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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Feb 29. 2020

회사는 박수 칠 준비를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대가 빛날 순간은 반드시 온다

요즘 세상이 코로나바이러스로 들썩인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30명 남짓했던 코로나 확진자수가 이제는 3000명을 향해가고 있다. 이번 주말이 고비라고 하지만, 확산속도를 봐서는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거 같다.


그러다 보니 몇몇 회사들은 직장폐쇄를 하거나 재택근무를 한다고 공지하였다. 주변에서도 하나둘씩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거 같다.


"ㅇㅇ아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 들어갔는데, 너네 회사는 재택근무 안 하냐 너 사는 곳 옆에도 확진자 나왔다잖아"


친구들이 보내오는 카톡에 나는 한숨을 쉬며 답을 한다.


"그렇지.. 근데 나 회사 안전담당자야"


# 코로나를 겪는 안전담당자의 하루


산업현장 관리  등 안전이 중요한 기관은 안전전담부서가 있겠지만,  보통 규모의 회사들은 여건상 안전을 전담으로 하는 부서나 인원을 잘 두지는 않는다. 전담부서가 없다 보니 한두 명 직원이 자신의 업무를 하며 안전업무로 서브로 맡아 수행하기 마련이다. 평상시 안전담당자는 큰 일이 없지만 코로나 19 사태처럼 특수한 경우가 생기면 정말 바빠진다


나의 경우도 주 업무는 노무담당자였지만, 코로나 19가 발생하고 나서는 안전담당자로 불리며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도 확진자 수가 적을 때는 조금 괜찮았지만 2.23일 정부가 코로나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격상하고  나서는 문의와 업무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전 안전담당자는 별일없었다는데‥나는 정말 "일복이 터졌다"


"우리 기관은  재택근무 안 하나요?"

"마스크랑 손 소독재 추가로 공동 구매할 수는 없나요?"

"지난주에 확진 의심되는 사람이랑 접촉한 거 같은데 자가 격리할 수 있나요?"


코로나 관련한 직원들의 문의도 많고 신속하게 처리하고 시달해야 할 지침수없이 밀려왔다. 특히 직원들 중에는 어린이집 휴원, 개학 연기 등으로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분들도 많다보니 ,내 일과는 더 긴급하게 돌아갔다


그렇다고 너무 급하면 안되기에 매일 12시까지 상부 지침과 대응 매뉴얼들을 계속 검토하고 확인했다


# 보이지 않는 일에서


그래도 심각 단계로 격상되기 전에 사전 준비를 계속해두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안전 지침도 신속하게 배포하였고, 추가로 질 좋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도 회사 내에 충분히 배치해두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회사 내 확진자나 확진 의심자는 없는 상황이다.


여러 애로사항도 있었지만, 한 주간 어느 정도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야 직원들의 칭찬도 듣게 되었다.


"ㅇㅇ대리 고생 많았네 밥이나 사줄게 "

"이 마스크 구하기 힘들다던데 능력이 좋아"

"우리 기관이 다른 기관에 비해 신속하게 대처를 잘했다고 해서 평이 좋아"


피로에 당장이라 쓰러질거 같은 하루하루였지만, 칭찬을 듣게 되니 뜨신물에 반신욕을 하는 마냥 조금은 편안하였다.  물론 대응이 미흡하거나 충실히 해내지 못했다면 그만큼의 직원들의 질책과 책임은 감당해야 할 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을 통해 적어도  내가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는 건 느끼게 되었다.


# 회사는 박수 칠 준비를 하지 않는다.


학예회를 상상하면 무대 앞에서 자식들의 소중한 순간을 담으려는 부모님이 얼굴이 떠오를것이다 나 또한 너무 옛날 일이라 기억이 조금 왜곡될 수 있겠지만, 부모님  내가 공연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무대가 끝나면 웃는 얼굴로 힘차게 손뼉을 쳐주었던걸로 기억한다


모두 알지만 하지만 회사라는 무대는 그렇지 않다. 회사는 박수 대신 날카로운 시선과 차가운 펜으로 평가하고 감시한다. 잘한다면 박수를 쳐주겠지만, 거래관계가 주를 이루는 이곳에서 그또한 인색한 사회조직이다 가끔은 진심아닌 박수를 받을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수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혹은 누군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이 결코 하찮고 작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스크 구매, 손 소독재 배치 등 사소한 일도 상황에 따라서는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 되는 거처럼 말이다. 사소한 일도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은 찾아온다. 그 무대를 빛나게 만드는 건 오직 본인의 몫이딘


# 톱니바퀴의 첫 발자국


직장인들이 "회사에 톱니바퀴가 된 기분이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열심히 정해진 일을 하면서도 경쟁으로부터 밀려날 수 있는 상황을 고민하고, 이로 인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불안한 마음을 대변하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 세스 고딘은 책 "린치핀"에서는 평범한 톱니바퀴가 아닌 작지만 강한 린치핀이 되라고 한다. 린치핀은 자동차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꽂는 핀으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불가능한 존재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톱니바퀴로 살아가지 말고, 남들과는 차이를 만들어내고 회사에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라고 말한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건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남들이 생각하는 작은 일이라도 내가 업무를 어떻게 바라보고 고민하는지에 따라 차이는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학예회처럼 누군가 나를 위해 손뼉을 미리 칠 준비를 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고민들이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나아가는 첫 발자국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와중에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쉬지 못하고 일하는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와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진료하는 의료인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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