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익선(多多益善)은 마치 화병에 해당하는 말인 듯합니다. 유리, 도자기, 빈티지 화병 등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체형에 맞는 옷을 골라 입을 때 사람이 더 돋보이는 것처럼 줄기의 길이와 모양, 두께, 꽃 양에 따라 특성에 맞는 화병을 선택해 사용하면 꽃이 가진 매력을 더욱 살릴 수 있어요.
틈틈이 모양과 크기가 다른 유리 화병을 하나씩 구매해서 늘려 나가면 꽃을 꽂을 때 화병 때문에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유리 화병은 시중에서 구하기가 쉽고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유리 너머 비치는 깨끗한 물과 초록색 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고 청량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물을 갈아주어야 하는 시기를 빨리 알아챌 수 있어 관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유리 소재가 아니더라도 정말 마음에 드는 화병이나 소장 가치가 있는 화병을 발견했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사 두었으면 합니다. 주머니는 가벼워지더라도 마음만은 풍족해지는 기분이 들면서 화병을 볼 때마다 꽃을 꽂아주고 싶은 마음이 샘솟을지도 모릅니다.
세라믹이나 메탈 소재 화병, 빈 와인이나 음료수 병, 화장품 병, 그릇, 물컵 등의 식기, 빈 생수병도 화병이 될 수 있습니다. 물과 꽃만 담을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화병을 다양하게 갖고 있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는 경우를 대비해 활용도가 높고 가장 유용한 화병을 몇 가지 추천하려 합니다.
마음먹고 찾아보면 집 안 어딘가에서 유리 화병 한 두 개씩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사두었거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꽃 선물로 받은 일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원통형 화병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은 양의 꽃을 꽂을 때는 화병 입구의 지름이 작은 것 즉, 좁은 화병이 좋아요. 높이가 다른 것으로 1-2개 정도 가지고 있으면 활용도가 높습니다. 높이가 30cm 이상 되는 높은 화병은 길고 가는 가지나 카라, 거베라처럼 라인이 길고 멋진 꽃을 꽂기에 적당합니다.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나팔 모양 화병은 꽃의 양에 상관없이 활용하기 좋아요. 화병 입구 지름이 커서 튤립이나 히야신스처럼 줄기가 두꺼운 꽃을 꽂기 좋고, 가지와 잎이 많아 부피가 큰 생화를 꽂기에도 적당합니다. 꽃 양이 적을 때에도 화병 벽에 기대어 놓으면 됩니다. 꽃집에서도 크기별로 두고 쓰는 없어서는 안 될 화병입니다.
낮은 화병에는 자투리 꽃과 가지를, 중간 높이 화병에는 풍성한 꽃을, 높은 화병에는 줄기가 긴 꽃을 꽂아 놓습니다.
제가 ‘목에서 잡아주는 화병’이라고 표현하는 화병입니다. 굴곡이 있는 화병은 나팔 모양 화병과 함께 가장 활용도가 높습니다. 어떤 형태의 굴곡이든 상관없되 좁아지는 부분이 있으면 꽃을 꽂기가 한결 쉽습니다. 입구가 넓고 높이가 낮은 원통형 화병이나 동그란 유리볼 화병은 알고 보면 정말 사용하기 어려운 디자인이에요. 생각보다 꽃이 많아야 그럴듯한 디자인으로 표현되고, 꽂는 과정에서 꽃들이 자꾸 움직여서 사용 난이도가 높습니다.
화병을 구매할 때 나팔 모양이나 굴곡이 있는 디자인으로 고르면 수월하게 꽃 생활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빈 파스타 소스 병이나 물 병, 저그 같은 것들을 활용해 보세요.
Tip. 화병 너비(지름)보다 높이가 높을수록 적은 양의 꽃을 꽂기가 쉬워집니다.
화병 입구가 호리병처럼 좁은 디자인으로 목에서 잡아주는 화병에 속합니다. 꽃 한, 두 대를 꽂아 두기에 적당해서 화병이 하나도 없을 때 처음 갖는 화병으로 좋아요. 일상에서는 빈 와인 병이나 화장품 병 등을 찾아볼 수 있겠네요.
저는 꽃을 꽂으면서 잘라낸 가지나 꽃 봉오리, 꺾인 꽃 등 자투리 꽃을 미니 화병에 나누어 담고는 합니다. 계절의 에너지를 모아 힘들게 피워낸 꽃을 무심하게 버리기보다는 미니 화병에 나누어 꽂아 선반이나 테이블 곳곳에 하나씩 놓아두세요. 작은 화병이지만 의외로 공간에 큰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꽃을 꽂은 미니 화병을 모아 테이블에 그룹핑(Grouping)해 올려 두면 그럴듯한 테이블 장식이 되기도 합니다.
높낮이와 모양이 다른 미니 화병들을 수집하는 일도 소소한 즐거움을 줍니다. 빈티지 잉크병, 시약병을 모으거나 다 쓴 식료품 용기 중 예쁜 것을 버리지 말고 활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