 화면에서 빨리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감상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어서 함께 붙어있는 대담 장면은 보지 않고 나왔다. 본편 45분에 대담 35분을 붙여 정가에 판매하는 건 좀 너무하지 싶으면서도 이렇게 해서 러닝타임 맞추기를 해야 이 영화가 개봉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아무튼 꼭 보세요 제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