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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Jul 07. 2020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나요

삶과 죽음, 그리고 시간에 대해

#시간 참 빠르다


요즘 직장동료나 오랜 친구들을 만나면 꼭 하는 소리가 있다. "시간 참 빨리 흐르네". "우리도 벌써 나이를 이리 먹었구나" 어릴 때도 많이 했던 말이지만, 이제는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낯설지 않은 나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2020년 반이 지난 7월의 첫째 주는, 그 전주와 별다를 거 없는 똑같은 한주였지만 감회가 새로웠던 거 같다.


올해도 반이 지났구나, 곧 겨울도 오겠구나, 그리고 내 20대도 이렇게 가는구나


시간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내 나이를 돌아보게 된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80살이라고 치면 내 인생의 시계도 점차 삶의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번 가면 되감을 수 없는 인생의 시계를 차고 뒤에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올 미래를 예상해본다. 앞으로의 미래는 더 많은 선택권과 동시에 더 많은 책임감도 안겨줄 거 같다. 그래서 넘어가는 달력이,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간"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받아들이는 시간은 물리적인 시간이다. 60진법에 따라 1분은 60초, 1시간은 60분, 그리고 하루(day)는 24시간, 1년은 365일로 본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정해진 약속에 따라, 나이를 세고, 일 년을 보내고 한주를 계획하며 사람들과 약속을 정하며 살고 있다. 기차의 정확한 출발과 도착시간을 알기 위해 만든 시간이 내 삶의 처음부터 끝까지 조정하고 있는 건 아닌가 문득 생각하게 된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이탈리아 태생의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그의 저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통해 상대성이론에서 보는 시간의 개념과, 이를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간에 대한 통찰력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독서모임을 통해 이 책을 접한 지 4개월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도 여운이 남는 것은 저자가 내게 던진 질문이 동 떨어진 과학이론이 얘기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질문을 던져서가 아닌가 싶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카를로 로벨리>

이 책에서는 우리가 매일 인식하고 느끼는 '시간'을 물리학적으로 파헤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겪은 여러 사건들을 일련의 순서대로 편하게 이해하기 위해 만든 개념일 뿐,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도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현대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중력이 더 많이 작용할수록 느리게 가고, 가만히 있는 물체보다 움직이는 물체에 더 느리게 작용한다. 나의 '현재'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현재'는 다르며, '현재'라는 개념도 나에게만 존재하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물리학적인 이론 얘기를 제외하고 나는 다음과 같은 두 문장으로 느낀 점을 정리해보았다.


삶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건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삶 끝에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은 한 공간에 있다.


삶의 여러 사건들의 집합체이다.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것은 세상을 보는 우리의 희미한 인식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실제로도 과거가 미래에 영향을 주지만, 현재가 과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현재 상황에 따라 우리 기억 속에 과거사건은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의 흐름 순서가 아닌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곧 삶의 흐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삶과 죽음은 한 공간에 있다. 삶 끝에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삶과 죽음이 한 공간에 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걸 인지하지만 허무주의에 빠져 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무릅쓰더라도 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사는 것이 인간이다. 이 '죽음'이라는 인식은 내 삶의 매 순간 영향을 미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이 지금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은 도구일 뿐


그럼에도 우리는 이 '시간'이라는 존재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통근시간을 고려하여 기상 알람을 맞추고, 조금 딴생각을 하다가도 모니터 하단에 시간을 보면 허겁지겁 일을 처리한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사람을 만난다. 달력에는 앞으로 해야 할 스케줄을 기록하고, 앞으로 해야 할 목표들도 데드라인을 정한다.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쓴 날짜를 돌아보며 꾸준히 글을 쓰지 못한 나를 반성한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책을 읽고 나면 물리학적 이론보다는 시간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남는다. 그럼에도 시간과 한 평생을 살아가고, 시간을 통해 사건을 인식하였던 내 사고가 책 한 권을 통해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참 시간 빠르다'라는 익숙해진 한 문장을 조금 다르게 곱씹을 필요는 있다고 느꼈다.


시간을 도구로 사용할 뿐, 시간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존 F. 케네디


시간과 동떨어진 내 삶을 생각하는 건 어렵지만, 시간에 스스로를 너무 얽매이거나 시간에 따라 평가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나도 성격이 조급하여 항상 남들보다 뒤처지는 게 싫었고, 시간에 맞춰 사람들을 만나고 행동하며 생각하였다.  또한, 내 나이 때 동년배의 사람들을 보며 나는 지금 어디쯤 왔나 돌아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란 나를 진단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 그 이상 시간에 대한 의존은 피하려고 한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끔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면 이 일을 시작한 본질적인 이유는 잊은 채 "바쁜 거"에만 몰두하게 되는 거 같다. 시간에 쫓기고, 부족한 시간에 속상해한다.  그런 나를 위해 잠시 스마트폰과 시계를 치운 후 편하게 하루를 맞이해보면 좋을 거 같다.


온전히 나를 위해, 소중한 사람과 수다를 떨며 시간에 속박되지 않는 하루를 선물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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