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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원 Feb 08. 2023

연희동에서 발견한 동질감 (feat. 진미)

등갈비 튀김, 쯔란 오징어, 마파두부, 군만두, 유니짜장, 우육면

사람들의 속 내를 도통 모르겠다.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들어봐도 대개 크리스마스 선물만큼이나 실제 내용물 보다 과하게 화려한 상태로 포장 돼 있는 경우가 많다. 포장과는 전혀 다른 내용물이 들어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예측력이 둔한 탓에 있으나 마나한 레이더는 꺼놓고 최악의 순간을 대비하는 군인처럼 할 수 있는 눈앞의 것들에 집중한다. 아무리 대비해도 늘 누수가 생기는 건 막을 순 없지만. 침대에서 밤새 뜬 눈으로 사소한 눈짓이나 입 밖으로  뱉어지는 조사들 까지도 곱씹어가며 해독하는 일은 그만하고 싶다. 치열하게 상대가 보내는 신호를 해독하기보단 내 마음을 우선해 행동한다.(이기적이지 않는 선에서)


기분이 좋은 경우엔 길거리에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거나 농담인지도 모를 농담을 계속해서 던지고(애석하게도 평소 표정이 다양하지 않은 탓에 대부분의 농담은 불발탄 마냥 터지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고개만 갸우뚱하게 한다) 또는 삐뚤빼뚤한 글씨체임에도 기어코 편지를 적어 마음을 건넨다.



옆 자리에서 고량주로 인해 상기된 목소리들이 오간다. 집 장만에 관한 이야기, 직장에 붙잡힌 탓인지 용기가 부족한 탓인지 모를 못 다 이룬 꿈에 대한 이야기, 그토록 원했던 안정적인 가정과 동시에 무거워지는 결혼의 이야기 그리고 간헐적인 침묵 사이 새어 나오는 술과 음식에 대한 반응


끽해야 우리 보다 4~5살 정도 많아 보이는 그들의 눈빛과 침묵은 우리와 닮아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같았다. 술과 맛있는 음식으로 느슨해져 버린 탓인지 포장 사이로 진심이 보였다. 보지 않으려 해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테이블이나 우리 테이블이나 메뉴는 달라도 맛있는 음식이 놓여있었고 이에 대한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큰 노력 없이도 동질감을 느꼈다


말로만 듣던 팔선의 등갈비 튀김과 같은 메뉴가 있다 진미에는.

디테일이야 다르겠지만 모두의 반응은 비슷하지 않을까 아니 같지 않을까



*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250의 로얄블루 라는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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