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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Mar 21. 2021

솔직히 글이 잘 안 써진다.

#1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 제목으로 글을 쓰기까지 내 브런치 서랍에서 수많은 글들이 쓰고 지워지기를 반복했다. 


회사생활에 대한 얘기를 쭉 쓰다가 말고, 투자에 대한 글도 조금 긁적거리다 저장만 눌러놨다. 그렇게 하다 보니 발행을 안 한 지 언 2개월이 지났다. 점차 내가 브런치 작가였다는 사실도 잊은 채 2개월 지낸 거 같다. 그러다 오늘 더 이상은 안될 거 같아 이 제목으로 글을 쓰며 스스로 인정하기로 했다.


솔직히 글이 잘 안 써진다고


글을 못쓸만한 핑계가 있지도 않다. 오히려 작년처럼 한창 정신없을 때보다 지금이 더 심리적으로는 여유가 있다. 한편으로는 심리적인 여유가 생겨서 이전처럼 진득하게 글을 안 쓰나 생각도 들었다. '19년은 참 힘든 한 해였고, '20년은 그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바닥부터 노력한 해였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2020년을 보내서 그런지 '21년 새해는 약간의 번아웃과 동시에 안정감이 들어 무료함이 찾아왔다. 무료함이 들 때 계획들을 세웠지만, 바로 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에 눈을 돌렸다. 그렇게 브런치 글쓰기도 해야 할 할 일들 중 하나에서 미루는 과제 일순위가 돼버린 거 같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내가 글을 쓰는 이유와 목적은 분명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브런치에 <글쓰기는 재밌어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글쓰기는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이며 내 삶을 위해 순간순간을 기록해야 한다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스스로에게 '즐겁게 글 쓰자'라고 글을 썼다.


<브런치 글 글쓰기는 재밌어야 한다 中>


그런 맥락에서 보면 요 몇달 나는 글쓰기라는 재미를 잃어버린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재미보다, 글쓰기 이후 달리는 '좋아요'와 '댓글'에 더 신경 썼으니 말이다. 모든 구독자가 내 글을 다 보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점차 구독자가 늘어나고 아는 사람들이 생길수록 글쓰기에 망설임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원하는 소재로 기승전결 있는 글을 쓰려고 할수록 글쓰기가 싫어졌다.


글을 쓰면서 누군가가 원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 때마다 글쓰기를 접고 딴짓을 했다.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은 많았고 시간은 항상 빠르게 흘러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쓰기와 멀어져 있는 동안에도 머릿속에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계속 맴돌았다. 브런치는 다른 일과 다르게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브런치를 쉽사리 떠나지는 못하는 이유는 글을 쓴다는 것이 분명히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순간의 자극을 주지는 못하지만, 지나온 내 글들을 볼 때마다 처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 기쁨과, 한편 한편 글을 완성할 때 그 뿌듯함, 그리고 그날을 감성들이 밀려왔다.


상실의 아픔, 산다는 것의 공허함, 그리고 말 한마디로부터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사함, 대단한 내용들은 아니었지만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글로 표현할 때 나는 점차 내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글들이 쌓여 갔을 때, 사람들과의 관계와 사회의 다른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내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브런치 글 중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中>


자유롭게 내 생각을 쓸 수 있어서 좋았던 글쓰기가, 어느순가 사람들과의 관계로 쓰기 싫어 졌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플랫폼의 문제가 아닌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글쓰기를 임했냐의 차이인 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글은 내 글쓰기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바라며 쓴다.


시선과 책임감을 회피했던 지난 마음을 털고 싶다. 다시 처음 브런치에서 아무 글도 없었던 그때처럼 글을 써보고자 한다. 브런치에서 조회수도 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정작 내가 자유롭지 못하고 좋아하지 않는 글을 쓴다면 지속해서 브런치에서 글을 남기기는 어려울 거 같다.


최근 픽사에서 개봉한 <소울>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뮤지션이라는 꿈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에게 어느 중년 가수가 던진 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물고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어린 물고기는 나이 든 물고기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지. 

"전 바다라고 불리는 엄청난 것을 찾고 있어요.

" 바다?" 나이 든 물고기가 말했다. 

"그건 지금 네가 있는 곳이야." 

그러자 어린 물고기는 "여기는 물이에요. 내가 원하는 건 바다라고요!"


글 쓰는 재미를 잃어버린 나에게 저 이야기 속 어린 물고기처럼 스스로 엄청난 것을 찾으려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물어보고 싶다. 내가 찾고 하는 것은 지금의 순간 순간을 남기는 재미일 텐데 말이다. 지금 이렇게 글을 마치는 순간 글쓰기의 재미를 조금이나마 찾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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