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쓸 만한 조과장 Mar 30. 2021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았고, 결국 선택할 것에 대해

이직에 대하여

답이 없는 이야기에 대해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휘갈겨 써본다.


봄이면 피어오르는 벚꽃처럼, 벚꽃이 피면 생각나는 그 노래처럼, 이 맘 때쯤이면 내게도 생각나는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은 벚꽃처럼 설레지도 않고, 그 노래처럼 반갑지도 않은 "이직"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해로는 벌써 5년이 됐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운이 좋게 집과 가까운 공공기관에 붙었다. 준비했던 금융권이 아닌 더 경쟁률이 높은 공공기관에 취업했다는 것은 운이 많이 따랐던 일이었다. 부모님도 영업압박이 있는 사기업보다 안정적인 공공기관에 붙은 게 훨씬 잘됐다고 기뻐해 주셨다. 

 

그렇게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에 다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회사에 입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항상 이직을 생각했다. 연초에는 이직할 기업들을 알아봤고, 연말쯤에는 "이직은 중요하지 않아" 하면서 한해를 잘 마무리했다. 하지만 또 다음 해가 되면 이직할 기업을 찾아보며 몇 날 며칠을 홀로 고민하며 보냈다.


이직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실행한 적은 없다. 이직을 하고 싶은 이유는 많지만, 그 이유가 지금 다니는 회사를 꼭 떠나야 하는 이유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았다. 회사가 나에게 바라는 모습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해 만족하는 편이다. 그리고 회사에 쏟는 노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쥐꼬리만 한 월급과 나아지는 않는 근무환경을 생각하며 이곳에 안주하며 다니겠다는 나의 마음이 무참히 무너지기도 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일어나는 일상적인 트러블과 정치적인 문제와 감정이 뒤섞인 윗선의 의사결정은 좋았던 회사에 대한 감점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사표는 넣어둬


하지만, 보수, 근무환경, 인간관계 등 자잘한 모든 것들을 합해도 내가 본질적으로 이 회사를 떠나 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보수와 근무환경은 어딜 가도 쉽게 만족할 수가 없고, 인간관계는 혼자 일하지 않는 이상 어딜 가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러한 것들을 다 이해하면서도 아직까지도 이직을 고민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내 능력에 비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회사 내에서도 나보다 더 훌륭하고 일을 잘하는 선후배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좀 더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회사 내에서는 채울 수가 없었다. 


이러한 갈증은 회사 밖에서 여러 모습으로 표출이 됐다. 안 하던 공부를 시작했고, 독서모임을 가입했고, 브런치를 시작했고, 대학생들 멘토링을 했다. 이렇게 다른 하나에 몰두하게 되면 잠시나마 이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있었다. 그러다가 그런 일들이 하나둘씩 정리될 때쯤 또다시 갈증이 찾아왔다. 


남과 비교하는 것이 불행의 시작임을 알면서도 나보다 네임밸류가 좋은 직장을 다니고 두둑한 성과급을 받고는 걸 보면 부러웠다. 돈으로 보이는 모습이 직장의 전부가 아닌 걸 알면서도, 성과 경쟁과 평가가 얼마나 사람을 피 말리게 하는지 알면서도 주변에 잘 나가는 사람을 보면 내 직장이 초라해 보였다.

태몽 대신 퇴몽을..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올해도 스스로에 대한 갈증을 채우지 못하면 무언가를 찾아서 채울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김없이 '이직'이라는 선택지가 찾아왔다. 또다시 반복되겠지만 그래도 5년을 고민하며 조금 확신할 수 있는 건, 내가 이직을 결정할 때에는 도망가듯이 결정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다. 


이전에는 일이 안 풀리고, 지금 다니는 회사가 다 엉망인 거 같아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런 선택이라면 내가 어딜 가서도 만족하지 못할 것을 이제는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 회사일은 좀 더 이성적으로 고민하고, 인간관계는 좀 더 대범하게 맞서며, 갈증은 좀 더 솔직하게 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정면돌파도 해보면서도 이직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온전히 나의 성장의 발판이었으면 한다. 남에 의해서가 아닌, 돈을 위해서가 아닌 한 번뿐인 내 인생을 위해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 지금의 회사가 그러한 점을 더 채워줄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아니라면 이렇게 배운 것에 만족하면 된다.


이렇게 겉으로는 담담한 척, 괜찮은 척, 계획이 있는 척 하지만 아직 풋내기인 30살이라는걸 걸 요즘 많이 느낀다. 가야 할 길이 멀고 아직 가보지 않아서 인지 막연하게 불안하다. 그때는 이렇게 고민하고 방황할지 몰랐고, 지금은 이런 고민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된다는 걸 알았고, 결국에는 어떤 선택을 결정할 테지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솔직히 글이 잘 안 써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