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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게 Jun 03. 2021

[봄] 꽃 달린 나무 가지(1)

설유화, 라일락

길에서 주워 온 봄 색상들

생화 중에서도 봄에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꽃이 달린 나뭇가지입니다. 봄 꽃시장에는 산수유, 동백으로 시작해서 목련, 매화, 설유화, 벚꽃, 산당화, 라일락, 조팝 등 꽃 봉오리가 촘촘히 달린 가지들이 이어달리기하듯 쉴 새 없이 나옵니다.  정원이나 마당에 꽃 봉오리가 맺힌 나뭇가지를 조금 꺾어 화병이나 컵에 꽂아 놓는 것만으로도 공간이 화사해져요.


처음에는 재미없는 갈색 가지로만 보이지만, 금 새 작은 봉오리가 터지고 꽃들이 피어납니다. 먼저 핀 꽃이 먼저 지고, 다시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합니다. 꽃이 모두 지고 나면 초록 잎이 돋아납니다. 이 과정을 꽤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어요. 얼굴이 크고 화려한 꽃은 어느 때나 구할 수 있지만 잔잔한 꽃이 달린 나뭇가지는 봄이 지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Tip.

겨울 추위가 여전히 지속되는 1-2월부터  달린 나뭇가지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때  가격은 비싼 이에요. ‘기름 때서 키웠다 표현하는 하우스 재배로 미리 출하된 꽃입니다. 생화 시장의 계절은 패션처럼  시즌 앞서 갑니다. 진짜 봄이 오면 노지에서 재배한 꽃들이 나오고 가격도 다소 어지니까 조금 기다려도 좋아요.


화병 선택

꽃이 가진 장점을 살려서 꽂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라인이 멋진 꽃들은 줄기가 가진 곡선을 감상할 수 있도록 길이를 최대한 줄이지 않고 길게 꽂아주면 좋아요. 긴 가지를 받쳐 세울 수 있는 좁고 높은 화병이나, 목에서 잡아주는 화병을 고릅니다.

비율

담는 것과 담기는 것의 비율도 정말 중요해요. 화병은 높은데 꽃을 짧게 자르면 답답해 보이고, 화병이 작은데 과하게 많은 꽃을 꽂게 되면 가분수처럼 보여 시각적인 안정감이 떨어지고, 자꾸 어딘가 어색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화병:꽃(화병 제외)의 비율은 1:1에서 1:1.5 정도일 때 무난하게 균형이 맞아 보입니다.

자르기

전지가위나 꽃가위를 사용해 줄기를 사선으로 잘라 주세요. 도구가 없으면 나뭇가지를 원하는 길이로 부러뜨린 후, 문구용 커터 칼을 사용해 연필 깎듯이 가지 겉면을 벗겨 주시면 됩니다.

① 가위 사용 방법

② 커터칼 사용 방법

Caution.

커터 칼로 줄기를 깎을 때에는 몸 안쪽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사용해 주세요.

Tip.

생화 줄기를 버릴 때에는 쓰레기 봉투가 찢어지지지 않도록 줄기를 10cm 이하로 절단해서 일반 쓰레기 봉투에 리면 됩니다.


설유화

꽃시장에 설유화가 보이기 시작하면 ‘이제 봄이 오려나 보다’ 해요. 차로 고속도로나 국도를 달리다 보면 공원 둘레길이나 도로변에 마치 흰 눈이 쌓인 듯한 가지들이 군락 지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조팝나무로 오해하는 설유화는 엄밀히 말해 가는 잎 조팝나무입니다. 마당에 심으면 매년 봄마다 성실히 꽃을 피워내는 강인함도 가지고 있어요. 설유화는 단정하고 곧은 갈색 외대 가지로부터 공중으로 파도가 치는 듯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잔가지 라인이 여성스럽고 멋집니다. 가는 가지 몇 가닥만 긴 화병에 꽂아 놓아도 공간을 몽환적으로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꽃이에요. 은은하게 퍼지는 향까지 더해져 좋아하지 않을 수 없어요.


흰색 꽃이 피는 설유화가 일반적이지만 핑크색 꽃이 피는 홍 설유화는 또 다른 나무 같은 매력이 있어요. 설유화 꽃이 지면 초록 잎이 돋아납니다. 초록 잎이 돋아나는 것까지 지켜보다 보면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Tip.

작은 꽃이 많은 만큼    잎이 많이 떨어지는 이에요.  잎을 쓸어 담기 좋은 곳에 화병을 놓아주세요. 가지를 흔들어서 시든  잎을 털어내면 떨어지는  잎을 치우는 노력을 줄일  있습니다.


