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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Sep 12. 2018

큐브샛, 희망인가? 재앙인가?

<그래비티>는 허구가 아니다

최근 우주 분야에 새로운 아이템으로 각광받는 큐브샛(직경 40x10cm 미만, 중량 5kg 이하 위성)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습니다. 작년 2월에는 인도의 PSLV 발사체가 무려 104개의 위성을 한꺼번에 쏘아 올려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금년 1월에는 우리나라의 과기정통부의 지원을 받는 큐브샛 4개도 PSLV로 발사되었죠. 스페이스X는 조만간 120개가 넘는 큐브샛을 팰컨 9 로켓으로 발사할 계획이고, 수백~수만 개 단위의 큐브샛(또는 초소형 위성)을 띄워서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는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로 배출된 큐브샛 (Credit: NASA)


큐브샛, 과연 미래의 희망일까?


지난 1월, 한국의 큐브샛들과 함께 인도 PSLV로 발사되었던 스페이스BEE 라는 미국 우주 스타트업의 큐브샛 4개가 있었습니다. 전직 JPL, 구글의 기술자였던 사라 스팽글러가 설립한 스웜 테크놀러지스(Swarm Technologies)의 위성 인터넷 사업모델 실험 모델이었죠. 각각 10x2.8cm에 불과한 스페이스BEE는 앞으로 100개 이상 발사해서 인터넷이 안되는 오지에 새로운 사업을 펼치려는 구상입니다.

그런데 발사 2개월 후,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서 통보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당신의 업체는 규정을 위반했으니 당분간 위성 발사 신청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미국 내 모든 민간 위성 발사는 FCC에서 관할하는데요, 스팽글러는 이미 위성 발사를 신청했습니다. 당연히 통과될 줄 알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이 계속 보류되었죠. 큰 탈이 없겠다 싶어서 인도로 가서 큐브샛을 발사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FCC는 스웜 테크놀로지에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습니다. FCC가 스페이스BEE의 발사를 주저했던 이유는 그 뒤에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FCC는 미국의 위성 감시 시스템(미 공군 산하)으로 추적하기 곤란한 스페이스BEE는 우주 충돌사고 위험 등이 있어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이것은 우주 패권을 노리는 미국으로서도 더 이상 무분별한 큐브샛 난립을 좌시할 수 없다는 첫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미 880개의 위성을 쏘려던 새로운 이리듐 계획, 스페이스X가 구상하는 수만 개의 군집 위성 인터넷 계획 등에도 경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럼 왜 FCC가 큐브샛에 대해 제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큐브샛, 정말 재앙이 될까?


현재 우주 공간에는 활동 중인 1,800개의 위성, 수명을 다한 4,700개의 위성, 그리고 발사체 등의 온갖 파면이 2만 9천 개 이상 있습니다. (미 공군이 파악, 추적하고 있는 수치. 더 작은 것까지 합치면 10만 개 이상이라는 추정) 그런데 일 년 사이에 큐브샛만 400개 이상 발사돼서 활동 위성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앞으로는 연간 1만 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네요?


큐브샛은 원래 낮은 고도(100~200km)로 위성이 비행하면 고작 몇 개월 버티기도 어려워서 고가의 인공위성으로 탐사 업무를 수행하기 곤란했던 것을 보안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기능은 미약해도 훨씬 작고 값싼 소모성 위성으로 탐사하면 금세 추락해도 별 손해가 아니라서요.


그런데 점차 전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큐브샛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고, 아예 대량 군집 위성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마치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만,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모든 정규 위성은 지상 통제(추적, 관제)를 받으면서 자체 추진력으로 궤도를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만약 위성 연료가 떨어지면 죽은 위성이 되기 때문에 안전한 궤도로 이동시키거나, 아예 지구로 추락시켜서 불필요한 우주 쓰레기 신세가 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물론 수많은 위성이 이런 최소한의 조치도 못 취하고 죽어있긴 합니다만, 아무튼 우주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이런 노력이 필요합니다.


큐브샛은 현재까지 100% 추진력이 없습니다. 큐브샛용 추진장치가 개발되고 있다지만, 글쎄요... 로켓 공학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그게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고개부터 갸웃할 겁니다. 게다가 큐브샛은 작아서 추적, 통제가 제대로 안됩니다. 만약 궤도상에 다른 위성과 충돌 위험이 있어도 정규 위성들처럼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우주를 초속 7.8km 속도로 날아가는 눈먼 총알입니다. 재수 없이 거기에 맞으면 우주정거장 모듈 한 개 정도는 아작날 파괴력을 지녔습니다.


심지어 현재까지 발사된 큐브샛의 1/3은 우주로 나가자마자 통신 두절 상태입니다. 제대로 우주 환경시험도 안 거치는 판국이라 수명은 말할 것도 없죠. 한마디로 인도의 PSLV가 쏘아 올린 수백 개 큐브샛 중 상당수는 그저 위성 궤도에 산탄총을 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 대에 수천만 원씩 받고 산탄총 쏴주는 거 괜찮은 사업이네요. 그럼 언젠가 누군가는 그 눈먼 총탄에 맞고 비명을 지르게 됩니다.


FCC와 스팽글러의 사례에서 봤듯, 미국은 이미 이런 미래에 대해 염려하는 것 같습니다. 인도는 돈 벌 욕심에 무한정 큐브샛 쏴댈 테고, 그 피해는 우주 패권국가를 꿈꾸는 미국이 가장 많이 받게 됩니다. 아마도 조만간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나라들(한국 포함)에도 큐브샛 발사에 대한 강경한 제한 조치를 요구할지 모릅니다.

아마도 FCC가 큐브샛 발사를 승인하려면 이런 제한 조건을 내세울 것 같습니다.


1. 미 공군의 위성 추적 시스템과 연계해서 자기 위치를 알릴 수 있을 것.

2. 유사시 궤도 기동을 위한 추진력을 갖출 것.

3. 위성 궤도를 지구에 빠른 시간 내로 추락할 수 있는 고도 300km 이내로 할 것.


400~800km에 뿌려지는 큐브샛의 경우에는 2번까지는 그렇다 쳐도, 특히 1번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특별한 위치 송신, 관제 기능이 없는 학술, 개인 큐브샛은 아마도 3번이 유력해 보입니다. 그러면 몇 개월 내로 자연 추락하니까요.


스팽글러의 스페이스BEE는 500km 고도의 SSO(태양 동기궤도)에 살포(??) 되었습니다. 앞으로 8년 뒤에 지구로 추락한다고 FCC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스팽글러는 왜 자신에게 이런 불운이 닥쳤는지 절망하고 있지만, FCC의 금지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답니다. 그는 한마디로 "시범 케이스 걸려서 조땐거임!"


이 소식은 이미 미국 내 큐브샛 사업을 구상하던 모든 업체에 알려져서 경종을 울렸다고 합니다.

큐브샛은 현재 상태로는 필연적으로 미래의 재앙이 되어서 <그래비티>처럼 우주 재난을 발생시킬 겁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각국 정부와 우주 기구, 그리고 발사체 업체들의 공조 협력이 필요합니다.



- 엘랑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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