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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원 Nov 20. 2023

불만 많은 생태와 오토파일럿(feat. 더티스낵)

더티버거, 돼지버거, 더티스낵 박스

한때 햄버거 병을 심하게 앓아

나름 유명한 버거집들을 유난히도 쫓아다녔다.


해외에 나가는 경우에도

해당 지역의 이름난 버거집을 늘 들리곤 했다.

(거창하게 썼지만 그래봤자 두 번 정도다)


처음에야 맛있는 버거를 위해선

무엇이든 할 기세였지만

버거를 베어문 채 콜라로 넘겨 내는

행위를 수십 번 반복하다 보면


질긴 풀을 씹어먹는 양처럼

기계적으로 저작운동을 하게 된다.

아주 놀라울 것도 없이 입 안에 주어진 것을

반복적으로 하지만 확실히 잘게 부수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아쉬운 점을 찾기 시작하고

어째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다소 허무한 결말에 다다른다.



빵은 빵

패티는 패티

소스는 소스


생각의 셔터는 내리고 오토파일럿이 켜진 듯

앞에 있는 것만 인지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오토파일럿에게 사과해야 할 정도로 단순한 과정이다.


그 뒤론 햄버거에 대해선 영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입에 넣기 전부터 대충 예상이 갔고

때론 이미 맛본 것 마냥 착각하기도 했다.



비단 햄버거의 얘기만은 아닌 듯하기도 하고

점차 냉동실에서 얼려지는

불만 많은 생태가 이런 상태려나


따지고 보면 A와의 대화도 아쉬워갔다.

내가 입을 떼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생기를 잃어버리는

네 오토파일럿 기능을 보자니

참 정교해서 매정하단 생각도 들었다.



불시에 치였다.

더티스낵의 버거에게

하마터면 냉동실에서

그대로 동태가 될뻔한 생태가


긴장감을 주던 더럽게 맛난 버거는

그날 유달리 치열하게 즐거웠던 대화의

도화선이었으려나

(더티 스낵은 옳다. 더티 스프레이와는 다르게)


*식당의 분위기와 잘어울리는 Dr. Fonk란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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