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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Aug 05. 2020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그대는 정말로 바쁜가요?

#대리님 많이 바쁘시죠?


"대리님 많이 바쁘시죠?"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색한 침묵을 깨고 과장님이 말을 건넸다. 나는 이런 말이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듯이 "아니에요. 과장님이 더 바쁘시잖아요 (웃음)""라고 맞받아치며 늦은 인사를 건넸다. 개인적으로 "많이 바쁘죠?"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직장인들에게는 "요즘 어때?", "하와유?"와 비슷한 안부인사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입에 바쁘다는 라는 말은 달고 살고, 실제로도 바쁘게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근데 "바쁘다"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말이 맞나 싶기도 하다. "나는 정말 바쁜가?", 혹은 "많이 바빠 보이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바쁨은 일상적이다. 아침에는 출근버스를 놓칠까 봐 달려가고, 신호등 초록불 깜박거리면 또 달려가고, 업무 중에도 밥을 먹을 때도 뭔가에 쫓기듯 시간을 볼 때가 있다.


나의 경우 지난 7월은 바빠 보이는 달이였다. 정확히는 이전달보다는 새롭게 시작한 일들이 많은 달이었다. 코멘토도 외부강의를 나가게 돼서 주마다 강의를 하게 되었고, 회사 내에서는 새로운 업무로 야근이 늘었으며, 개인적으로 좋은 인연을 소개 받아 함께 행복한 시간 그리게 되었다. 이렇게 새롭게 시작한 일들이 많다 보니 기존에 나름 잘했던 일들을 소홀하게 대한 것도 있


자기 전 하던 근력운동도 안 했고, 목표로 했던 공부도 안 했고, 무엇보다 주 2편씩 쓰던 브런치 글을 7월 한 달 내 2편만 올리면서 그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운동도 공부도 글쓰기도 중요한 목표였고 지금도 내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달의 못다 한 결과가 더 아쉬웠다. 그래서 이 부분도 스스로 자문을 해보았다. "이전에는 꾸준히 잘 해오던 일이었는데 왜 잘 못했을까? 정말로 새로 시작한 일 때문에 정말 바빠서 못한 걸까?"


#정말로 바쁜가?


 "나는 정말로 바쁜가? 내 일과는 단순하다. 아침에 7시쯤 일어나서 7시 40분쯤 집에서 나오고, 9시 전에 회사에 도착해서 8시간을 일한다. 가끔 야근하는 날도 있고, 직장동료와 저녁식사도 있다 보니 평균적으로 고려하면 집에는 9시쯤에 도착하게 된다. 여기에 2주에 한 번씩은 독서모임에 가고, 주말에는 코멘토 준비를 한다. 그 외 나머지 시간은 자유이다. 운동을 해도 되고, 공부를 해도 되고, 글을 써도 된다


그런데 왜 못했을까. 생각만으로는 안돼서 직접 노트에 내가 한 일을 적어보았다. 새롭게 시작한 일도 적어 보고 앞으로 할 일도 적어보았다. 그렇게 일들을 고려하여 평일 시간을 내 봤을 때 시간적 여유는 충분히 있었다. 새롭게 하는 일들도 그렇고 이전에 일도 정해진 시간에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일은 아니었다.

바빠서가 아니라 귀찮아서 안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바빠서 아니라 귀찮아서 안 했다"였다. 시간상으로는 할 수 있었지만 귀찮아서 안 했다. 굳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더라도, 만남을 포기하지 않다라도 이동 중 자투리 시간이나, 관심 없는 유튜브 추천 영상을 보며 지난 간 시간 등을 조금만 절약해도 시간이 남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빠서 못했다는 건 다 핑계라는 걸 다시 한번 내 눈으로 직접 보며 깨달았다.


나는 왜 귀찮아졌을까. 내가 지난달에 좀 소홀하고 미룬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니 한 가지 중요한 특징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 당장 안 해도 문제없는 일"이라는 점이었다. 나는 성인이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가진 존재이기에 모든 일을 지금 당장 안 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그런 극단적인 선택은 제외했다


예를 들어 직장인인 나는 회사에 출근하기, 맡은 업무 기한 내에 처리하기는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이야. 그리고 수강생 대상 강의도 수업 날짜와 대상이 정해져 있기에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선이 있다. 하지만 글쓰기, 운동하기, 공부하기 등 내가 의지가 없으면 지금 당장 안 해도 되는 일이다. 이런 일들은 맘만 먹으면 뒤로 미룰 수가 있다. 나는 바쁜 게 아니었다. 지금 당장 안 해도 문제없는 일들을 다시 뒤로 미뤘을 뿐이었다.


#다시 루틴을 만들어야 할 때


최근에 나 혼자 산다에 장도연이 나와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는 말은 했다. 이 말은 유행어처럼 의도치 않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sns에 퍼지고 있다. 어쩌면  한국인이라면 입에 달고 사는 게 "바쁘다"라는 말이다 보니,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나는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질은 미루는 것인데 바쁘다는 말로 치환하면 자기 합리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가급적이면 "바쁘다"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다시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처음 브런치 글쓰기와 집에서 홀로 운동을 할 때는 매주마다 자가진단을 하며 루틴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 주 글쓰기 목표를 달성했는지, 운동을 정해진 목표대로 지켰는지 확인을 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점차 익숙해지는 시기가 오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물론 만든 루틴도 안 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래도 말하는 대로 생각한다고"바쁘다"라는 말을 계속하는 거보다는 시간을 계획적으로 써보려고 한다. 중간중간 남는 시간도 쪼개 보고,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도 찾아서 시간을 균형 있게 조절해야 할 거 같다. 무엇보다 브런치는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가 있기에, 다시 한번 되짚어보며 꾸준히 글을 쓰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작가의 서랍 속에서 못 나온 글들을 다 뒤로하고, 자기전 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써서 발행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했다


좋은 루틴 혹은 습관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 내가 하지 않아도 남들이 신경 안 쓰는 일은 꾸준함을 방해하는 악마의 유혹이 더 많은 거 같다. 그럼에도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마음이 나태해지고 게을러질 때마다 보는 유튜브 영상 속 말이 떠올라 적어봤다. 이제는 하도 많이 봐서 대사까지 외웠다.


"여러분 마음만 먹고 있으면 됩니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야죠., 핸드폰 치우세요 인터넷 끊으세요.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십시오. 그리고 안되면 좌절하십시오. 안되면 좌절하십시오 성공의 반대가 뭡니까 실패입니까? 도전하지 않는 거죠 왜 도전하지 않으십니까
-일타강사 아무개-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라고 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만 바꿔보면 그리 바쁘지 않은 사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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