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외주화

by 단뎅

연락을 이어가던 남자와 대화를 하다가 이해 안되는 문장이 나온다.

나는 곧장 그걸 캡쳐해서 챗지피티에게 묻는다.


“이게 무슨 뜻이야?”


챗지피티는 문맥을 분석해 상대의 의도를 해석해준다.

그럴듯하다.

아하. 나는 오늘도 챗지피티를 통해 사람을 이해한다.


“너라면 뭐라고 대답할거같아?”


챗지피티가 상황에 맞는 적당한 대답을 추천해준다.

그럴듯하다.

아하. 이렇게 말하면 되겠구나.


요즘 내 연애는 이렇다.

감정이 터지기 전에 분석하고, 다치기 전에 조언을 받는다.

그 조언자는 인간 친구가 아닌 인공지능.


친구에게 매번 조언을 받기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부담이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챗지피티는 논리적인 해석과 함께 때로는 따뜻한 위로까지 건넨다.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농담처럼 말한 적 있다.

“내가 챗지피티에게 답변을 추천받아 말하고

상대방도 그렇게 한다면

결국 내 챗지피티랑 상대방의 챗지피티가 연애하는거 아니야? 하하”


웃으며 던진 말이었지만, 진심 섞인 의문이 남는다.

AI와 나, 누구의 선택으로 사랑이 진행되고 있는거지?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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