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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게 Jun 24. 2021

꽃 구매부터 손질, 관리까지(1)

구매

오래가는 꽃으로 주세요

꽃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요청 중 하나가 ‘오래가는 꽃으로 달라’는 주문이에요. 다른 꽃들에 비해 수명이 상대적으로 긴 꽃이 있기는 하지만 꽃을 산 사람이 얼마나 좋은 꽃을 고르고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는지에 따라 수명이 결정돼요. 이 장에서는 좋은 꽃을 고르고 구매하는 방법과 사온 꽃을 손질하는 방법을 알려드려고 해요. 나아가 꽃의 수명을 최대한 길게 유지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 지식과 몇 가지 팁도 적어볼게요. 그전에 몇 가지 꽃의 특성을 알아 두면 좋아요.


꽃마다 수명이 다르다

꽃에 따라서 피어 있는 기간에 차이가 있어요. 정말 마음에 드는 꽃을 사 왔는데 금방 시들어버려 꽃집 주인을 원망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금방 시들었다고 해서 꼭 싱싱하지 않은 꽃을 산 것이 아닐 수도 있어요. 잔잔하게 피어나고 신비로운 색감이 매력적이어서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예민하고 관리가 까다로워서 꽃집 주인으로서도 판매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꽃들이 있어요. 다양한 꽃을 사서 감상하고 관찰하다 보면 꽃 생김새만 봐도 ‘이 꽃은 좀 예민하겠구나’, ‘손이 덜 가겠구나’ 하는 ‘감’이 생기게 됩니다. 인터넷으로 꽃 이름을 검색해 보고 관리 방법과 특성을 알아가려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여 주세요. 여전히 실패하는 날도 있지만 감이 생기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계절에 따라 수명에 차이가 있다

계절과 수명의 관계에 대한 이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겨울 꽃이 수명이 길고 여름 꽃이 수명이 짧은 편이에요. 계절적인 온도와 습도의 영향이 크기도 하지만 요즘은 실내 냉난방 시설이 잘 되어 있어 반드시 계절 탓이라고 할 수는 없어 보여요. 여름에는 그날 사온 싱싱한 꽃을 판매해도 금방 시들었다고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있어 속상한 일이 간혹 발생하고는 합니다. 꽃집 주인도 수천, 수만 가지 살아있는 꽃들의 마음을 예측하기 어려울 때가 있으니 꽃과 친해질 때까지 조금 여유로운 마음으로 꽃을 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해 기후, 꽃을 재배한 농장에 따라 컨디션이 다르다

장마가 길었던 해에 나온 과일은 단 맛이 부족하고 가격이 올라가듯 꽃과 식물도 똑같이 기후의 영향을 받아요. 장마가 길어져 꽃에 갈색 습이 많을 때도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꽃잎이 물러지기도 합니다. 추위가 길어지면 꽃 가격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냉해를 입어 특정 꽃들이 잘 시장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같은 종류의 꽃도 재배된 농장에 따라 색과 모양, 크기, 수명에 차이가 있어요. 경매장에서 각기 다른 등급이 매겨져 다른 가격에 판매됩니다. 신선 식품과 같이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워요. 기계로 똑같이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어서 더 특별한 것이 꽃이겠죠.


어디서 살까?

좋은 꽃을 보는 눈을 기르면 예쁘게 피고 오래가는 꽃을 고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취향에 맞는 꽃을 골라도 싱싱하지 않으면 예쁜 모습을 보여주기도 전에 안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시들어버릴 수 있어요.

꽃집

집이나 회사 근처에 단골 꽃집을 만들어 두면, 일상 속에서 가끔 들러 힐링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고, 꽃을 소량으로 자주 구매하는 편이라면 꽃집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꽃시장보다 가격이 다소 비쌀 수 있지만 아무 때나 방문할 수 있고, 플로리스트가 우리를 대신해 시장에서 싱싱하고 예쁜 꽃을 골라와, 전문가의 손길로 다듬고, 관리에 매진하며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니까요. 꽃 이름과 관리 방법 등 필요한 조언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꽃시장

서울에는 양재동, 반포 고속버스 터미널(경부선), 남대문에 꽃 도매상가가 위치해 있습니다. 서울에서 먼 곳도 지역별로 꽃 도매상가가 있습니다. 이른 새벽은 도매상인들이 매우 분주한 시간이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내, 해외에서 생화가 입고되고, 경매도 이루어집니다. 이 꽃들을 매대에 진열하고, 전국 화훼 관련 업체로부터 주문받은 꽃을 포장해서 배송을 보내고 나면, 영업시간 전에 꽃시장을 찾은 소매상인들로 분주해집니다.

