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랑 Mar 13. 2017

Sub-orbital : 링스

우주를 향한 무한도전!

인기 예능프로인 <무한도전>은 예전부터 버킷리스트에 <우주여행>을 꼽아놓고 있다. 실제로 무도팀이 우주여행에 도전한다는 소문은 매년 있었지만, 고고도 자유낙하 무중력 체험 에피소드를 제외하곤 코미디에 가까운 상황극 재현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년 전에 무도팀이 진짜 우주에 도전한다는 소문이 파다했었고, 필자가 듣기론 우주로 가기 위해 엑스코 에어로스페이스(XCOR Aerospace)사의 2인용 우주비행기인 링스(Lynx)가 사용될 것이라는 신빙성 높은 루머도 있었다.



무한도전, 우주여행 특집은 과연 가능할까?


만약 무한도전팀이 우주로 진짜 가게 된다면, 이소연 씨 이후로 우주에 가는 두 번째 한국인들이 된다.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우주비행에 관련된 기초적인 체험교육도 받은 셈이고, 그간 무도팀이 보여준 도전 정신으로 볼 때 소유즈 우주선 탑승만 허락되고 예산만 확보된다면 진짜 우주에 가고도 남음직 하다.


하지만 우주로 가는 항공편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러시아의 소유즈 시스템은 2010년부터 민간인의 우주여행을 일절 허락하지 않고 있다. 표면상 국제 우주정거장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자국과 미국, 여러 국가들의 정식 우주비행사들을 수송하는데도 벅차고, 우주정거장 역시 곧 퇴역하기 이전에 많은 실험을 수행해야 하기에 민간인이 관광차 탑승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선저우 우주선은 아직 민간인을 탑승시킬 일말의 가능성도 없고, 미국의 민간회사들이 개발 중인 우주선들 역시 실용화되지 못했다.


그나마 탄도비행을 통해서 카르만 라인을 돌파하려는 버진 갤럭틱의 우주비행기도 사고 여파로 지연되고 있으며,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의 신박한 우주체험선 <뉴 쉐퍼드> 역시 시험비행 중일뿐이다. 우주로 직접 갈 수 있는 기술력을 지닌 스페이스X는 민간 우주관광상품에 정열을 기울일 만큼 한가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엑스코의 링스 우주비행기뿐이다.


2년 전, 필자는 우연하게도 엑스코의 링스 우주비행기에 관한 포스팅을 올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링스 우주관광상품의 사업성을 문의하는 이메일을 받은 일이 있었다. 당시에도 무한도전팀의 다음 목표가 우주여행이라는 루머가 맴돌던 시기였기에, 여러 우주상품 중에서 가장 빨리 이용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분석해보던 중이었다. 그때 얻은 정보와 판단에 근거하자면 대충 이렇다.


엑스코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로켓 우주비행기 개발에 나섰고, 몇 가지 시험모델을 성공시켰다.

링스 우주비행기는 mk.1 초기 모델이 2014년에 시험비행을 나설 계획이었으나, 2015년으로 연기되었다.

링스 mk.1은 최대 61km 고도까지 상승했다가 귀환할 계획이다.

링스 mk.2는 최대 100km를 넘어서 카르만 라인을 돌파할 예정이다.


