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과 거실에는 인형이 한가득 쌓여있다. 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인형뽑기 기계가 등장한 순간부터 나는 도파민의 늪에 빠져 아이들을 데려왔다. 큰 인형정리함을 샀지만 금세 넘쳐 기부까지 했었는데, 그럼에도 또 쌓이고 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인형이 놓여 있다. 이제 그 인형들은 단순히 귀엽다기보다, 나의 도파민 중독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필요하지 않은데도 계속 늘어가는 것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만든 풍경 속에서 나는 매일을 보낸다.
인형을 뽑을 때의 도파민은 언제나 짜릿했다. 집게가 인형을 집을 때의 두근거림, 입구에 내려놓을 때의 작은 기쁨. 그 순간만큼은 공허가 매워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 기분은 오래 가지 않는다. 새로운 인형이 들어올 때마다 잠시 들뜨고, 곧 익숙해지고, 또 다른 공허가 찾아왔다.
가끔은 방 안에 늘어선 인형들을 바라보며 불편함을 느낀다. 자책이 밀려온다.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인형이 많아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더 선명해진다. 내가 숨기려 했던 불안이 오히려 증폭되어 눈앞에 줄지어 서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쉽게 버릴 수는 없다. 인형 하나하나가 그때의 나를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떤 인형은 유난히 우울했던 날 충동적으로 뽑은 것이고, 어떤 인형은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즐겼던 작은 선물이기도 했다. 그 시절의 나를 품고 있는 물건들이라 함부로 내치기가 어렵다.
이건 단순한 취향일까, 아니면 내 불안일까. 알 수 없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건, 이 인형 더미 속에는 나의 진심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귀여움과 공허, 위로와 자책이 모두 섞인 채로, 나를 나답게 만들어온 기록처럼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