오전 8시 이후에 방문하면 분주함을 피해 조금은 여유롭게 꽃을 살 수 있습니다. 국산 생화가 입고되는 월, 수, 금요일에는 다른 날에 비해 꽃이 많고 다양한 편입니다. 차분하게 꽃을 고르고 싶다면 화, 목, 토요일에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석가탄신일, 부활절, 크리스마스 등의 종교행사를 앞두고 있거나 졸업식, 어버이날, **데이 등 꽃집의 성수기 기간이면 특히 꽃시장이 사람들로 붐벼요. 주차하기도 쉽지 않고, 꽃 가격도 평소의 몇 배씩 오르기도 하니 날짜를 잘 확인하고 방문하세요.


생화 시장은 오후 1시 내외로 문을 닫습니다. 꽃은 낱개로는 판매하지 않고, ‘단(5-10대 내외)’ 단위로만 판매합니다. 고가이거나 얼굴이 큰 꽃만 ‘대’ 단위로 판매합니다. 대량 구매가 아니라면 도매 시장에서 가격 흥정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넷

요즘 택배 배송을 기반으로 구독 서비스나 농장 직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눈으로 보고 살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유통 마진이 줄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좋은 꽃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주문이 더 익숙하고 편안하다면 자신과 잘 맞는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떻게 고를까?

채소를 고를 때와 비슷해요. 우선 취향에 맞는 꽃을 선택하고, 꽃 얼굴에 상처는 없는지, 너무 피지는 않았는지, (물통에 꽂혀 있는 경우에는) 줄기 끝이 무르지는 않았는지 살핍니다. 장미는 꽃 바깥쪽에 떡잎이 달려 있는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줄기가 길고 두꺼울수록 시장에서 정의하는 ‘좋은 꽃’에 속합니다. 꽃시장에 갔다면 줄기 아래 부분을 잡고 조심스럽게 한 단 들어 보세요. 꽃 잎이 우수수 떨어지거나 줄기나 잎이 노랗게 변한 것은 피해 주세요. 초록색 잎이 달려 있고, 단단하고 풍성한 느낌이 드는 것을 고르면 됩니다. 꽃 얼굴을 잡거나 진열대에서 꽃을 여러 번 넣었다 빼면 꽃 얼굴이 손상되거나 줄기가 꺾여 상품 가치가 떨어질 수 있으니 될 수 있으면 눈으로 보고 만질 때에는 조심해서 다루어야 합니다. 자주 다니는 꽃집이 있다면 꽃집 주인에게 최근에 들어온 꽃으로 추천받는 것이 좋아요.

줄기와 잎이 초록색이면서 상처가 없고 싱싱한 상태의 꽃

같은 꽃도 얼굴 크기, 가지 길이, 색상, 아름다움, 희소성, 품질 등에 따라 등급과 가격대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예쁘고 좋은 것은 비싸다는 진리는 꽃에도 해당됩니다. 무조건 좋은 꽃을 사는 것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꽃, 내 예산에 맞는 꽃을 고르면 됩니다.

취향에 맞는 꽃

오랫동안 꽃집 일을 하다 보니 사람마다 예쁜 꽃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많은 남자 손님들에게는 빨간 장미와 안개꽃이 최고의 꽃이 되고, 어떤 손님에게는 야생화처럼 하늘하늘하고 자유로운 꽃, 어떤 손님에게는 단정하고 풍성한 꽃, 어떤 손님에게는 묵직하고 빈티지한 색감이 도는 꽃이 '예쁜 꽃'이더라구요. 집 안에 둔 꽃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내 기분 좋아질 수 있도록, 추천받은 싱싱한 꽃 중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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