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쓸 만한 조과장 Jun 26. 2020

글쓰기는 재밌어야 한다

구독자 200명이 넘은 시점에서

# 구독자 200명이 넘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4개월 정도 됐다. 내게는 과분하게도 구독자가 200명을 넘어 250명을 향해가고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한 달에 한번 정도 나의 글쓰기는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돌아다. 처음은 글이 브런치에 소개되었을 때였고, 다음은 처음 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왔을 때, 그리고 지금이 세 번째 그 지점이다.


내 글이 브런치에서 소개되었을 때는 맘이 들떴다. 처음으로 내 글의 조회수가 1000을 넘어가고, 좋아요가 막 달리자 신이 났다. 다음날 아침 프로필 사진있어야 한다고 사진관에 달려가 프로필 사진을 찍었으니 말이다.(전혀 쓸모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메인에 글이 올라왔을 때는 기쁜 마음과 동시에 불안했다. 연습을 충분히 못한 축구선수가 경기장에 교체 선수로 나온 기분이랄까. 많은 독자들의 관심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주는 파급력에 책임감 느꼈다.


그리고 구독자 200명이 넘은 지금 시점에서 나는 이전보다는 조금 차분하게 돌아보게 됐다. 내가 그동안 썼던 32편의 글들과, 작가의 서랍 속에서 나오지 못한 여러 글들을 보며 앞으로 어떻게 글을 써 내려가면 좋을지 고민해 봤다. 돌이켜보며 주변 사람에게 소소한 울림을 주는 글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글도 있지만, 아직은  구이년생 조대리라는 작가만의 색깔 있는 글을 못  거 같 아쉬움의 쉼표가 붙 거 같다.


#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맥락에서 나는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을 던져봤다. 안 그래도 바쁜 일상 속에서 무엇을 위해 주말에 쉬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타이핑을 치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본질적인 동기부여는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의 브랜드 만들어가고 싶어서 인 거 같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출간 작가도 되고 , 서점에서 내 책을 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다만 이 목표는 아직불분명하고 성장이 필요하여 피곤하고 지친 날 책상에 앉게 해 주지는 못했던 거 같다.


글을 통해 나라는 사람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싶었다. 남들처럼 미술, 체육, 학업 등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없었고, 못하지만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도전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세상 속 수많은 점 중에 하나같은 .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나를 조금은 특별하게 만드는 그런 일이었다. 글쓰기는 나를 세상이라는 도화지에 모나미 볼펜으로 찍은 점이 아먹물을 듬뿍 먹은 으로 만들어 주었다.


브런치는 그런 나의 욕망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이었고. 구이년생조대리라는 부캐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갈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일은 날 성장하게 만드지만 힘소모하는 기분이었고, 인간관계 날 비추는 거울이지만 내 모습에 따라 달라졌다. 하지만 글은 나를 분명하고 일관되게 내 생각을 기록해주었다. 나라는 브랜드 가치, 그리고 글이라는 콘텐츠가 주는 파급력이 글을 쓰는 본질적인 이유가 아닌가 생각했다.


# 나의 글쓰기는 어디쯤


몇 주 전 같은 회사에 다니다 퇴사한 직장동료에게서 카톡이 왔다. 아직도 브런치에 글을 쓰냐고 물으며, 이제 구독자 200명이 넘었으니 조금은 구독자 관리를 위해 글 퇴고에 신경을 쓰는 게 좋을 거 같다는 내용이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4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내 글은 오타와 비문, 맞춤법 실들이 많다. 실수들이 계속되면 실력이라고 한다. 직장동료의 말은 지금 시점에서  글을 돌아보게는 좋은 조이 아니었나 싶다.


나의 글쓰기는 지금 이제 막 첫 정류장을 떠난 버스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버스를 능숙하게 운전하기 위해서는 기나긴 경험들이 필요하지만, 계속 변하는 길을 안전하게 운전하려는 자세도 중요하다. 내가 잘 운전하고 있는지 백미리와 사이드를 통해 계속 주시하고, 손님들의 불만이 있으면 살펴보고 맞는 부분은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손님과 함께 원하는 곳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독자들 공감할 수 있는 글, 내가 쓰고 싶은 글에 대해서도 조금은 방향성을 찾게 되는 거 같다. 다만 이제는 그런 글들을 좀 더 부지런하게 쓰고, 끊임없이 퇴고하고, 계속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필요한 거 같다. 글쓰기가 나의 단기적인 성취감그쳐서는 부족할 거 같다. 글쓰기내 기나긴 인생계속 함께동반자이다. 글을 어떻게 쓸지 보다 함께 성장하며 어떻게 길게 갈지를 노력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 글쓰기는 즐거워야 한다.


독서모임을 통해 알게 된 나의 글 동료 한 명은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고 있다. 그녀는 거의 매일 인스타그램에 긴 글들을 꾸준히 올리는데 이제는 그녀의 글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매일 증가하고 있다. 하루는 독서모임이 끝나고 그녀에게 매일 글 쓰면 지치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아뇨 즐거워요'라고 얘기해주었다. 그 짧은 대답은 내게 긴 여운을 남겨주었다.


'나는 글쓰기가 즐거운가? 질문을 던져보면 최근에는 그렇지는 않았던 거 같다. 출퇴근길 인스타그램에 가볍게 올리는 글에 비해 브런치 글은 한 번 맘 잡고 써야 했다.  한주에 최소 2개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 있었다. 그 의무감은 나를 책상에 앉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루 일과처럼 압박감을 주기도 했다. 좋을 글을 쓰고 싶고 잘 쓰고 싶을수록 쓰다만 종이만이 머릿속에 남다가 버려졌다


그래서 구독자 200명이 넘은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마지막으로 전하는 말은 '즐겁게 글 쓰자'이다. 상투적이지만 모든지 재밌어야 오래 할 수 있는 법이다. 브런치 동료 코붱님의 조언처럼 가끔 생각나는 대로 막 쏟아내는 글도 필요한 거 같다. 인생에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장기적인 목표일수록 귀찮아하는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할수록 즐겁게 하는 게 우선순위인 거 같다. 그렇게 나는 앞으로나라는 브랜드를 찾는 긴 여정을 즐겁게 써 내려가고자 한다


짧지만 또 늦었지만, 제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주시는 한 분 한 분께 감사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적게 느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