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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Apr 16. 2023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고통은 셀프다

고통은 셀프다. 


남의 좋지 않은 말로 상처를 받건, 어쩔 수 없이 놓인 상황으로 인해 상처를 받건 결국 고통은 셀프다. 씁쓸한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가 알고 보니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면?, 함께 믿고 일하던 동업자가 사기치고 돈을 날랐다면?  나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준 사람, 그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아픈데 고통이 셀프라고?


3년 전 내 경험으로 돌아가본다. 20대에 나는 어설프게도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어안이 벙벙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무너지는 거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가족들이 던진 쓰디쓴 말과 달라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멍청하게 사느냐. 집 나가라는" 등등. 정작 방법을 찾는 건 나인데 가장 가까운 가족은 감정적으로 나를 더 내쳤다. 그래서 나는 그때 빨리 집으로부터 독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이걸 풀어나가는 건 오직 나에게 달렸었다. 앞으로도 과거의 기억으로 고통받고 살 것이냐. 씁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이나 먹으며 잊고 잘 것이냐. 아니면 내가 잃은 걸 회복하기 위해 뭐라도 방법을 찾아서 살 것이냐. 앞으로의 기분과 나날은 나에게 달렸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남이 뭐라 하건, 가족이 매번 그 과거 일을 들쳐서 화를 내던, 나는 내할일을 묵묵하게 했다. 그리고 1년에 뒤에는 작은 집으로 독립을 했고, 회사에서는 승진을 했고, 부업으로 그때 그 사건으로 딱 잃은 돈만큼 벌었다. 결과로 보여주면 그때서는 예전 같은 말을 못 한다.


그래서 인가, 나는 아무리,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주변에서 엿같은 일을 당했던, 힘들다고 말해도 결국 고통받는 것은 셀프라고 생각한다. 아파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그 이후에 나날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랐으니까. 고통을 받으며 살지 아닐지는 나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고통받지 않겠다고 선택하더라도 순간순간 찾아오는 괴로움을 떨쳐내기란 쉽지가 않다. 불가능하단걸 알면서도 과거로 돌아가 선택을 되돌리고 싶고, 과거의 내 잘못이 기억나 잠이 오지 않는 나날이 있다. 괴로움을 기억하도록 진화한 건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라고 한들 마음속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다. 


그래서 그 이후에 내 삶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남이 뭐라고 하던,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질책하던, 온전히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집중해야 한다. 새로운 일을 할때마다 나에게도 주변의 흔들림이 있었다. 내가 글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공부 안 하고 싶어서 글 쓴다고 생각했다. 


부업으로 조금씩 돈이 들어올 때도 사람들은 반신반의로 얼마나 가겠냐고 나를 바라봤다. 그 말을 온전히 받고 넘기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말로 해서 되받아쳐서 감정을 소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그렇게 해봤자 결과가 나오기전까지 사람들에게 그 말은 안통한다.


그래서 일부로 사람을 멀리했다. 그 말이 틀릴지 맞을지 증명하는 것도 또한 나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가 나오면 알아서 사람들은 인정해준다.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이라면 과거에 본인이 했던 말을 미안해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과거의 본인의 말을 변명할 것이다.


큰 일일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열매를 맺는데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 그 결과를 아는 것도, 만드는 것도 오직 본인에게 달려있다. 그 중심을 잃고 섣부르게 열매를 따려고 하거나 다른 열매로 대체하면 그 걸로 손해 보는 것은 오직 본인밖에 없다. 그러니 끊임없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내 삶의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고통은 셀프다. 그러니 지금 놓인 일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기를 바란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잃지 않길 바란다. 주변사람이 나에 대해 아는 건 나의 일부분일 뿐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여야 한다. 그렇게 좀 더 정신이 단단해지는 나와 네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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