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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r 07. 2019

<싸이코>(1960)


<싸이코>에서 마리온(자넷 리)이 돈을 가지고 도주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 중 점차적인 클로즈업이 이루어지는 바로 이 장면은 내게 여전히 가장 인상 깊게 자리하고 있다. 마리온은 직장 상사의 돈을 훔쳐 장거리 운전을 하다가 지역 관할 경찰에게 의심을 사게 된다.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마리온을 바라보던 경찰에게서 벗어난 마리온은 도로를 질주하며 여러 가지 망상에 사로잡힌다. 마리온의 망상은 경찰과 자동차 판매원의 대화, 회사 상사와 직장 동료의 대화, 마리온을 의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변환되어 마리온을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몰아간다. 이 장면에서 히치콕은 낮에서 밤으로, 밝음에서 어둠으로 바뀌는 시간 순서를 따라 마리온을 클로즈업한다. 고속도로의 마리온이 우연히 노먼(앤서니 퍼킨스)이 운영하는 베이츠 모텔을 찾기 직전까지 이 장면을 지배하는 버나드 허먼의 서늘한 음악 또한 긴장감을 한 층 상승시킨다. '강박'이란 무엇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싸이코>의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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