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스지된장전골
나이가 들 수록 점점 가늘어지는 팔, 다리만큼이나
주위를 둘러싼 것들도 점점 얇아지고 세밀하게 다가온다.
막연히 덩어리로만 알았던 것이
복잡하게 실타래처럼 묶여있던 끈들의 다발이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한 올 한 올 제 주장을 하는
점차 다친 상처를 실 눈이나 곁눈질 없이 바라보고
소독약을 바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개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그래선지 가끔 아무 고민 없이 '그냥'이라고 내뱉는
상대를 보고 있자면 같은 타임라인을
지나온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곤 한다.
한편으론 그 가벼움이 부럽기도 하고
디테일의 다발을 보고 있자면
보는 것만으로도 지치는 탓인지
오래된 사람들은 늘 심각하고 피곤해 보인다.
너무 촘촘한 것들로 쌓아 올린 현재의 벽엔
기대나 상상, 실망 따위가 스며들 틈이 없다.
아주 놀랄 게 없는 디테일의 삶
'차라리 한데 묶인 덩어리였을 때가 좋았으려나 ‘
가끔은 아주 가끔은 취기 탓에
모든 것이 흐려져 보인다.
다발이 아닌 덩어리로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 아주 놀라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찬다.
취기 때문만은 아닐 테지
우정의 메뉴는 그냥 좋음이다.
그날의 뿌옇게 찍힌 음식 사진도
시답지 않은 대화도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공원도
아 그리고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그 춤도
참 실없이
*그날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Jamiroquai의 Space Cowboy라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