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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10. 2017

100km : 카르만 라인

지구의 끝을 넘어서 

용기를 갖춘 자들이여, 지구의 끝에 도전하라!


고대인들은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배를 보면서, 지구의 끝은 거대한 낭떠러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지구의 끝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아쉬워한 이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지구의 끝은 엄연히 존재한다. 바로 우주와의 경계면으로 일컫는 <카르만 라인 : Kármán line>이 그것이다.


인류가 우주에 도전하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정복 과제로 삼은 목표가 고도 100km, 카르만 라인이다. 최초로 도전에 나선 미국의 경우, 국제적인 기준과 약간 다르게 고도 80km를 우주와의 경계로 여겼었다. 하지만 50마일(80km)은 어디까지나 미국에서만 통용되는 기준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100km 고도를 넘어서야 우주에 다녀온 것으로 공식 인정이 된다.


성층권 한가운데, 오존층이 존재하는 고도 30km 정도만 되어도 대기압은 해수면의 1%에 불과해서 사실상 진공에 가깝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고, 음파를 전달할 매질이 없어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의 세계이다. 인류가 거주하는 지표면의 환경을 생각하면, 지구의 끝은 30km 고도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단 1%의 대기가 존재하는 공간조차도 우주로 인정하지 않고, 완벽하게 진공으로 봐도 무방한 고도까지 올라가서 <지구의 끝 : 우주의 시작점>으로 정의했다. 그곳이 바로 <카르만 라인>이다.


30km 고도에서 바라본 풍경, 마치 우주에 도달한듯 느껴진다.

하지만 우주선이나 인공위성들은 100km 고도를 훨씬 넘어서, 최소한 200km 이상의 높이에서 초속 7.8km로 매우 빠르게 날아가고 있다. 우주여행을 종류별로 정의하자면 크게 두 가지로 분류가 된다.


카르만 라인을 넘어서, 마치 탄도미사일처럼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는 서브 오비탈 우주비행.

200km 이상의 고도에서 위성 속도로 날며, 지구로 추락하지 않고 계속 빙빙 도는 오비탈 우주비행.

"Sub-orbital vs. Orbital"


좁은 의미로 우주여행이라 함은 아예 지구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경계선, 고도 200km 이상에서 위성 속도인 7.8km/sec로 날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계속 우주에 머무르던지, 아니면 달이나 화성으로 가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우주여행은 수직으로 고도 100km 너머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위성 속도에 못 미치는 속도로 우주공간을 탄도 비행하는 것도 모두 포함한다.


우리는 우주여행의 단계별 정의에 있어서, 먼저 가장 기초적인 <카르만 라인 돌파>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어찌 되었든, 카르만 라인만 넘어서면 우주의 문턱까지는 발 디딘 셈이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본격적인 위성궤도 우주여행, 다른 별까지의 우주여행에 비해 훨씬 수월하고 값도 싸다.



본격적인 우주여행에 앞서서 : G-Force


우주여행을 희망하는 분들은 먼저 가속도에 대해서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지표면에서 아무리 빠른 자동차를 타더라도, 우리는 그다지 가속도에 익숙하지 않다. 그저 눈으로 보이는 속도감에 익숙할 뿐이다. 아니면 거센 바람에 부딪치는 소리와 차가움?


흔히 가속도를 느끼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바로 놀이공원이다. 일반적인 롤러코스터는 평균적으로 1.2~1.7G의 가속도를 체감하게 해준다. 고작 2G가 안 되는 가속도에도 불구하고, 노인-심약자-임산부-어린아이는 절대 타지 말라는 친절한 안내문과 함께. 그러나 우주로 가는 탈것들은 흔히 4G 이상의 가속도를 비교적 장시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심지어 어떤 탈것은 가속도가 10G를 넘어서기도 한다. 극악의 롤러코스터는 순간 최대 5G가량 느낄 수 있다.

가속도는 종류가 여러 가지다. 그러나 세세한 것은 중요치 않다.


