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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Jan 14. 2018

가상화폐, 유시민과 정재승 논란

누구 말이 맞는가?

요즘 세상일 신경 안 쓰고 조용히 글이나 쓰려고 작심했습니다.

작년에 이철용 님에게 점(?)을 부탁한 일이 있었죠. <꼬방동네 사람들>의 저자이시고, DJ 정권에서 국회의원을 하셨던 분이십니다. 이동철이란 필명으로 알려져 있으나, 본명은 이철용이십니다.


"세상일에 오지랖 떨지말고, 자기 일만 열심히 하세요."


그 이야길 듣고 어찌나 부끄러웠던지, 그 뒤론 세상일에 참견하는 버릇 고치려 많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가상화폐' 관련해서는 꼰대질 좀 해야겠습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라고, 불 보듯 뻔한 가상화폐의 종말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2030세대(?)에게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상화폐, 유시민 작가의 말이 맞는가


유 작가님은 극단적으로 가상화폐를 '튤립 투기'와 같은 맥락에서 지적하셨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공감합니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응용한 단편일 뿐이죠.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선 애꿎게도 '도박판의 칩'처럼 오용되고 있습니다.


지금 가상화폐를 반대하는 측의 일부 주장을 보면 이렇습니다. (순전히 기술적, 경제적인 이야깁니다)


- 그토록 안전하다던 가상화폐, 왜 툭하면 거래소 해킹당해서 도난 당하는가?

- 가상화폐를 실물경제에서 거래 수단으로 쓸 수 있나? 결제하면 이전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 가상화폐의 채굴시스템, 이거 완전히 다단계 사업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했잖나?

- 중국이 채굴한 가상화폐를, 한국과 일본의 투자자들 돈으로 떠받드는 시스템.


저는 현재의 가상화폐 모델이 실물화폐를 대체할 수 없을 거라 봅니다.


거래소라는 것이 생겨난 이유부터 생각해봅시다. 실제 전달되는 딜레이를 감당하지 못해서 결국 '외상거래'를 하는 셈이 아닐까요? 햄버거 하나 사 먹고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며칠 뒤에 입금될지 모르는데, 중간에 시세가 바뀌면 어떡하려고요? 제가 가게 주인이라면 그런 화폐는 못 받습니다.


결국, 이런 식의 중개거래에서 중요한 것은 거래소의 '공신력'입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거래소들은 국제적으로도 '믿기 어려운' 등급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가 '김치 프리미엄'이지요.


유 작가는 가상화폐 전반에 걸쳐서 부정적인 어조로 논하셨는데, 핵심은 그 끝이 보인다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껏 잔푼 깨나 벌어온 사람들에 비해, 그것이 무너질 때 경제적 피해로 고통받을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이유 때문이죠.


참고로 현재 2030세대들은 카드대란, 부동산 열풍, 바다이야기 등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주변 세대입니다. 사회적으로 '돈'이 유일한 가치 척도가 된 와중에, 4050세대처럼 돈 벌어볼 기회도 없었기에 가상화폐의 유혹에 너무나 쉽게 빠져드는지 모릅니다. 상대적 박탈감을 극복할 좋은 기회로 여겨졌을지도.




정재승 박사의 말은 맞는가


유심히 들여다봤는데, 정 박사가 유시민 작가의 논조에 이견을 붙인 부분은 여깁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경제시스템에 끼칠 영향력과 향방"


이 또한 틀린 말이 아닙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1:1, 개인과 개인 간의 직접 연결 관계를 중시하니까요.

현행 화폐 시스템은 개인-금융기관(사실상 국가)-개인으로 연결이 되는데, 이 연결고리에서 중간의 국가를 배제하는 겁니다. 다분히 미래적인 구상이며, 언젠가 이렇게 되리라 봅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론 이 방향이 더 맞다고 봐요."


그런데 이걸 순수 경제 쪽 분야로 옮기면 어폐가 있는 지적이 됩니다.

