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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게 Jun 09. 2021

[봄] 꽃 달린 나무 가지(2)

목련, 조팝나무

목련

이른 봄, 겨울 추위가 아직 남아있을 때 봄이 왔음을 알리는 듯 목련 나무의 쓸쓸한 갈색 가지에 꽃 눈이 돋아납니다.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영어 이름은 세련된 분위기의 ‘매그놀리아(Magnolia)’입니다.

 

어렸을 적, 학교 근처 길 모퉁이에 있는 어느 집 담벼락을 넘어온 커다란 나무에 핀 흰 꽃을 보았습니다. 신비롭고 우아한 모습에 묘하고 벅찬 감정이 들어, 집으로 가는 지름길을 두고 그 꽃을 보려고 일부러 모퉁이 길로 돌아서 다녔습니다. 며칠 뒤 집에 가는 길에 꽃 잎이 우수수 져 바닥에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과 슬픔의 감정이 동시에 몰려왔더랬죠. 사람들 발에 밟혀 짓이겨진 꽃잎은 조금 처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나중에 그 나무가 목련인 것을 알게 되었고, 목련은 한동안 제 마음속 제일 좋아하는 꽃 1순위였습니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후드득 땅으로 떨어져 버려서 ‘고귀함’이라는 꽃 말을 가진 것도 같습니다.


목련은 잎보다 꽃이 먼저 돋아나고 개화 기간이 짧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흰색과 자주색 목련을 주로 볼 수 있어요. 목련처럼 꽃 잎이 두껍고 폭신한 질감을 가진 꽃들이 주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있습니다. 대신 꽃 잎이 잘 꺾이고 상처도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

                                                                       
 화병 선택

목련은 가지 아래쪽부터 사방으로 뻗은 곁가지가 많습니다. 목련 여러 대를 꽂을 때에는 위로 넓어지는 나팔형 화병을 사용하고, 1대를 꽂을 때에는 호리병 모양 화병이나 입구가 좁은 화병을 선택하면 쉽게 꽂을 수 있습니다.


꽃을 감싸고 있는 껍질에는 털이 나 있습니다. 이 껍질이 벗겨져 떨어지고 나면 꽃이 피어납니다. 꽃이 피기까지는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꽃이 한 번 피고 나면 1-2일 이내에 빠르게 꽃이 집니다. 이어서 다른 꽃들이 피어나니 너무 실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팝나무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4-5월이 되면 잎과 꽃이 풍성하게 달린 조팝나무가 나옵니다. 집 주위 생울타리나 도로변, 공원에 군락 지어 피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꽃이 핀 모양이 튀긴 좁쌀을 붙여 놓은 것 같아서 조팝나무라고 이름 지어졌다고 해요. 선이 길고, 꽃이 수북이 핀 자태가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웨딩과 넓은 공간 장식에 많이 쓰입니다. 조팝나무 뿌리는 아스피린 같은 해열제 원료로 쓰인다고 하니 여러 모로 가치가 있는 나무입니다.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는 설유화와 달리 조팝나무는 잎이 풍성하게 돋아난 가지에 좁쌀 같은 수많은 꽃봉오리가 맺힙니다. 설유화의 매력이 하늘로 뻗어 나가는 가지라면 조팝나무의 매력은 폭포수처럼 늘어지는 긴 가지입니다. 조팝나무는 관리가 까다롭지 않고, 설유화와 같은 방법으로 손질하면 됩니다. 개화기간도 긴 편이어서 꽃이 봉오리 상태일 때 조팝나무를 데려왔다면 꽤나 오래 조팝나무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참조: 꽃 달린 나무 가지 설유화 편

https://brunch.co.kr/@ekw/9

Tip.

조팝나무는 설유화보다도 꽃이 많은 편이에요. 꽃이 질 때에 마치 눈이 내리듯 무수히 많은 꽃 잎이 떨어집니다. 화병은 꽃 잎을 쓸어 담기 좋은 곳에 놓아주세요. 꽃이 지기 시작할 때 가지를 잡고 흔들어서 꽃 잎을 털어내면 수시로 꽃 잎을 쓸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꽃잎 떨어지는 것이 싫다고 설유화나 조팝을 피하기에는 매력이 정말 많은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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