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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Dec 30. 2018

<엘 시크레토:비밀의 눈동자>(2009)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는 복합장르로 이루어진 평범한 드라마다. 이 영화는 하나의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은 당시 사건을 맡았던 형사인 벤자민(리카도 다린)이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면서 플래시백 되어 나타난다. 딱히 독특할 것 없는 스토리지만 25년 간극을 연기해낸 감쪽같은 연기와 벤자민뿐 아니라 살인사건을 기억하는 몇몇의 중심인물들이 이를 기억해내면서 하지 못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하나둘씩 꺼내놓는 장면들의 섬세하게 연출되었다. <엘 시크레토>에서 '살인 사건'은 인물들을 묶어내는 소재인 동시에 살인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삶 전후를 명확하게 대비시킨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시크릿', 즉 '비밀'의 전말은 모두 영화의 후반부에 밀집되어 있다. 하지만 벤자민의 회고 소설이 완성되어 갈수록 그리고 벤자민이 사랑했던 상사 이레네(솔레다드 빌라밀)가 25년 전의 원망을 꺼내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는 살인사건의 인과관계 혹은 복수를 따지는 이야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벤자민과 이레네가 알지 못했거나 도망쳐버렸던 '타인의 삶'은 영화 말미에 충격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엘 시크레토>는 과거에 대한 인물들의 기억과 진실이라는 소재를 자극적인 편집의 플래시백으로 낭비하지 않는다. 로맨스와 스릴러 두 장르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나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치는 경향도 없이 담담하다. 연출, 각본, 연기 어느 하나 서투름이 없는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   


<엘 시크레토>는 대부분 픽스 상태로 촬영된 안정적인 시퀀스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딱 한 번 카메라의 '워킹' 자체가 저돌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이 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회자되었던  '경기장 시퀀스'가 그것이다. 경기장을 크게 잡는 부감 샷으로 시작해 크레인 카메라를 거쳐 스테디캠으로 전환되는 이 롱테이크 씬은 영화의 전반과 후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장면으로, 처음 <엘 시크레토>를 보았을 때 사건의 일차적인 해결이 일어난다는 설정 때문에 인터미션 타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부분이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범인의 모습을 포착해내고 그를 뒤쫓아 범인이 검거될 때까지의 장면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이 시퀀스는, 카메라의 흔들림을 적절하게 이용해 마치 컷이 나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교묘한 롱테이크다. 두 형사가 범인을 단독으로 쫓는 장면들 외에 부감 샷에서 크레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의 군중들과 축구 장면은 모두 CG로 처리되었는데, 그 제작 과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래는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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