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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05. 2017

Prologue

지구별을 떠나려는 이들을 위하여

이 글을 진지하게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가까운 미래에 우주로 가고자 하는 의욕에 넘치는 우주여행자의 자질이 충분할 것이다. 우주는 지금 우리 머리 위로 100km만 올라가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고작 서울-세종의 거리에 불과한데, 인류 역사상 우주에 다녀온 사람은 단지 558명뿐이다. 그나마 대부분 각국 정부에 소속된 군인이나, 전문가들이다. 평범한 민간인 우주여행객은 여태껏 십여 명이 채 안된다. 하지만 곧 본격적인 민간인 우주여행 상품이 봇물을 이룰 것이며, 빠르면 2018년부터 여러 우주항공사들이 호객 행위를 시작할 것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장에서, 베타테스터 호갱님이 되지 말자.


새로운 첨단 제품이 나올 때마다, 많은 고객들은 앞장서서 베타테스터가 되길 자청했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애물단지가 된 제품을 바라보며 제조사를 원망하곤 한다. 과연 수많은 경쟁 상품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가성비가 높은, 한마디로 혁신을 주도하는 상품은 무엇일까? 수많은 블로그, 리뷰, 기사들에서 저마다 앞다퉈 최신 IT기기를 소개하곤 하지만, 우주여행이라는 상품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리뷰나 비교글이 없다. 이에 국내 최초로, 우주로 가려는 여행객들을 위한 상품 분석 완벽 가이드를 써보기로 한다.


필자는 어떠한 우주항공기업으로부터도 후원받지 안... 못했습니다. 고로 정직하고 신랄한 상품 비평도 서슴지 않겠습니다.



우주여행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익스트림 스포츠.


여러 가지 종류의 우주여행 상품 중에서 비교적 저렴한 것은 일억 원부터 시작해서, 고급 패키지 상품은 수백억 원을 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행객들이 흔히 애용하는 여객기의 경우, 보통 11km 고도에서 초속 0.24km로 날아간다. 반면에 지구를 맴돌고 있는 국제 우주정거장은 350km의 고도에서 초속 7.7km로 날아간다. 높이와 속도에서 모두 3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여객기에 비해 단지 30배 더 빠르고 높은 곳에 가는데, 티켓값은 무려 수만 배 더 비싸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 그것은 대기가 있고, 없고의 차이에 기인한다.


아무리 뛰어난 군용기도 30km를 넘는 고도로는 올라가지 못한다. 그 이상은 대기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날개로는 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로 가려면 반드시 로켓이라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수단은 아예 "없다!"


로켓은 매우 빠르고, 위험한 탈것이다. 비행기의 사고 확률은 수십만 분의 일 이하라고 하지만, 로켓의 사고 확률은 아쉽게도 수백 분의 일 이상이다. 높은 사고율로 악명 높은 러시아의 어떤 로켓은 열 번 쏘면 한 번은 폭발하곤 했다. 다행히도 사람을 태우진 않지만 경제적이라 아직도 애용되고 있다.


사람이 로켓에 타고 우주로 가려면, 올라가면서 극심한 중력가속도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되돌아올 때는 엄청난 속도로 자유 낙하하면서 마이너스 중력가속도를 또 받고, 대기마찰로 불꽃 팡팡 튀기면서 매우 덜컹거린다. 재수 없게 우주선 벽면에 살짝 틈이라도 벌어지면 그냥 날으는 용광로가 되는 거다. 생각해보라. 매우 빠르게 몇 분 이상 주욱 가속하면서 내달리는 롤러코스터를, 심지어 그 롤러코스터는 사방에 불덩어리 화염으로 둘러싸여 있다. 훈련받지 못한 사람이 탔다가는 바로 구역질하면서 실신할 것이다. 속도와 위험성의 스케일 면에서도 F1 드라이버는 저리 가라다. 비용도 여타 익스트림 스포츠에 비해서 상대가 안 되는 초고가이니, 전 세계의 부호들이 앞다퉈서 도전하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아무나 못하는 극한의 익스트림이다.



우주에 다녀오면 뭘 얻을 수 있나?


아무것도 없다. 우주에 별다른 특산품이나 기념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달에 다녀온 24명이 기념품이랍시고 <월석>을 수백kg이나 잔뜩 캐왔는데, 그냥 보면 지구 상의 흔한 돌덩이랑 구분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미국이 각국 정부에 기념품이랍시고 잔뜩 뿌렸는데, 상당수가 분실되었다.

