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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Mar 02. 2020

당신은 날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어

헤어진 그대를 떠나보내는 법

금요일 조기퇴근 날, 일을 마치고 오래간만에 이전 본부장님이랑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간간히 나의 소식을 전하던 중 내가 작년 11월에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뭐여 헤어졌단 말이여? 꽤 오래 사귀지 않았나"


" 아 ..네 한 3년 사귀었죠.."


"야 라떼는말이야..!@#!$ 손만 잡고 하면 결혼하고 그랬는데 , 야 근데 네가 참 잘해주지 않았나.

취업 준비하는 것도 많이 도와주고 그랬잖아"


"그렇죠, 여자친구에게 잘해주기보다 스스로에게 더 잘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크으 인생의 진리를 하나 또 깨달았구먼"


이런저런 옛날 얘기를 하니, 잠시 잊고 지냈던 전 여자친구가 떠올랐다. 본부장님도 여자친구 취업준비를 도와준다고 좋은 정보들을 내게 많이 알려주고는 했다.  추천해준 유튜브 채널도 그녀와 구독하며 봤었다. 지금도 나는 그 채널을 구독하며 보고 있는데.. 그녀는 보고 있을까?


# 내가 기억하는 이별


 헤어진 순간 ' 내 이별은 너무 아름다웠어'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시간이 지나고, 그녀(그)에 대한 기억들을 돌아보며, 그래도 그 순간 우리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할 수는 있지만, 헤어지는 순간만큼은 사랑한 만큼 아팠을 거다


 나 또한, 지난 이별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대학 때부터 알게 되어 3년을 사귄 여자 친구였는데, 하필 내가 가장 힘든 시기에 카톡으로 이별통보를 받았다. 나는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떠나는 그녀를 붙잡을 용기가 안 났다. 그렇게 3년의 연애는 허무하게 종지부를 찍었다.


 헤어진 순간에는 떠난 여자 친구가 너무 미워서 함께했던 기억들을 지우려고 애썼다. 시간이 흐르니 조금은 그녀를 이해하게 됐고, 조금씩 잊혀지게 되었다. 어쩌면 이별의 상처로 그녀와 함께했던 모든 추억들을 부정하없애고 싶지 않았던 거 같다. 그러면 그때 내모습도 부정하게 되는 일이니 말이다.


#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시간이 흐르면 아픔보다는 좋았던 기억들이 더 떠오른다. 좋은 기억은 퇴근길 그녀와 함께 하천을 걸으며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나누는 순간이다. 배경이 화려한 곳은 아니었지만 한 손에 음료를 들고 서로의 손을 포개며 함께 걷던 순간이 하루 일과 중 가장 편안한 순간이었다.

 

이별 후 임현정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이라는 노래를 많이 들었다.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함께했던 추억들을 잊어야 되는 아쉬움 대변해주는 노래였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창밖에 그녀와 내가 걷던 거리가 아련하게 떠올리게 된다.


이별의 아픔과 아련한 추억들이 지나면, 나를 점차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되는 시기가 온다. 내가 했던 행동들이 그녀에게 이기적이지는 않았는지, 다투고 힘들었던 순간, 미안했던 일들하나둘씩 꺼내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나 또한 그시절 성숙하지 못한 사랑을 했다고 생각하며 슬픔을 온전히 흘려보내려고 노력했다.


# 당신은 날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어


잭 니콜슨이 주연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라는 영화는 1988년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고전영화이다. 하지만 남자주인공의 이 대사 젊은 사람들도 어디선가 들어봤을만큼 유명하다


'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 (당신은 날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어)


사랑하는 연인에게 해주는 말 중에 이 만큼 달콤한 말이 있을까 싶다. 근데 나는 헤어지고 나서 이 대사가 종종 떠오른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지만 밤늦게 나가 술을 마시려고 하다가도 주춤하거나, 나한테는 자린고비였는데 조금씩 나를 위해 좋은 옷과 제품을 선물하거나, 혹은 그녀가 했던 잔소리들이 기억에 남아 삐뚤어진 고개를 바로잡고 전화할 때 한숨 쉬는 습관들을 일상에서 지워나갈 때


나는 그녀가 날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스스로를 고쳐나갔다. 물론 앞으로 평생을 못 보고 살지, 혹은 서로 다른 결혼식에서 만나게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녀와의 기억 속에 나 또한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작은 바람인거 같다. 


# 아름다운 이별은 없지만


우리는 연애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운다. 많은 것을 배우더라도 이별의 아픔은 크고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하지만 이별 후 내모습과 그녀(그)입장에서 바라본 내 모습을 돌이켜 보면 조금은 성숙해지는 기분이 든다


여러분도 당신을 떠나간 누군가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면, 이제는 자신을 위해 조금 놓아면 어떨까


 검정치마-기다린 만큼 더 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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