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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Oct 16. 2018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틀렸다

21세기의 아리스토텔레스와 코페르니쿠스

인류의 과학에 관한 이야기는 '2,6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어느 따뜻했던 봄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쉘든 버전)

과학의 선지자였던 탈레스 이후 여러 현인이 출현했고, 이윽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 학문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토대를 마련하기에 이른다.

그리스, 로마 문명이 쇠퇴하고 한동안 중세 암흑기를 거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 이론은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 마냥 자리 잡았고, 종교와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그의 '천동설'은 무려 이 천년 가량 천문학 발전을 막아왔다. 한 명의 위대한 학자가 인류에게 큰 공헌을 했지만, 오히려 일부의 이익을 위해 오용되면서 과학 발전을 저해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될만한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바로 칼 세이건 박사의 『코스모스』다. 지금은 고인이 된 세이건 박사는 '생명이 넘쳐나는 우주' 이론으로 대중의 관심을 우주로 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 나 역시도 코스모스를 보면서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웠고, SETI 계획으로 언젠가는 영화 <콘택트>처럼 애로웨이 박사가 출현해서 외계인과 교신하여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것이라 믿었다.

현실은 어떠한가? 이미 SETI 계획은 폐기 직전의 실패한 프로그램이 되었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끊겨서 민간 모금에 근근이 연명하는 처지가 되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서점에 가보면 여전히 『코스모스』가 바이블처럼 과학코너를 독식하고 있고, 티브이에 나오는 유명 과학자들마저 외계인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대부분 과학적 진실은 우리에게 늘 거북한 것이었음을 잊지 말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완벽히 입증된 것은 뉴턴이 중력을 발견하면서였다. 그 뒤로 무려 300년 넘게 흘렀음에도 여전히 천동설의 영향력은 남아있다. 인공위성의 출현에서 비롯된 인터넷 덕분에 SNS가 급속히 퍼졌음에도 고대의 무지한 집단지성은 오히려 진화해서 '아폴로 음모론', '지구 평평설'이 급속히 세를 확대하고 있다.

인간은 수십만 년 전의 동굴 생활보다 평균 지능은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다. 그저 극소수의 천재, 영재들이 과학 발전을 이끌어오면서 여기까지 왔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칼 세이건 박사를 비롯한 '긍정적 우주론자'들이 주장한 이론에 따라 과학자들은 우주로 눈을 돌려 샅샅이 탐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우주는 공허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그래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시공간에서)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은 극히 낮다."라고 말한다. 속상하지만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과학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라. 이런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과학자들마저 대중 앞에서는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과학을 빙자한 유사과학이 판을 치고 있는 게 한국의 실정이다.


어느 한 사람에게 절대적 권위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지성은 필연적으로 퇴보한다. 그것이 당사자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그를 우상시해서 이익을 얻으려는 자칭 제자들이 출현하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 박사가 만약 살아서 한국에 온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거짓 우상을 모두 파괴하라!"


난 칼 세이건 박사를 존경하고, 지금도 『코스모스』를 사랑한다. 그렇지만 과거의 향수로 남아야 할 희대의 명서를 바이블처럼 만들려는 이들은 과학을 빙자한 장사꾼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를 말하는 이들은 인류 역사상 늘 있어왔고, 그것은 종교의 영역에 속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과학에서 절대적 진리를 말하는 이는 과학자인가? 아니면 종교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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