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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11. 2017

Sub-orbital : 스페이스쉽 투

이카루스의 추락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여행 상품들에 대해 알아보자. 민간 우주여행 상품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졌고, 이미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하여 수백 명이 예약했다는 버진 갤럭틱의 <스페이스쉽 투>부터 시작해 본다. 스페이스쉽 원은 2004년에 민간 우주선으로서는 최초로 100km 고도의 <카르만 라인>을 돌파했다. 당시 13.8km 상공에서 모선과 분리하여 80초간의 로켓 연소를 통해서 마하 3에 이르는 속도까지 가속했고, 연소 종료 후에도 관성으로 계속 상승하여 112km까지 도달했다. 로켓 연소 시 탑승자는 최대 4G의 가속도를 받았다. 이후 완만한 포물선으로 정점에 도달한 스페이스쉽 원은 자유 낙하하여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5G의 가속도를 받았고, 20분간의 글라이딩 활공비행을 통해 무사히 착륙했다.



SpaceShip One


우주여행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13년 전에 스페이스쉽 원이 우주로 치솟는 것을 목격했으리라. 활주로를 떠나, 다시 지표면까지 내려오는데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짧은 우주여행 시간의 대부분은 모선과 함께 성층권 언저리까지 상승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일단 모선에서 분리 시, 우주선은 강한 분리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로켓 모터가 연소를 시작하고 80초간 맹렬하게 가속하는 시기가 가장 긴박하고 위험한 단계이다.

덜컹! 그리고 잠시간의 고요, 굉음과 가속도의 압박


일단 로켓 모터가 연소를 끝내면 가속도가 사라진다. 그 뒤는 관성에 의해 포물선 궤도를 따라 정점인 112km까지 적당한 중력을 느끼면서 몇 분간 상승한다. 카르만 라인을 돌파하고 우주선의 속도는 매우 느려지게 되며, 이윽고 자유낙하 단계에 돌입하면서 3분 30초간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며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를 관광할 수 있는 것이다. 관성 비행 단계에서는 사실 큰 위험은 없다. 오로지 뉴턴 운동법칙에 따라 진공상태의 허공을 탄도 비행하는 셈이기에 조종사 역시도 가끔씩 선체를 살짝 회전시키면서 전망창의 위치를 조절하는 것 이외에는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다.

진공의 우주공간, 방향 조절을 위해 작은 로켓을 사용한다.


가끔씩 <피식> 거리며 우주선의 자세를 잡아주는 자세 제어장치의 소리 이외에는 어떠한 소음도 안 들리는 고요의 세계도 잠시. 우주선은 곧바로 무시무시한 지구의 거대 중력에 이끌려서 지상으로 9.8m/sec의 맹렬한 가속도로 추락한다. 단 몇 분간의 사실상 추락 단계에서 우주선 내부의 승객들은 무중력 상태를 체감하지만, 이윽고 옅은 대기와 충돌하면서 중력을 거스르고 감속을 하며 최대 5G의 마이너스 가속도가 전달된다. 모선과 분리하여 로켓 모터를 연소하는 1분 30초, 그리고 지구로 귀환하며 대기 저층부에 이를 때까지의 몇 분간이 짧은 우주여행에서 위험한 순간들이다.

단 몇 초간 5G를 받는 극악 롤러코스터 vs. 수십 초간 5G를 견뎌야 하는 우주선


이윽고 20km 이하의 대기 저층부에 도달한 우주선은 차츰 풍부한 양력을 받게 되면서 안정적으로 글라이딩 비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조종사는 능숙한 솜씨로 글라이딩 우주선을 활주로까지 인도하여 1시간 30분짜리 단기 우주여행을 마무리 짓게 된다.


스페이스쉽 원은 민간 부문에서 최초로 우주권을 돌파하여 <엑스 프라이즈상>을 수상했다. X-Prize 재단이 내건 조건은 "100km 너머의 고도까지, 한 명의 조종사와 두 명 이상의 승객(또는 동등한 중량)을 태우고, 2주일 안에 두 번의 동일한 비행을 성공할 것"이다. 스페이스쉽 원은 두 차례의 연속된 우주비행을 성공시켜서 천만 달러의 상금을 획득하였다.