현재 가상화폐는 개인-거래소-개인으로 연결이 되고 있거든요. 솔직히 저기서 '거래소'를 제외해도 이론적으로 연결이 가능한 게 가상화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못하죠. 왜 그럴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재승 씨의 의견은 원론적인 면에 치우친 경향이 조금 있습니다. 기술적 문제는 언급하지도 않았고요. 제가 현행 가상화폐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가 주로 기술적 세부 문제입니다.

그가 말한 문제의 핵심은, 이런 일에 대한 제재가 계속되면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파급이 있으리란 우려 때문이겠죠. (순전히 제 짐작입니다)


반면에 유 작가의 우려는 다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파국이 임박했다고 확신하신 것 같아요)


결국, 두 사람은 이런 일로 다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서로 사견을 펼쳤고, 반론을 주장할 뿐이죠.

문제는 이걸 '가상화폐 찬반론자들'이 자기주장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들고나서기에 생겼습니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


일단 저는 현행 가상화폐는 큰 문제가 있고, 곧 사회적인 혼란을 일으킬 것이 뻔하니까 어떻게든 막던지, 대책을 세우라는 편입니다.


하지만 SNS를 보면 의외로 가상화폐 제재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성토하는 지식인(?)들로 넘쳐납디다.

서로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요…. 만약 지금 정부가 가상화폐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아서 생길 부작용을 고려하면 그런 이야기는 단순한 '지적질'을 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고 봅니다.


'제2의 카드대란'이 눈앞에 있는데, 계속 카드 발급 허용하라고 부채질하는 지식인이 있다면, 그것은 지식인이 아니라 그냥 지금 정부 까고 싶은데 건수 잡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일 뿐입니다.


저도 현 정부가 반드시 잘한다고는 생각 않는 쪽입니다.

그러나 가상화폐 제재가 훗날, '이번 정권의 유일한 치적'이 될지 누가 아나요? (극단적 예시입니다;)


언론들의 반응은 역시나 입니다.

세상사 끼어들지 않으려고 맘먹었어도, 분노할 만큼 언론사의 행태는 추악합니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특정세대를 갈라치기 하는것 같아요.

저런 언론들부터 '블록체인'을 적용해서 고쳐야 하지 않나요?


사실 '블록체인' 기법을 응용한 새로운 언론의 개념이 있습니다.

기자들, 편집부의 의향이 배제된, 순수한 대중적인 뉴스 공유 시스템이죠. 공신력도 담보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있습니다. 가상화폐의 미래를 극찬할 거라면, 언론의 해체도 동의한다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언론은 블록체인이 뭔지 제대로 모른다고 이 부분에서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30세대(라고 하지만, 이 또한 언론이 만들어낸 허상입니다. 특징지을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그룹핑합니까?)에게 마지막 꼰대적 충고를 하자면...


"지금까지는 그나마 좋았고, 벌 만큼 벌었으니 이제 과감하게 그 판을 떠나라."


저는 하루빨리 적어도 가치관을 공유해온 이들은 판이 무르익었을 때 판돈 빼서 그 돈으로 옷이나 사 입고, 맛난 거 사서 먹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요즘 신용대출회사들도 돈이 말랐고, 주식 판도 돈이 말랐다고 하죠. 은행마다 적금 만기 되면 그거 깨서 어디론가 간다고 합니다.


그 돈, 내일 당장 잔액 제로로 바뀐다고 가정하고, 그런 각오 없이는 뛰어들지 말아야 할 곳이 현행 가상화폐 투기판입니다. 예금자 보호법도 없으니까요. 국가 시스템이 못 미덥지만, 이럴 때보면 현행 거래소 시스템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쓰나미가 몰려오면 그렇게 빚내서 투자하지 말라고 했건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거리로 내앉은 모습 보게 될지 모릅니다. 사람은 원래 그러니까요. 폭풍이 와도 놀러 가는 사람 천지인데요.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은 지금 '가상화폐 폐지 반대청원"을 하는 이들보다 훨씬 강한 반감을 갖게 될 겁니다. 왜 그때 말려주지 않았느냐면서.


제대로 된 가상화폐는 그 이후에나 볼 것 같습니다. 지금 시스템은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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