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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Dec 31. 2018

<스모크>(1995)


담배 연기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영화 <스모크>는 다섯 가지 플롯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모크>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핸디캡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것을 보여주기보다 불완전함과 불안함, 시련 등의 아픔들이 쉽게 드러나는 일상들을 나열한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어져 있는 각 인물들과 각각의 에피소드는 여유롭게 반복되는 <스모크>의 장소들에 녹아 삶의 더운 기운을 느끼게 만든다.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찍는 오기의 사진처럼 공허하지만 따듯하다. 


 <스모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폴에게 약속한 오기의 에피소드다. 별다른 설명 없이 장면들의 점핑 만으로 간략하게 보이는 오기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폴은 '지어낸 것이 아니냐'며 의심한다. 오기가 자신의 카메라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지어낸 것 일 수도 있지만 사실 오기 이야기의 진실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의 진위를 떠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이야기 자체를 나누는 폴과 오기의 클로즈업 씬은, 그들이 진정한 친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음은 <스모크>의 원작 소설, 폴 오스터의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마지막 구절이다. 


"자, 자네가 원하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얻었지?" 

"그래 그런 거 같아." 폴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젠장, 자넨 재주가 좋군, 오기. 좋은 이야기를 만들려면 앞뒤가 맞아야 하는데. 자네는 대가의 경지에 올랐군." 

"무슨 소리야?" 

"내 말은... 좋은 이야기라는 뜻이지."

 "제길, 비밀을 함께 나눌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친구사이겠어?" 

"맞아. 인생의 가치가 없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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