우리가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로켓>이라는 특별한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로켓은 말이 탈것이지, 그냥 커다란 폭탄이나 마찬가지다. 폭발을 매우 천천히 지속시켜서 몇 분씩 가속하지만, 그래도 폭탄인지라 매우 강력한 추진력을 지녔다. 


초기에 우주로 갔던 미국의 우주비행사들은 ICBM으로 개발된 로켓의 탄두 대신에, 우주선이랍시고 장착한 작은 캡슐에 탑승했었다. ICBM은 사람을 태울 목적으로 만든 물건이 아니다. 그래서 우주비행사들은 우주로 올라갈 때 극심한 가속도를 견뎌야 했고, 심지어 추락(?)해서 지구로 돌아올 때도 핵탄두처럼 엄청난 속도로 낙하했다.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인 머큐리의 경우, 대기권 재진입시에 우주비행사는 무려 11.6G의 가속도를 체험했었다. 일반인이면 즉시 실신, 내지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된다. 죽을 수도 있다!


본격적인 위성궤도 우주비행이 아닌, 속도가 조금 더 느린 서브 오비탈 우주비행에서 받는 가속도가 이렇다. 하지만 인간은 너무나 나약한 존재이기에, 기술자들은 차츰 안락한 우주비행을 추구하게 된다. 사람이 탑승한 로켓은 상승하면서 가급적 3~4G 미만의 가속도만 받도록 느리게 상승한다. 아폴로 우주선은 상승하면서 4G를 잠시 받았고, 대기권 재진입시에는 7G가 넘는 가속도를 받았다. 그러나 우주왕복선에 이르러서는 상승 시 최대 가속도가 3G에 불과하다. 심지어 대기권 재진입시에도 4G에 불과했다. 우주왕복선은 인류 역사상 가장 쾌적한(?) 우주 탈것이었으나, 불행히도 다섯 대 중에서 두대가 폭발하여 14명이 숨지는 악명을 떨쳤다.


가장 안전한 우주 탈것이라는 러시아의 소유즈, 상승 시 최대 가속도가 4.5G, 귀환 시 8G 정도이다. 대충 수치는 이러하다. 그러나 숫자에 의지해서 가속도의 위력을 지레짐작하면 결코 안된다. 가속도는 앞서 말했듯, 수평-수직-측면-플러스-마이너스 등등 종류가 여러 가지이다. 대체적으로 로켓이 상승하면서 받는 가속도는 체감 시간이 길고, 서서히 강해지다가 단계별로 다시 줄어드는 식이라 어금니 악물면 버틸만할 것이다. 만약 비상탈출 시 강력한 탈출 로켓이 허공으로 우주선을 내동댕이치면 순간적으로 10G가 넘는 악몽을 경험하겠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낮다.


문제는 귀환 시 마이너스 가속도이다. 지구의 중력에 끌려서 자유낙하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무중력 상태이다. 하지만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이윽고 40~70km 고도를 통과할 무렵에는 엄청난 속도로 미세한 대기와 거의 충돌하다시피 하면서 급격하게 감속하게 된다. 그때 엄청난 마이너스 가속도를 받게 되는데, 이것이 가장 고통스러울 것이다. 상승할 때 받는 가속도는 몇 분간 점차 강해지는 느낌이겠지만, 하강할 때는 롤러코스터의 그것과 비슷할 것이다. 물론 강도면에서는 롤러코스터의 몇 배가 넘고, 불타는 우주선에서 덜컹거리며 추락하는 셈이라 공포감도 대단할 것이다.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실제로 치명적 사고의 위험성도 높다.


그럼 카르만 라인만 돌파했다가 수직으로 내려올 경우, 가속도는 어떨까? 여러 종류의 우주여행 탈것들은 대체적으로 상승 시에는 3~4G 미만, 하강 시에도 최대 4~6G를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위성궤도에서 돌아오는 우주선은 속도를 완만하게 줄이기 위해 매우 작은 각도로 서서히 하강하지만, 거의 수직으로 하강하는 카르만 라인 전용 우주 탈것들은 꽤 빠른 시간 안에 지표면 가까이 내려온다.


옛날 사람들이 상상했던 지구의 끝, 이제 지구의 끝은 100km 높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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