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냐, 아란치니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입술을 꽉 깨문다.
인상을 쓴다.
숨을 쉬거나 침대에 드러누워 있거나 음식물을 씹는
등의 기계적 행동을 제외하면 약간이라도 신경이 더해지면 내 몸은 어김없이 긴장한다.
기분이 어떤지 묻거나 지난 주말에 뭐 했냐는
간단한 질문에도 구형 컴퓨터의 냉각팬이 요란한 소릴 내듯 이마와 입술은 좀처럼 가만히 있질 못한다.
긴장하지 말고 여유 있게 라는 명령어는 이미 무거운 머릿속에 짐 하나를 더 얹어놓을 뿐이다
점점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가며 고려해야 할 변수 역시 많아지고 시름은 깊어지고 건조해져 간다.
좀처럼 긴장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다.
세상 모든 공간을 내 안방으로 삼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상황에 대해
이미 리허설을 끝마친 듯 명쾌하다.
나름의 리듬감 마저 느껴진다.
캘빈 해리스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같은 음악을 상시로 틀어둔 듯
깊이가 없다거나 요란하다 따위로
시기 어린 질투도 하곤 했지만
옆에서 보고 듣고 있자면 즐겁다
나도 모르는 새 흥얼거리고 있다.
물론 코 언저리까지만 들릴 정도의 낮은 볼륨으로
여유 없는 영업사원처럼 이곳저곳 방문하던 이는
브레라의 파스타를 맛보곤 입꼬리가 흥겨운 듯 올라갔다.
*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Calvin Harris의 Feels란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