유럽여행 기념품으로 열쇠고리 받았는데, 알고 보니 메이드 인 차이나! 그 느낌?


하지만 우주에 갔었다는 인증샷, 우주에서 SNS를 통해 지구 상의 지인들과 교신하는 것, 또는 지구를 바라보며 창문에 매달려서 형편없는 솜씨의 기타 연주를 하는 일 등은 그 자체가 예술의 경지로 치부가 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구 상의 사람들은 우주에서 행하는 모든 행위를 거룩하고 숭고한 것이라 느끼기 쉽다. 그냥 머릿속이 멍해지고, 한없는 우주를 보며 감동받는 느낌이 연상되는 듯? 이건 순전히 우주가 극소수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예전에 우리나라가 해외여행자유화 되기 이전, 프랑스 에펠탑에서 찍은 사진은 흥미로운 관심거리였다. 지금은 그런 것으론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니까, 마음의 고향이라는 히말라야에 가서 돌길을 걸으며 깨달음을 얻었다는 식의 감성팔이 여행기가 차라리 관심을 끈다. 뭐든 처음 해본 사람, 남들이 아직 못할 때 먼저 해본 사람이 주목받는 구조다.


그럼에도 다른 여행지와 다르게, 우주는 도달하기에 너무 험난하고 위험하며 값비싼 곳이다. 우주를 직접 다녀온 사람이 말하는 소감과, 다녀오지 못하고 다녀온 척 이야기해야 하는 필자의 차이처럼, 우주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다녀오는 것 자체로도 스토리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짧은 인생에 우주여행처럼 화끈하고 멋진 이야기를 끼워 넣을 수 있다면, 생의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주에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우주에 가려면 몇 가지 제약조건이 따른다. 바로 여행객의 신체 조건에 관한 사항이다. 참고로 NASA의 우주비행사 선발 조건을 보면 이런 항목들이 보인다.

키는 157~190cm 사이.

시력은 양안 1.0 이상.

혈압은 평시 140/90 이하.

여기에 덧붙여서 수중 생존훈련 이수, 스쿠버다이버 자격증이 필요하다. 이것은 최소 조건일 뿐, 여러 가지 복잡한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야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다. 우주선의 이륙과 귀환 시에 극심한 중력가속도를 견뎌야 하고,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 활동하려면 평균 이상의 신체능력이 요구된다. 민간 우주여행은 그보다 제약조건이 조금 더 완화되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훈련과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여러 가지 종류의 로켓이나 우주비행기들은 서로 조금씩 다른 비행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기종은 비교적 여행객에게 가해지는 신체적 부담이 덜한 반면에, 어떤 기종은 극한의 신체적 압박까지 받게 된다. 우주여행 희망자들은 그러한 세세한 차이점을 고려해서, 단순하게 비용만 따지지 말고 실제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우주여행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스카이 다이빙은 일반적인 여행자 보험으로는 가입이 불가능하다. 전문적인 스카이 다이빙 보험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꽤 높은 사고율을 감안하고 일정한 금액 이내로만 보상금 지급이 가능한 한정 보험이다. 우주여행은 그보다 더 높은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우주여행 사고에 대한 인명 피해 문제는 본인이 감수해야 할 것이다. 


우주여행에 있어서 예상되는 사고는 주로 로켓을 발사하여 이륙하는 순간부터, 동체에 최대 공압이 걸리는 Max-Q, 그리고 성층권을 지나서 비교적 안정적인 진공상태로 접어들기 직전까지 약 2분간 발생하는 편이다. 이 시기에 사고는 흔히 치명적이어서, 로켓의 폭발로 인해 미처 대피할 시간도 없이 불덩이가 되곤 한다. 또한 우주에서 지구로 되돌아올 때 엄청난 하강 속도로 인해서 대기 마찰열과 압력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지상(또는 바다)에 착륙할 때 최종 감속을 제대로 하지 못할 우려도 있다. 이와는 별도로 진공, 무중력 상태에서 생명을 유지시키는 안전장치의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주여행이 기차를 타고 여행하듯, 안전하고 쾌적한 것이라면 그 가치에 대해서 이토록 높게 평가되진 않을 것이다. 우주비행 도중에 사고로 사망한 여러 우주비행사들을 아직도 추모하고 있고, 앞으로 민간 우주여행이 일상화되어도 여전히 사고 가능성은 비교적 높을 수 있다. 그래서 우주여행은 "용기 있는 자들의 것"으로 남아서, 다른 여타 여행들에 비해 존중받을 것이다.

이런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주에 도전한다면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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