라일락

매혹적인 향기로 알려진 라일락 나무는 4-5월에 꽃이 피어납니다.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 향수에서 날 법한 표현할 수 없이 좋은 향이 느껴져 주변을 살펴보면 라일락 나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나무가 꽤 거리가 있는 곳에 있는 경우도 있을 만큼 풍성하게 꽃을 피우고 향도 진한 편이에요. 꽃이 봉오리 상태일 때에는 진보라 색이었다가, 연보라색으로 꽃이 피어납니다. 흰색 라일락과 미니 수종인 미스김 라일락도 있습니다.


미국 식물학자가 우리나라 자생종인 수수꽃다리 씨앗을 가져가 재배와 개량에 성공해 미스김 라일락으로 이름 붙이고, 이후 개량을 거듭해 라일락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원산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지금은 유럽 정원수로 널리 알려져 한국에 역수입되고 있다고 하니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이라는 낭만적인 꽃말을 가져서 그런지 사랑에 대한 추억을 담은 노래에 라일락이 많이 등장하기도 해요.

물 올리기

라일락은 물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수국이나 물망초, 헬레보루스처럼 물을 좋아하는 꽃들은 물 올리기에 신경을 써주어야 합니다. 물을 잘 먹지 못하면 금방 시들어버릴 수 있어요. 물이 한 번 잘 오르고 나면 공을 들인 만큼 꽤나 오랫동안 예쁜 모습을 보여주니 겁내지 말고 아래 방법에 따라 물 올리기를 시도해 보았으면 합니다.

사선/십자 자르기: 전지가위를 사용해 줄기를 최대한 사선으로 잘라줍니다. 양면으로 사선 자르기를 하거나, 세로 방향으로 십자 홈을 내면 물에 닿는 면적이 늘어나 물을 더 잘 흡수합니다.

망치로 두드리기: 전지가위가 없거나 줄기가 너무 두꺼운 경우, 줄기를 사선으로 자른 후 가지를 내려놓고 망치로 두드려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도록 합니다.

스프레이 하기: 분무기로 잎과 꽃에 물을 뿌려 줍니다. 보통은 꽃 얼굴에 물이 묻으면 쉽게 물러지기 때문에 물을 좋아하는 꽃에만 스프레이를 해주니 주의해야 합니다.

가지 제거하기: 아래쪽 물이 닿는 부위에 난 잎과 가지를 깔끔하게 제거합니다. 잎이 너무 많으면 줄기 끝까지 물이 잘 오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잎을 일부 제거하면 꽃이 오래 피어 있는데 도움이 됩니다.

Tip. 충분히 자라지 않은 아주 작은 봉오리는 꽃이 피지 않고 시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화병에 꽂기

꽃집에서는 오아시스로 알려져 있는 플로랄 폼(Floral Foam)을 사용해 쉽게 꽃꽂이를 하지만 가정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재료이기도 하고, 미세 플라스틱을 발생시켜 환경에도 좋지 않습니다. 집에서도 쉽게 활용해볼 수 있는 꽃꽂이 팁을 알려드릴게요.


여러 대의 꽃을 꽂을 때에는 다 같은 길이로 자르기보다 조금씩 다른 길이로 잘라 꽂아주면 높낮이가 생겨 입체적이고 리듬감 있는 화병 꽂이가 완성됩니다. 짧게 자른 꽃이 다른 가지를 받쳐주는 역할을 해 더 쉽게 마무리할 수 있어요.

미스김 라일락

화병 입구가 너무 넓어 꽃을 꽂기가 어려울 때에는 격자 모양으로 셀로판테이프를 붙여 보세요. 어렵다고 느껴질수록 촘촘하게 붙여 주세요. 잎이 많이 달린 나뭇가지를 짧게 잘라 빽빽하게 꽂아준 다음에 꽃이 달린 긴 가지를 꽂는 방법도 있습니다. 먼저 꽂힌 빽빽한 나뭇잎과 화병 속에 교차된 나뭇가지가 긴 가지가 쓰러지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지지해 줍니다.

꽃이 지고 나서도 둥글고 귀여운 잎을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잎이 오랫동안 지지 않고 남아 있다면 물에 잠긴 가지에 뿌리가 자란 것일 수도 있어요. 이 가지를 화분이나 땅에 옮겨 심어주면 우연히 라일락 나무 물꽂이 번식에 성공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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