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인재들의 뇌구조를 훔치다

천재들의 사고체계를 공개합니다

이번 주제는 '우리는 왜 저 사람처럼 생각하지 못하지?' 혹은, '대체 저 사람은 머릿속에 뭐가 있길래(좋은 의미로) 저런 걸 만들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초고지능형 성과자(Hyper Intelligence Performer)에 대한 얘길 해볼 텐데요. '하이퍼'하면 많이 부담스러우니 '하이' 정도로 해서 고지능형 성과자(High Intelligence Performer)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암튼 그 얘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보면서 감탄한 초고지능의 예시


일단 정의부터 합시다. 고지능형 성과자(혹은 초고지능형 성과자)는 '단순히 IQ가 높다'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연봉 수백억을 주며 모셔가는 인재들을 쉬이 떠올릴 수 있는데 자신의 인지적 한계를 AI 같은 도구로 확장하고, 남는 두뇌의 역량을 오직 판단과 통찰에만 집중시키는 존재를 말합니다. 학술적으로는 인지적 자본을 재배치하는 능력이 탁월한 이들로 정의되죠.


흔히 이런 사람들을 천재라고도 부릅니다. 마치 과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들의 사고체계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 덩어리와 해상도

고도성장기 시절에 하이퍼포머, 소위 일잘러는 '공부 잘하는 학생'의 연장선에서 그려졌습니다. 회의 시간에 갖가지 수치를 소수점까지 기억해서 브리핑하거나, 엑셀 단축키를 손가락으로 외워서 3시간 걸릴 보고서를 30분 만에 찍어내면 일잘러라는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었죠. 시험 범위를 달달 외워서 답안지에 쏟아내고 좋은 성적을 받아가듯, 많은 정보를 빠르게 기억하고 주어진 룰 안에서 오차 없이 응용해서 결과물을 만들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AI가 산업 전면에 등장하면서 일잘러의 의미도 변하게 됩니다. 암기와 기능적 숙련도에서 AI를 따라잡을 수가 없게 되었든요. 그래도 아직까진 답을 빨리 찾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지만 이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재정의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문제를 재구축하는 능력이 AI와 결합하면서 '올바른 방향을 지시하고 판과 구조를 짜는 역량이 성과를 좌우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일상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쟤들은 우리랑 뇌 구조가 다른가?'라는 의문을 갖습니다. 사실 생물학적으로 다른 건 없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대뇌 용량은 같으니까요. 인지심리학적으로도 예외 없이 '지각 → 해석 → 판단 → 수행'이라는 4단계를 거칩니다. 고지능 성과자라고 해서 갑자기 뇌에서 5번째 단계가 튀어나오진 않습니다.

얼마나 쪼개서 인식하느냐가 다르다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쪼개기'에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현상을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한다면, 고지능 성과자는 이를 여러 개로 나눕니다. 상황 자체를 여러 가지 덩어리로 나눠서 동시에 인식하는 방식이죠. 상황을 인식하는 채널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해상도가 높아집니다. 아래 예시를 볼까요.

보통 사람 : "팀장이 내가 제출한 보고서의 수치 오류에 대해 다소 과하게 화를 냈다. (해결책 : 사과하고 수치를 수정한다)"

고지능 성과자 : "팀장이 나에게 다소 과하게 화를 냈다. ①표면적으론 보고서의 숫자 불일치가 원인이지만, ②이면에는 내년에 2배 이상 늘어난 매출목표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으며, 오전엔 상무님과 티타임을 하고 왔다. ③당장은 분노를 통해 자신의 불안감과 책임 일부를 털어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미안한 마음을 가질 것이다. (해결책 :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가장 빠른 선택지를 고른다)"


보이십니까. 상황을 쪼개면, 쪼개진 조각마다 서로 다른 해결책을 붙일 수 있습니다. ①번에는 수정된 데이터를, ②번에는 불안에 대한 공감을, ③번에는 충분히 화를 낼 여유를 제공하면서 감정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식이죠. 각각의 해결책은 단독, 혹은 복수의 조합으로 문제 해결에 동원됩니다. '쪼개기(Problem Decomposition)' 능력은 우리가 그들의 사고체계를 구성하는 덩어리와 해상도를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고지능형 사고체계는 어떻게 동작하는가 : 인지적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앞서도 언급했지만 인간의 사고체계는 하나의 컨베이어 벨트에 가깝습니다. 이 사고 벨트는 대체로 선형적으로 흐르죠. 과업이 수립되면 그에 관련한 정보가 들어오고, 처리되어, 결정으로 나옵니다. 고지능형 성과자들의 사고체계도 컨베이어 벨트처럼 흐르지만, 운영 방식에서 두 가지 노하우가 작동합니다.

