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토세공항

by 강민영

출국 직전에 공항에 무언가를 두고 나오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공항에서 보딩 시간을 기다리며 간단히 산책하듯 무언가를 샀다가 정신이 팔려서 기억나지도 않는 어딘가에 그것을 놔두고 왔다. 비행하는 내내 골똘히 생각해봤으나 어느틈에 그 물건이 내게서 빠져나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차피 내 몸은 동해 언저리를 지나 한국을 향해 가고 있었고 다시 출발한 공항에 가서 그걸 찾아보기란 말도 안 되는 것이었으나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2만원 언저리의 생필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 물건 때문에 말이다.


수중에 없다는 생각이 들자 그것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이 더 간절해지고,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내 자신의 부주의에 대한 실망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뭐든 해야만 했다. 그 물건의 가치를 2만원에서 1000원 정도로 깎아내리다가, 결국 내가 지금까지 '공짜로' 받은 수없이 많은 물건들의 고마움에 대해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스스로도 의아했지만, 여하튼 그 생각을 하고 나니 조금씩 진정이 되었다. 그 물건이 다른 곳에서도 그렇게 쓰일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그게 타인에게 유용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점차적으로 별 생각이 들지 않게 되어버렸다. 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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