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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Jan 08. 2021

나이가 들다 보니 생일이 반갑다

30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이지만 카톡만큼은 평소와 같지 않다.


"ㅇㅇ아 잘 지내? 생일 축하해"


"ㅇㅇ님이 선물과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대리님 날이 추운데 건강 잘 챙기시고요."


평소에 단체 톡방은 눈팅만 하고, 카톡도 딱 몇몇 사람들과 만해서 그런지 이렇게 카톡이 많이 오는 날은 정신이 없다. 하나하나 축하해주는 메시지에 고마움은 표해야 할 거 같고, 일을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폰을 계속 보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기약 없이 '응 담에 한번 얼굴 보자'라는 말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


회사에서는 몸과 생각이 따로 움직였지만, 퇴근을 하고 모두 늦게나마 답장을 보내줬다. 6년 전 근로 기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차장님, 4년 전 팀에서 근로장학생을 했던 학생, 우리 집과 12분 거리에 산다던 고등학교 친구 등 뜻밖의 사람들로부터도 많은 축하 인사를 받았다. 


꼭 안 보내도 되는데, 몇몇 사람들은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보내준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덕분에 생일선물 시장이 스타벅스 커피세트와 치킨세트로 양분화(?)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올해도 넉넉한 겨울을 보내게 됐다. 나는 커피도 잘 못 마시고, 치킨보다는 피자를 더 좋아하지만. 뭐 이런들 어떤가. 


다른 걸로 바꿔서 먹으면... 아니 아니 이렇게라도 안부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 말이다.


사실 생일 축하 연락을 받고 나서 적지 않게 놀랐다. 재작년에 사람들과 많은 연락을 끊고 지내서 그런지 연락이 많이 안 올 줄 알았다. 맨날 단톡 방도 눈팅만 하다 보니 있기가 민망했는데, 이렇게 축하해주니 머쓱해지기도 한다. 여러 곳에서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민망하고 고마웠던 거 같다.


학창 시절에는 생일날 가족 또는 친구들과 생일을 보냈다. 늦게까지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서 못 부르는 노래도 진탕 불렀다. 그러다가 각자 직장생활에 접어들다 보니 점차 그런 모임도 줄어들었다. 각자 다음날을 걱정해야 하고 집이나 주변에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아지게 됐다. 


그럼에도 30살의 생일은 학창 시절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고 느낀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도 소중하고 값지지만, 내 삶의 어느 한편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내고, 함께 공부를 하고, 함께 여행을 갔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내 삶 한편에 계속 쌓여가고 있다.


내가 그때는 어디에 있었고, 어떤 생각들을 하고 살았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할 수가 있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도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지만, 한편으로 이렇게 오랜 사람들과 별 말 아니더라도 간간히 서로의 소식을 전하며 이야기 나누는 거 자체가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주변사람들 생일을 잘 축하해줘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성격상 자주 만나는 건 에너지가 뺐기지만 그때 우리가 함께 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전해주고 싶다. 그리 특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런 의미에서 생일은 반가워지는 날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카카오톡 생일 선물은..


나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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