SpaceShip Two


모험적인 투자자들의 지원 속에 더 이상 우주여행이 각국의 정부기구 레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자, 최초로 민간 우주여행 가능성을 보여줬던 <스페이스쉽 원>을 개량하여 본격적인 상용 우주여행이 시도되었다. <버진 갤럭틱>이라는 회사가 설립되었고, 많은 투자자들과 우주여행 희망자들이 몰렸다. 그리고 <스페이스쉽 투>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익스트림 어드벤처에서 익스트림 스포츠로의 변신


처음 스페이스쉽 원에 탑승했던 조종사는 목숨을 내건 것이다. 확률적으로도 꽤 위험한 도박이었고, 늘 그렇듯이 시험비행 성격이었기에 노련한 조종사들 조차도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상용화된 우주여행을 위해서는 많은 안전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고, 기체의 신뢰성도 검증이 되어야 한다. 상업성을 위해서는 동체의 크기도 커져야 하며, 승객을 가급적 안전하고 쾌적(?)하게 모셔야 한다. 스페이스쉽 원이 오로지 카르만 라인 돌파를 위한 시험기 성격이었다면, 스페이스쉽 투는 상용화된 최초의 우주여행선이 되어야 하므로 많은 개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당초 2010년경에는 우주여행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상용 우주선의 개발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버진 갤럭틱이 여태껏 스페이스쉽 투의 개발에 투자한 5천억 원가량의 금액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우주여행선을 만들기 위해선 2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는 사이에 1회 탑승비용이 약 3억 원(미화 25만 달러) 가량으로 정해졌고, 각국에서 600여 명의 탑승 희망자가 예약을 신청했다.

스페이스쉽 투의 예약자 중에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스페이스쉽 투의 첫 실용 비행은 계속 미뤄졌지만, 개발은 꽤 진전되어 계속적인 시험비행까지 이루어졌다. 2014년경에는 첫 상용 우주비행을 통해 민간 우주여행시대가 개막될 듯 여겨졌다. 그러나 그 일이 발생했다.


2014년 10월, 모선과 분리하고 로켓연소 몇초 뒤, 스페이스쉽 투는 폭발과 함께 추락했다.
모하비 사막에 추락한 VSS Enterprise의 잔해, 이 사고로 조종사 두 명 중에서 한 명이 숨졌다.


이카루스의 추락


<스페이스쉽 투> 추락 사고는 파장이 대단했다. 몇억 원의 돈만 내면 누구나 우주를 체험할 수 있으리라는 인류의 기대감은 사라졌다. 우주는 여전히 위험하고 차가운 곳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다시금 사람들의 뇌리 속에 자리 잡았다.


당초 2014년 경이면 매주 우주로 치솟는 스페이스쉽 투에 탑승한 우주여행객들이 양산되리라는 기대감도 무너졌다. 버진 갤럭틱은 스페이스쉽 투의 치명적(?) 결함을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상용화된 우주여행을 개시할 수 없을 것이다. 사고 발생 후 이년이 지나서야 다시금 스페이스쉽 투의 두번째 기체가 시험비행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번의 추락사고 일지라도 그것의 흔적을 지우는 것은 앞으로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스페이스쉽 투는 2명의 조종사와, 6명의 우주여행객이 탑승하는 우주비행기이다. 지금까지 우주로 나갔던 우주선들 중에서 미국의 우주왕복선이 한꺼번에 7명 정도가 탑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꽤 큰 편이다. 보통 우주선들은 2~3명이 탑승하곤 한다. (우주왕복선은 한 번에 최대 11명이 탑승하도록 설계가 되었다.)


최초의 스페이스쉽 투 기체였던  VSS Enterprise는 2013년에 첫 시험비행을 거쳤었다. 장착된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과 달리, 사고 원인 예비조사에서는 모선과 분리장치 결함 및 너무 일찍 분리한 탓에 사고를 당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이 알려진 것은 아니다. 현재는 VSS Unity가 2016년 12월부터 활공 시험비행 중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우주여행 상품중에서 독보적인 선두주자가 될 것처럼 여겨졌던 <스페이스쉽 투>는 대중의 인지도와 달리, 생각보다는 투자금액도 적었고, 여타 문제로 최초의 상용 우주여행 상품이 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후발주자들의 맹렬한 추격에 또다시 추락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스페이스쉽 투는 최초로 카르만 라인을 넘어선 민간 우주선의 후속 기종이며, 하늘을 멋지게 글라이딩 하는 우주비행기로써의 매력을 간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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