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빛 꼬리를 쫓는 밤
검정색 자켓에 빛나는 가죽부츠.
으르렁거리는 나의 오토바이 배기음.
시원하게 따지는 탄산음료의 효과음.
호랑이의 마인드를 가진 나는,
"미야-옹"
맞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고양이다.
내 이름은 미야옹슨.
고양이계의 전설적인 라이더다.
나의 목표는 단 하나.
한 번 마시면 아홉 번째 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설의 탄산음료.
그 음료는 단 한 모금만으로도 혀끝이 번쩍하고 눈빛이 레이저처럼 빛난다고 했다.
제로 슈가 열풍에 밍밍해진 세상 속에서 나는 결심했다.
전설의 진짜 탄산을 찾아 나서기로.
그 음료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전설의 탄산음료를 마셔봤다는 소문이 있다는 고양이, 할모냥.
그녀를 찾아가야 한다.
나는 뒷동네 냥이들을 통해 수소문 끝에 할모냥이 산다는 절벽 끝의 거처를 알아냈다.
그 곳은 도시의 불빛이 닿지 않는 곳, 나는 으르렁거리는 엔진 소리로 멋짐을 한껏 뽐내며 밤도시를 가로질렀다.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단, 신호등만 빼고.
절벽 끝, 낡은 등나무 의자에 은빛 털의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한 손엔 오래된 음료 캔을, 다른 손엔 반쯤 닳은 캔따개를 쥐고 있었다.
"전설의 탄산을 찾는 아가냐?"
쉰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왔다.
나는 헬멧을 벗으며 말했다.
"그걸 마신 고양이가 있다면, 바로 당신일거라 들었습니다."
할모냥은 코웃음을 쳤다.
"그래. 한 모금 마셔봤지. 혀끝이 번쩍하고 눈이 반짝했어!"
할모냥은 자랑스럽게 턱을 치켜들었다.
"진짜 탄산을 찾고 싶다면, 그놈을 찾아라. 냥달프. 그녀석은 마지막으로 그 음료를 통째로 훔쳐 달아났지"
나는 그 순간 헬멧을 고쳐 쓰며 물었다.
"그게 언제 일입니까?"
"한.. 다섯 번째 생쯤이었나?"
할모냥은 도통 기억이 안난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단 하나는 확실하단다. 그 놈의 꼬리 끝은 언제나 콜라빛으로 빛난다는 거."
나는 시동을 걸었다.
"좋아요. 콜라빛 꼬리를 찾으면 되겠군요"
도시의 네온이 물든 골목 사이, 내 오토바이의 엔진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콜라빛 꼬리라고.. 그게 얼마나 반짝이는 건지 두고 보자고."
나는 시동을 걸며 헬멧을 눌러썼다.
할모냥이 말한 대로라면 그 꼬리는 밤에도 눈에 띌 만큼 빛난다 했다.
그리고 정말로 맞은편 골목 어둠 속에서 번쩍, 갈색 거품빛 꼬리가 스쳐 지나갔다.
"잡았다."
타이어가 바닥을 긁으며 불꽃을 튀겼다. 흙먼지가 일었다. 그 꼬리는 전봇대를 뛰어넘고 담벼락을 타고 벽포스터들을 찢으며 달아났다.
"멈춰! 나랑 한 캔만 하자고!"
나는 오토바이를 급히 꺾어 좁은 골목으로 진입했다. 스로틀을 끝까지 당겼다.
골목 끝 붉은 네온 불빛 아래 그 꼬리가 멈췄다. 콜라빛이 흔들리며 사라질 듯 번쩍였고 나는 그 자리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잡았다..!"
내가 숨을 고르는 사이 그 그림자가 천천히 돌아섰다.
"또 왔군, 미야옹슨."
나는 순간 귀가 쫑긋 섰다.
"뭐라고요? 또라니요?"
그 고양이는 낡은 캔따개를 지팡이처럼 짚고 있었다. 털은 반쯤 탄 것 같았고 눈빛은 오래된 스파클처럼 흔들렸다.
"난 널 안다. 지난 생에도 그전 생에도.. 넌 늘 진짜 탄산을 쫓고 있었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냥달프는 느릿하게 캔을 들어올렸다. 빛바랜 라벨이 달빛에 반짝였다.
"이 캔을 봐라. 너는 이걸 벌써 여덟 번이나 마셨다."
"네..?"
나는 얼떨떨해 한 발 물러섰다.
"매번 말했지. 진짜 톡 쏘는건 네 혀가 아니라 네 마음이라고."
기포는 사라졌고 냥달프도 연기처럼 흩어졌다. 그 자리에 남은 건 낡은 캔 하나뿐이었다. 나는 그 캔을 들어 조용히 바라봤다. 겉은 낡고 녹슬었지만 안에서 희미하게 탄산 기포가 '슉슉-'하고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요. 전생이고 뭐고 마셔봅시다."
나는 뚜껑을 따며 중얼거렸다.
칙-
순간 세상이 잠깐 멈춘 듯 고요해졌다. 혀끝이 번쩍하고 눈앞이 하얗게 빛났다.
나는 눈을 떴다.
검정색 자켓에 빛나는 가죽부츠.
으르렁거리는 나의 오토바이 배기음.
시원하게 따지는 탄산음료의 효과음.
호랑이의 마인드를 가진 나는,
"미야-옹"
맞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고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