자신의 사고 벨트에 들어갈 데이터를 신중히 고릅니다


첫 번째 노하우는 정보의 선별적 투입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할 때 질보다는 양에 방점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통계학에선 양보다는 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정교한 회귀 방정식을 사용하더라도 오염된 샘플로는 제대로 된 상관관계를 뽑아낼 수 없으니까요. 고지능형 성과자는 자신의 사고 벨트 위에 과업과 연관성이 높은 정보를 올리기 위해 애를 씁니다.


이런 정보 선별 습관은 AI를 만나면 빛을 발합니다. BCG와 하버드, MIT가 수행한 'AI와 지식 노동자의 생산성' 연구에서 AI 활용으로 고성과를 거둔 집단은 AI에게 불필요한 배경지식을 제거하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핵심 제약 조건과 데이터만 골라서 입력했습니다. 맥락(Context)을 정제하고 검증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는데 그 결과로 작업 속도는 25%, 품질은 40% 이상 향상시킬 수 있었죠. 마치 자신의 사고 벨트를 관리하듯 AI를 관리한 셈입니다.


두 번째는 상황에 따른 에너지의 조절입니다. 이 부분이 잘 와닿지 않으실 텐데 중요한 지점입니다. 모든 과업에 중간 정도의 세기로 꾸준히 노력하는 게 아니라 처해진 상황에 따라 어떤 단계에선 에너지를 더 쏟지만 어떤 단계는 힘을 빼버린다는 거죠.


고지능자의 뇌는 게으릅니다. 항상 격렬하게 활동하지 않고 어려운 과제에서만 에너지를 집중하죠. 이런 게으름이 AI 활용 능력엔 되려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힘 빼도 되는 구간을 AI에게 맡기면 되거든요. 첫 번째 노하우에서 언급한 하버드 연구에서도 고성과 집단은 AI가 잘하는 영역과 본인이 잘하는 영역을 정교하게 구분했습니다. '질문 설계', '맥락 구성과 판단', '최종 의사결정'처럼 AI가 틀릴 수 있는 모호한 영역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진했습니다. 그래도 되니까요.


이 두 가지 노하우, '무엇을 태울지 선별하는 능력'과 '언제 엑셀을 밟을지 아는 능력'은 소위 암묵지의 영역입니다. 타고난 성향에 경험으로 체화된 성질의 것이라 가르치기도, 배우기도 쉽지 않죠. AI라는 도구를 통해 이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할 수 있다면 누구나 고지능형 성과자가 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고지능형 사고체계가 제대로 구현되면 벌어지는 일 : 다섯 줄의 지문

고지능형의 사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스타 작가들이 쓰는 드라마 대본이 좋은 예시가 될 거 같군요.


우리가 영상으로 접하는 배우의 연기는 결과물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어"라는 대사만 인식합니다. 하지만 스타 작가들은 저 다섯 줄의 지문을 설계합니다. 상황의 맥락, 갈등의 본질, 숨겨진 의도, 행동의 제약, 분위기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어"라는 한 마디 대사를 내놓습니다.


대사만 보면 심플해 보이지만, 그 한마디로 내 심장을 내려앉게 만드는 힘은 보이지 않는 다섯 줄의 지문에서 나옵니다. 사고 과정이 드러나지 않기에 그저 '천재의 감각'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접할때마다 감탄하는 사고체계의 예시


고지능 성과자의 결과물도 비슷합니다. 보이지만 않을 뿐 여러 갈래로 쪼개진 문제 인식과 고르고 고른 데이터, 정치적/상황적 맥락에 대한 고려가 깔려있죠. 감각보다는 유기적으로 설계된 일종의 공학적 접근에 가깝습니다.


이제 고지능 성과자의 머릿속이 좀 보이십니까. 이제 질문은 '그 머릿속 사고체계, 지문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로 맞춰집니다. 마냥 흐릿하고 추상적이기 짝이 없는 그들의 사고체계를 우리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레임워크(Role - Conflict - Agenda - Constraint - Atmosphere)로 한 번 구현해 보겠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참고자료)

Generative AI and the future of work in America. McKinsey & Company.

리사 펠드먼 바렛.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Orthogonal neural encoding of targets and distractors supports multivariate cognitive control. Nature Human Behaviour, 7(5), 1-13.

Intelligence and neural efficiency. Neurosci Biobehav Rev 2009 Jul;33(7):1004-23.

Cognitive load theory and educational technology. Educational Technology Research and Development

Meta-Reasoning: Monitoring and Control of Reasoning, Decision Making, and Problem Solving.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닐 개스코인, 팀 손튼. 암묵지(Tacit Knowledge, 2013)

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 Field Experimental Evidence of the Effects of AI on Knowledge Worker Productivity and Quality. Harvard Business School Working Paper.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러면 누가 AI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