이미 선행 실험모델을 띄우고 있었고, 우주비행기 이외에 몇 가지 우주항공기술 관련 제품도 내놓고 있는 엑스코의 링스에 대해서는 꽤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필자의 느낌상, 버진 갤럭틱보다는 엑스코 쪽이 먼저 우주체험상품을 실용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 셈이다. 모선에서 분리하고, 8명이 탑승하는 <스페이스쉽 투>는 방식도 약간 복잡하고 덩치도 크다. 반면에 <링스>는 일반 비행기처럼 활주로에서 이륙 후 바로 솟구쳐서 우주로 간다. 링스의 방식은 연료의 재급유, 지상 정비 등에서 매우 유용할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속 급유받으면서 관광객을 우주로 보낼 수 있으리라. 조종사 이외에 한 명의 승객만 탑승하는 구조라서 수송능력에선 떨어지지만, 기체가 작고, 조종석 전망창이 넓은 덕분에 더 실감 나는 우주여행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링스 mk.1 모델은 2016년 경에는 본격적인 상업 우주비행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실제로 재작년에 국내 모 특급 호텔에서 열린 <부유층을 위한 초고가 럭셔리 상품 전람회>에 엑스코의 링스 우주비행기 모델이 떡하니 자리잡기도 했었다. 이미 국내에서도 링스 도입 사전계약을 맺은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페이스쉽 투>는 미국에서만 운용이 되고, 탑승을 위해서는 모하비 사막까지 가야 하지만, 링스는 꽤 염가(?)의 기체를 각 업체들이 사실상 구매하는 방식이어서 전 세계 여러 곳에서 탑승이 가능할 것이다.

링스는 기존의 비행기 활주로를 공유하므로 별도의 발사장이 필요 없다.


링스 mk.1의 탑승 가격은 미화 10만 달러 정도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고, 국내에서는 그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는 불확실한 정보를 얻기도 했다. 반면에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소식원으로부터 한국과 가까운 홍콩에 큰 규모의 링스 사업체가 등장할 것이며, 탑승 가격이 한화로 1억 원이 채 안 되는 염가이기에 오히려 비행기표값을 합쳐도 저렴한 홍콩 등지로 국내 우주여행 희망자가 유출될 것이라는 추측도 듣게 되었다.



고작 이 년 전의 일이다. 필자는 정황상 무한도전팀이 링스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며, 진정 우주여행 특집을 갈망하고 있다면 반드시 링스를 타고 특집극을 내보내려 할 것이라는 추측을 했었다. 링스는 임박했고, 탑승 역시 가까운 곳에서 수월하게 가능할 듯 보였다.


링스는 2016년 5월, 개발이 중단되었다.


많은 우주여행 상품들이 곧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21세기 초반의 막연한 기대감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뉴스를 보면 곧 우주여행이 시작될 것 같은 여러 실험 발사 장면이 차츰 잦아지고 있다. 방귀가 잦으면 뭐가 나온다고 하지 않던가? 십여 년 전의 인류는 너무 우주비행 기술에 대해 쉽게 여겼고,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많은 투자와 연구개발이 시작되었고, 그런 시도들 중에서 몇몇은 포기, 몇몇은 근성으로 지속해오고 있다. 십수 년을 지나면서 차츰 완성단계에 들어가는 업체들도 분명 있으리라. 본 가이드북은 그런 점을 집중해서 따져보고, 우주여행 희망자들이 조금 더 괜찮은(?) 선택을 하도록 돕기 위한 조언자 역할을 할 뿐이다.


여러 가지 형태의 우주관광 상품들이 기획되고, 개발에 착수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검토 단계에서 중단되곤 한다. 이번에 소개한 <링스>는 그나마 오랜 기간 동안 구체적으로 개발되어 왔지만 결국 중단되었다. 물론 엑스코 에어로스페이스는 여전히 NASA 와 협력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하므로, 언젠가 다시 링스와 유사한 우주비행기 개발에 착수할지도 모른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진행 중인 민간 우주여행 상품은 버진 갤럭틱의 <스페이스쉽 투>와 블루 오리진의 <뉴 쉐퍼드> 뿐이다. 스페이스쉽 투는 사고 여파로 주춤거리다가 간신히 이어지고 있고, 그나마 블루 오리진이 가장 무난하게 개발 일정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서 <링스>가 함께 각축을 벌일 것이라는 희망은 사라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아이디어는 괜찮았지만,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쳐서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링스가 성공했다면, 전 세계 곳곳에서 작은 우주비행기를 타고 우주권을 체험하는 민간인들이 넘쳐났을 것이다. 아쉽지만 <무한도전>은 또 다른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Sub-orbital : 스페이스쉽 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