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쓸 만한 조과장 Aug 22. 2021

나는 청록점 보려고 브런치에 글을 쓴다

누가 댓글을 달았나 좋아요를 눌렀나

그저께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글을 쓰면서도 약간 조회수 잘 나오겠는데 기대도 있었다. 그리고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조회수 천이 넘었다. 구독자 천명이 넘는 분들에게는 조회수 천 넘는 게 새삼스럽지 않은 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21년 들어 처음으로 조회수 천을 넘은 글이었다.


'글 쓰는 것에 재미를 못 느끼겠다.' '코멘토 피드백하느라 바쁘다.'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 그랬다.' 하며 이차저차 글쓰기를 미루기 일수였다. 안 쓰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읽고싶은글을 쓰지도 못하겠고, 작년보다 하는 활동들이 많아지다 보니 시간을 두고 글쓰기에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회사에서는 언제 가는 써야 하지만 지금 당장은 쓰기 싫은 '중장기 발전계획'처럼, 화장실 가면 눈에는 거슬리지만 지금 당장은 하기 싫은 '화장실 배수구 청소'처럼, 나에게 글쓰기는 재미가 아닌 언젠가는 해야 될 일이 돼버렸던 거 같다. 머릿속에는 있지만 실천이 안 돼서 계속 미루게 되는 일들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조회수가 터지니 조금은 힘이 나서 글을 한편 더 써보려고 하얀 창을 덮어나간다. 사실 뭐 깊게 생각하는 않았고 조회수가 많이 떠서 기분이 좋아서 쓰는 글이기는 하다. 그래서 글 제목도 <나는 청록점 보려고 브런치에 글 쓴다>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나의 속마음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매슬로우 5단계 욕구에서 정확히 3단계 인정과 소속 욕구를 갈망하고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는 글쓰기란 자아실현의 도구이며 또 다른 브랜드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딱 인정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정도면 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의미보다도 글을 올리고 청록점이 떴을 때 에너지가 생기는 거 같다.


우선 청록점이 뜨면 기분이 좋다. 일단 내 글을 읽고 그냥 지난 친 것이 아니라 잠시 머물러 '좋아요''댓글'을 달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나는 예전에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를 받고 싶어서 #좋반을 해쉬태그로 넣었던 사람이다. 물론 지금은 그런 좋아요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좋반과 #좋튀는 하지 않는다.


물론 브런치에 '좋아요' 중 일부는 내 글이 좋아서라기 보다 좋반을 기대하여 누른 분도 있을 것이다. 브런치 작가로서 한 번이라도 내 글을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행동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게라도 이 바쁜 현대사회에서 내 글을 보고 한 번이라도 클릭을 해줬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어찌 되었건 지금은 저 청록점이 브런치를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좋고 유익한 글도 쓰고 싶은데, 청록점이 쭉쭉 나오는 글이어야 에너지가 팍팍 생길 거 같다. 이런 마음은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다. 그렇게 청록점에 빠져 쓴 것이 <나는 지금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않겠다>라는 괴물이었다.

내 조회수를 1,2,3위를 나란히 하고 있는 주식 글..

괴물이라고 표현을 한 것은 그 글을 올리고 나서 거의 1년간은 그 글에서부터 빠져나오지를 못하였기 때문이다. 어떤 글을 올려도 하루 조회수가 그 글보다 높은 조회수가 나오지 않았고, 그 어떤 글도 그 글보다도 주변으로부터 놀림을 받게 되는 일도 없었다.(삼성전자가 1년 사이에 많이 올랐..반도체 시장이...여기까지)


어찌 되었건 속된 말로 어그로를 잘 끈 글이었다. 그래서 이후에 좀 더 주식에 대한 얘기도 해보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글을 쓰게 되었다. 한동안은 괜찮았는데 하다 보니 이전만큼 조회수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료를 찾고 의미부여에 집중하다 보니 글쓰기에 흥미를 잃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결국 청록점 은 밤하늘에 떠있는 별에 욕심을 가지는 것과 같았다. 너무 욕심을 가지고 별들을 쫒다 보면  내가 지금 어디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청록점은 글을 쓰는 원동력은 될 수 있으나 깊게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운 계기가 되었다.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이제 이 청록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거 같다. 무조건 어그로를 끄는 글은 글을 지속적으로 쓰는데 좋지 못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글은 적어도 내게는 계속적으로 글을 쓰는 원동력을 잃게 만든다.


그렇게 고민을 하면 내 글을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글은 다른 사람의 얘기가 아닌 나의 얘기를 온전히 전했을 때인 거 같다. 남들이 좋아하고 관심 가질만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편하게 내가 하고 싶을 때 서슴없이 얘기할 수 있는 글, 바로 그런 글이 사람들에게 선택을 받고 공감을 받은 글이었다.


시중에 나오는 책들을 보면 책 제목을 잘 짓는다. 사람들이 한 번씩은 꼭 넘겨보게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을 유도한다. 근데 막상 제목이 맘에 들어 책을 넘기다 보면, 아 이런 내용이네 하며 덮어버리는 경우들도 많았던 거 같다. 글이라는 게 제목도 중요하지만 읽고 싶게 써야 된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런 내용은 브런치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브도 ,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들도, 주변에 인기가 많은 사람들도, 어그로로는 오래가지 못하는 거 같다. 나의 얘기를 솔직하게 할 때, 그 내용들이 제목에만 국한되지 않을 때 사람들도 내 목소리에 더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나는 솔직히 오늘도 청록점을 받고 싶어 글을 썼다. 그래도 이 글은 다른 사람들의 좋아요보다 스스로 칭찬을 주는 의미에서 나에게 청록점을 하나 주고 싶다. 다른 작가님들도 청록점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내게 주는 청록점



매거진의 이전글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았고, 결국 선택할 것에 대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