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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Mar 03. 2017

달로 가는 25번째 사람

인류, 46년 만에 다시 달 방문을 하다.

며칠 전,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내년에 달까지 두 명의 민간 여행객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인류는 지난 1969년, 아폴로 10호가 처음 달 궤도에 들어선 이후로 8대의 아폴로 우주선을 달로 보냈었다. 그중에서 6대는 달 착륙에 성공해서 12명의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을 걷기도 했다. 달에 착륙하지 못하거나, 달 주변을 맴도는 사령선에 남아서 지켜봤던 12명까지 합쳐서 모두 24명이 달에 다녀왔다. 1972년에 마지막으로 아폴로 17호가 다녀온 이후, 무려 45년간 달은 인간이 직접 가보지 못한 곳이다. 이제 2018년이 되어서야 다시금 인간이 달에 가려한다.


일론 머스크는 "신원을 밝힐 수 없는 두 명의 민간인 여행자들이 달 표면 50km 고도를 맴도는 궤도를 따라 달을 구경한 뒤에, 다시 지구로 귀환한다."라고 짤막하게 발표했다. 이미 계약금도 받았고, 금년 여름에 시험 발사 예정인 <팔콘 헤비> 발사체와, 금년 말에 첫 유인 탑승 시험 예정인 <드래건 V2 유인우주선>을 활용해서 달 여행을 성사시키겠다고 한다. 과연 가능할까?


팔콘 헤비의 성능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하다.


드래건 V2 우주선은 내년부터 NASA의 우주비행사들을 지표면 350km 상공에 떠 있는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보내기 시작할 예정이다. NASA가 따로 개발 중인 심우주 유인우주선 <오리온> 역시 2018년에 첫 시험발사를 통해서 달까지 갔다가 그대로 귀환할 예정이지만, 당초에는 오리온에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무인 비행으로 성능을 테스트할 예정이었다. NASA는 지구 근처의 저궤도 미션은 보잉과 스페이스X의 새로운 우주선에 위탁하고, 더 먼 심우주에는 직접 개발한 오리온 우주선을 사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스페이스X가 당돌하게도 저궤도 미션용 우주선으로 달까지 먼저 가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최근에는 2018년의 SLS발사체 시험 발사를 통해서 달 궤도를 돌게 될 오리온 우주선에 사람이 탑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NASA가 비공식적으로 언급한 일이 있다. 아마도 스페이스X의 이러한 도발을 미리 감지하고 의식한 듯 여겨진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팔콘 헤비는 이미 수년간 계획이 지연되어 왔다. 마지막 수정 계획에 따르면 금년 초에 시험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작년 말에 팔컨9 지상폭발 사건을 계기로 다시 연기가 된 것이다. 팔콘 헤비는 역사적, 기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의 발사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시험 발사와, 신뢰성 확보를 거치지 못한 상태에서 달까지 우주선을 보내는데 팔콘 헤비를 사용하겠다는 발언은 굉장히 무모하다. 무인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을 탑재한 발사체는 통상 2~3% 정도의 발사 실패 확률은 감수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이 탑승하는 유인 발사체는 단 1%의 발사 실패도 치명적이다. 미국의 우주왕복선은 140여 차례의 발사에서 단 한 번의 발사 실패(그 외에 한 번은 우주선 자체 결함)에도 불구하고, 1%가 안 되는 실패율에 엄청난 비난을 받으면서 결국 퇴역했었다. 참고로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한 유인 발사체라는 소유즈 조차도, 수차례 실패한 사례가 있다. (다만, 최근 수십 년간 치명적 사고가 없었을 뿐이다.)


드래건 V2 우주선은 원래 지구와 가까운 근우주에서 사용할 우주선으로 설계가 되었다. NASA가 오리온을 개발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이 <심우주 방사능 대책>과 <더 먼 우주를 다녀올 수 있는 안전성>이다. 더 멀리 다녀올수록, 우주선이 튼튼하고 여러 가지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 아폴로 우주선은 달에 다녀오면서 지구 대기권 재진입시에 2,700도가 넘는 마찰열을 견뎌야 했다. 일반적인 근우주 우주선의 그것보다 훨씬 높은 온도와 압력이다. 지구를 둘러싼 자기장대를 벗어나 우주 방사능에 본격적으로 노출되면서도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아폴로 우주선이다. 오리온 우주선은 아폴로의 7~8일에 비해 몇 배 더 긴 기간을 우주에서 활동하는 것을 전제로 개발되었기에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반면에 드래건 V2는 안전 기준 자체가 오리온에 비해 낮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런 부족한 부분을 스페이스X 독자적으로 채워서 달까지 7일간 왕복 비행을 한다는 것이다.


미완성 발사체와, 미완성 우주선, 심지어 우주선의 설계 기준은 먼 우주를 다녀오는 게 아니었다. 일론 머스크는 2025년까지 화성 표면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으니, 2018년에 달을 선회하며 구경만 하고 돌아오겠다는 발상은 그리 과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달 여행조차도 너무 강행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우주선은 발사되면서 공중에서 폭발할 수도 있다. 또는 제대로 발사되더라도 달 여행 도중에 사고로 인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또는 돌아오더라도, 탑승한 여행객들이 죽거나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아니면 지구로 돌입하다가 불타서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런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한 신뢰성은 현재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 불확실성이 너무 큰 달 여행, 그것이 성공하면 달에 다녀온 25, 26번째 사람이 탄생하는 것이다. 무려 46년 만에...


하지만 내년에 달 여행이 성공한다면, 최초의 민간인 달 여행자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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