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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Feb 27. 2020

여러분에게는 직장멘토가 있나요

직장 내 멘토를 찾는법


#갑자기 떨어진 업무


안 바쁜 달이 없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경영지원팀은 2월이 정말 바쁜 시기이다. 회계파트는 연말 정산, 인사파트는 신규채용, 그 외 업 신규계약건과 서무, 총무 업무 등 전년도 실적정리와 신규계획 들이 넘치는 시기이다. 나는 올해 경영지원팀으로 발령을 받아서 허둥지둥 한 달여를 보내고 있었다. 안 그래도 바쁜 와중에 코로나바이러스도 터져서 경영지원팀 상황이 어지간히 제정신은 아니었다..


"조 대리, ㅇㅇㅇ위원회 좀 해줬으면 좋겠어, 다들 채용이랑, 컨설팅 때문에 바빠서 손이 안 나네"

"그리고 코로나 관련해서 ㅇㅇㅇ도 세워야겠고, 본부장님께 보고드릴 자료는 내일 오전까지 가능하겠지?"


바쁜 와중에 팀장님이 추가로 업무를 더 얹어 주셨다. 앞에서는 네라고 했지만 안 그래도 일이 많은데 내일 아침까지 도저히 끝낼 수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팀 내에서 내가 맡은 업무를 해본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선임자가 있었으면 작년 자료를 보고 개요를 짜서 검토를 부탁할 수 있지만, 무작정 가서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꼰대가 아닌 진정한 멘토


저녁밥도 못 먹고 오전에 맡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모니터를 뚫어 저라 보고 있었다. 위원회에 보고드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처음이라 회사에 있는 규정들을 복붙(ctrl c, v)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중 평소 나를 잘 챙겨주던 직장선배가 위층에 올라와 내가 하고 있는 문서를 보고는 첨삭을 해주었다.


"보고서는 한 두장 내에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들어가는 게 좋아, 그래야 읽는 사람도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거든"


" 그리고 구성은 너도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도록 써야 해, 이렇게 쓰면 너도 설명하기 조금 어려울 거 같아.


" 내 생각에는 팀장님이 업무를 시킨 의도는 ㅇㅇㅇ이고, 본부장님은 ㅇㅇㅇㅇ한 문서를 원할 거야, 그래서 내 생각에는 이 부분은 ㅇㅇㅇ 이렇게 구성하고, 이 부분은 ㅇㅇㅇ 써보면 좋을 거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직장선배가 30분가량 밑줄을 처가며 첨삭해주니 업무가 완전히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자. 이렇게 해라"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고, 방법을 찾아가며 설명해주니 선배가 말한 부분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퇴근시간 이후에도 자신의 시간을 내어 봐주니 더 집중하여 듣게 되었다.


 선배의 조언을 받고 다시 글들을 새로 정리하였다. 글의 목적, 문맥, 스킬 등을 머리에 담고 쓰니 다시 정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처음 쓴 보고서는 아애 날리게 되었지만 오히려 마음을 한결 편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작성한 보고서는 팀장님의 의도를 만족시켜 줄 수 있었다.


#당신의 직장 멘토를 찾아라


 많은 회사들이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직장 내 멘토를 붙여주고는 한다. 회사에 입사할 당시 매칭 해준 내 멘토도 나에게 친절하게 회사에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입사 3년 차가 되고 나니 이제 멘토라며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은 위치가 되었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갑자기 떨어지는 일들, 팀 내에서 업무를 해본 사람이 없는 분야 등 멘토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할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는 평소에 나와 친분이 두터운 직장선배, 또는 직접적인 업무 접점이 없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 잘 알 거 같은 선배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이해관계가 있는 팀원들보다 오히려 좀 더 편하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고, 위에 사례처럼 다른 본질적인 부분에서 업무의 돌파구를 발견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 내에 이런 선배들이 다 존재하는 건 아니다. 조언을 구하려고 갔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라때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핀잔만 듣고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리고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나있는 직장선배가 있더라도 업무를 하며 접점을 만들어 조언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을 활용하자


 내가 생각하는 회사 내에서 다른 직장선배와 접점을 가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굳이 다른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업무 외에 잠깐의 짬이 나는 시간에 가벼운 수다와 식사를 하며 자유롭게 친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출근시간에 만난 다른 부서 선배와 주말에 일과들을 나눈다거나, 같이 모닝커피를 마시며 회사 얘기를 나눌 수도 있다. 연장선으로 같이 점심식사나 제언하거나 조금 더 친해지고 싶다면 퇴근 이후 맥주 한잔도 좋다. 아무리 바빠도 출퇴근길, 점심식사의 잠깐 시간을 부담스럽다고 마다할 선배들은 그리 많지 않은 거 같다.


물론 고향, 학교, 취미 같거나 사는 동네가 가까워서 수월하게 친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런 관계는 없는 경우라도 위 시간들을 충분히 잘 활용하면 가까워질 수 있다.




"라때는 말이야 -> 네 생각은 어때"


이제는 광고에서도 나오는 "라때는 말이야"는 꼰대를 설명하는 하나의 수식어가 됐다. 조언이라는 건 무엇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직장인으로서 당시의 경험을 살려 조언하다고 하지만, 막상 듣는 이 입장에서 의도대로 안 들린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꼰대라는 수식어를 이전 사회보다 가벼운 소재로 만들고, 이로 인해 상사들이 신입직원들을 바라보는 태도가 변화하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직장선배들도 아래 직원들에게 조언을 하는 걸 두려워하고, 후배들도 맡은 일을 혼자 머리를 끙끙되며 처리하는 분위기가 아쉽다.


본질은 쓴소리가 싫은 것이 아니라, 쓴소리를 하는 방식이 싫은 것이라 생각한다. 위에 사례처럼 내 입장에서 말해주고, 중간중간에 내 생각을 물어보며 조언해준다면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주변에 이러한 멘토가 있는가, 당신의 모습은 멘토로서 어떠한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은 주제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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