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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Feb 27. 2020

당신의 슬픔은 안녕하신가요

아픈 이별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문질러 주는법

#이별을 겪었어

 

 며칠 전 저녁에 친한 여동생으로부터 카톡 하나를 받았다


"오빠는 이별했을 때 어떻게 이겨냈어?"


사실 너무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공부해 공부" 


라고 장난스럽게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최근에 헤어진 동생에게 장난도 시기가 필요하지 싶었다. 그리하여 나름 내 이전의 경험과 여기저기서 들은 잡다한 지식을을 살려 이렇게 답장을 썼다.


" 첫째, 사람은 외로움을 타는 동물이라는 걸 인정할 것. 누구나 내 옆에 항상 있었던 사람이 없어지면 그 빈 공간을 채우고 싶어서 누군가를 찾게 되는 건 당연한 본성이야."


"둘째, 그 사람 때문에 내 자존감이 무너졌거나 힘들었을 때를 생각할 것, 그러면 무의식적으로 올라는 감정들을 다시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됨, 결코 헤어짐을 선택한 건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아닐 거야"


"셋째, 상대방을 위해 투자했던 시간들을 내게 집중하면 내가 그만큼 빛날 수 있다는 거. 내가 빛나면 그만큼 빛나는 사람이 언젠가 내 옆에 있지 않을까"


 어느 책에서 본 문장도 있고, 실제로 들은 말도 있는데 굳이 길게 쓰고 싶지 않아 핵심만 전달했다. 그러자 카톡을 보낸 동생도 나름 내 답장이 흡족했는지 슬픈 감정들이 가라 앉었다고 답장을 보내줬다.


#만남과 이별


인생에 있어서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은 정말 필연적이다.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우리는 부모와의 관계를 맺고 유치원에 들어가면 또래의 친구들과도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눈에 계속 들어오는 그(녀), 잠잘 때마다 문뜩 떠오르는 그(녀) 때문에 설레는 사랑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중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는 인간 역사를 통틀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세계사의 중요한 전쟁과 비극사 속에서도 남녀 간의 사랑으로 시작된 사건들이 있다는 건 그리 놀라운 얘기가 아니다. 모두가 서툴지만, 그렇기에 아름다운 게 사랑이다. 그렇기에 헤어짐 역시 서툴지만 그만큼 아프다.


# 나의 경험


 지금에 와서야 나의 지나간 경험을 담담하게 말하지만, 대학시절에 죽네사네 하면 만났던 여자 친구와 긴 연애 후 헤어졌을 때 많이 힘들었다.


 성격과 행동이 많이도 달랐기에 만나면서 언젠가 헤어질 거라 생각도 했지만, 막상 헤어지고 나니 그녀와의 좋았던 추억과 감정 때문에 몇 날 며칠을 연락을 다시 할까 말까 고민도 했다. 세상의 모든 슬픈노래가 내 이야기인 거 마냥 그렇게 청승을 떨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사랑은 찾아왔지만, 결코 그전에 사랑이 완전히 잊히지는 않았다. 상처 위에 새살은 나지만, 가끔씩 그 상처부위가 쓰라린 거처럼 말이다. 위에 동생에게 썼던 말들도 나를 위해서 했던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위로와 말들이 길었던 감정의 끈을 단번에 끊어내게 하는 건 아니었다.


#헤어짐을 마주하는 자세


 정말 사랑했던 그(녀)와 헤어짐을 마주하였을 때 우리가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있을까? 보통 주변사람들을 보면 헤어지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컨트롤하기 힘들 때 주변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알린다. 그러면 대부분은 


"지금 잘 헤어졌어, 계속 만났으면 네가 더 힘들었을 거야"

"그(녀) 진짜 나빴다. 어떻게 너한테 그럴 수 있냐"

"개 그런 애인 줄 알았어, 내가 더 좋은 사람 소개시켜 줄게"


라고 말해준다.


 사실 이런 말들이 해결책도 아니고 어찌 보면 뻔한 말들이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한결 마음이 나아지긴 한다. 그리고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지내다보면 그동안 소홀했던 일이나 취미 혹은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아팠던 감정들이 표출되면서 새로운 감정들이 그 속을 메우는 것이다.


# 슬픔을 받아들일 때   


'15년  "인사이드아웃" 이라는 픽사에니메이션을 참 인상깊게 봤다.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감정타워에서 다섯 감정들이 불철주야 감정의 신호를 만들어내면서 한 소녀의 성장기를 그려낸 픽사 애니메이션인데, 이 중 슬픔이라는 감정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2015년 '인사이드아웃 한장면>

많은 사람들이 슬픔이라는 감정을 밖으로 내비치기 싫어한다. 뭔가 약해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덜 성숙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그런 감정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몰래 혼자서 많이 울고 슬퍼한다.


하지만, 슬픔이라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묵혀두면, 기쁨이라는 감정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진다고 한다. 헤어짐을 겪었을 때 무덤덤하게 이겨내려는 노력도 멋있지만, 진정한 사랑이 찾아왔을 때 기쁨이라는 감정이 들어갈 수 있도록 지금 슬픔을 펑펑 표출을 해주면 어떨까. 


기쁨과 슬픔은 하나의 감정타워에서 살고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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