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아라 Aug 24. 2015

남편은 잔소리쟁이!!

가벼운 역사 이야기 첫번째

때는 1801년 오월의 어느 날....

프랑스 파리 인근의 한 집에서 신혼의 한 여성이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어요.

그녀의 아들은 아직 젖먹이였고, 그녀의 남편은 아쉽게도 멀리 떨어져 있었답니다.

그 혼란한 시대에 많은 이들처럼 그녀의 남편도 군인이었거든요.


그 날 그녀는 오랜만에 남편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답니다. 함께 있을 땐 늘 재미 난 이야기를 해줘서 그녀를 즐겁게 해줬기에 그녀는 남편의 편지를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었어요.


기대하고 본 편지는.......


혁명력 9년 프라리알 6일 (1801년 5월 26일)

내 사랑에게


내 사랑에게, 나는 그대가 우리 아들에게 이유식을 하기로 결정했는지 알 길을 원하오. 내겐 그애가 이제 이유식해도 될만한 나이처럼 보이오. 하지만 그애에 대한 당신의 애정과 경험은 그애를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소. 그 애의 흠잡을 곳 없는 작은 얼굴을 계속 보고 싶다면, 당신은 종두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만 하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요. 그대가 어떤 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생각할 때 말이오. 나는 트뤼게 장군과 함께 있소. 그는 친절한 동료로써 행동하고 있소. 그는 잘생겼고, 괜찮은 미혼남성이오, 젊은 여성을 에스코트할만한 재력도 있소. 그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오.  당신은 젊고 스스로를 추슬러야만 하오. 내 사랑과 내 충고가 당신을  분별 있게 만들 것이오. 청춘은 그림자처럼 지나가고, 고드름이 달린 겨울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빨리 올 것이오.

만약 보나파르트가 나를 플랑드르로 안 보낸다면, 나는 그의 약속대로 그에게 남아 있을 것이오. 그리고 특별한 돌발상황이 없다면, 당신은 한 달내로 내게 올 수 있을 것이오. 그대를 보고 싶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이 당신의 교육을 끝내는 것에 대해서 매우 걱정스럽소. 춤이나 음악 같은 것은 매우 중요하오. 나는 무슈 몽텔에게 몇 가지 레슨을 추천했소. 

내가 당신에게 너무 많이 충고했다고 생각하오. 그래서 이만하고 그대의 입술에 키스를 보내오. 

그대의 사랑 JB


이것이 무슨 날벼락같은 내용이랍니까? 그녀에게 즐거운 이야기를 해주던 자상하고 다정한 남편은 어디 가고 14살 차이를 실감하게 하는 편지라니요! " 청춘은 그림자처럼 지나가고, 고드름이 달린 겨울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빨리 올 것이오"라는 구절은 꼭 교과서에 나오는 구절같이 느껴질 정도라죠. 육아 문제도 그녀가 선택하라고 말만 하지 실제로는 명령이나 다름없잖아요. 또 엄마 아빠도 학교 다니라는 소리 안 하셨는데 (물론 그녀의 아빠는 학교에 넣어주셨지만 혁명이 일어나서 학교가 문을 닫은걸 어쩌겠냐고요.) 갑자기 교육 이야기라뇨!!


이 편지를 받은 그녀는 맘이 상해서 남편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이틀 후에 남편이 또 편지를 보냈답니다.


당신은 음악과 춤 그리고 다른 수업에 대한 진전에 대해서 어떤 것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구려. 내가 멀리 떨어져있고, 나는 내 어린 아내가 듣는 수업으로부터 혜택을 얻고 있다는 것을 알길 원하오. 아듀, 당신의 눈에 키스를 보내오, 그리고 오스카르에게도 내 키스를 똑같이 해주시오.

그대의 사랑 JB


이젠 수업이 어떻게 되는지 보고하라고까지 하네요. 남편이 멀리 떨어져서 전장에 갈 때마다 울고 집에 돌아오면 또 전장에 나갈 걱정 때문에 우는 그녀에게 계속 수업이야기나 하는 남편이 그녀는 너무나 야속했답니다. 아들도 아직 젖먹이인데 어린 아들을 두고 어떻게 다니겠어요? 아들이 갓 태어났을 때 어쩔 수 없이 떨어져있었던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픈데 말입니다.

그녀는 최근 남편이 프랑스에서 제일 예쁜 여자나 제일 지적인 여자를 만난다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그 때문에 남편이 자신에 대해서 달리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죠.


결국 그녀는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남편에게 편지로 써보냈답니다.

그랬더니..........


내 사랑 데지레, (이름부름..--;; 열 받음) 당신의 지난 편지에서 당신이 불평했던  프라리알 6일의 편지가 뭐가 그리 엄했는지 난 잘 모르겠소.(.. 꼬치꼬지 지적질에 심지어는 자기가 너무 많이 충고한다고 하기까지 해놓고) 난 그걸 생각한 적도 없고, 내 편지는 충실하고 진실된 사랑하는 이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는 것 이상도 아니오(-0-;장군이면 저걸 연애편지라고 우겨도 되는 거냐고요..) 나는 그대가 어린애처럼 굴지 말았으면 하오(.. 열네 살이나 어린 건 기억 안 나죠???) 대신 사랑스럽고 경우 바른 아내가 되길 원하오. 내가 말했던 모든 것들은 그대가 얻을 것이라 확신하오. 나는 그대가 그 수업들에 대해서 그렇게 하길 생각하오. 어쨌든 누군가의 25살 때까진 끝낼 수 없겠지만, 그건 천천히 얻어지고, 매우 지루하오. 하지만 조금의 고통과 결심을 가지면, 성공할 수 있소. 자주 편지 쓰고 그대의 사랑을 내게 말해주시오. 나는 당신을 부드럽게 안아주겠소

JB(삐져서 사랑하는도 안씀)


이 편지를 받은 그녀가 정확히 뭘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포기한쪽은 남편이었다고 합니다.


겨우 20살 정도 밖에 안된 아내가 얼마나 하고 싶은 것이 많겠습니까? 언니와 친구들과 함께 사교계 뒷담화도 해야 하고, 파티에 입고 나갈 옷도 골라야 하고 미용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사업체도 돌봐야 하고 말입니다. 그 시대 여자들이 사업체를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말입니다.


이 부부가 누구냐고요?

데지레라는 이름과 JB라는 단서로 알아차린 분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내는 결혼 전 "데지레 클라리"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여성이랍니다. 남편은 장 바티스트(JB) 베르나도트 장군이고요. 둘의 젖먹이 아들은 무려 나폴레옹이 이름을 지어줬다는 오스칼입니다.


 데지레 클라리,마담 베르나도트 (1807)
베르나도트 장군, 프랑스 혁명 전쟁 시기



... 그래서 둘이 누구냐고요? 아하하...

데지레 클라리의 언니인 쥘리 클라리는 나폴레옹의 형인 조제프 보나파르트와 결혼했답니다. 그리고 데지레 클라리는 나폴레옹과 약혼했었다고 알려져있고요. 하지만 나폴레옹이 데지레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조제핀과 결혼했죠. 이후 데지레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인물이었던 장 바티스트 베르나도트 장군과 결혼했습니다.

장 바티스트 베르나도트는 후에 스웨덴의 왕위 계승자로 "선출"됩니다. 귀족들이 그를 왕위 계승자로 의회에서 선출했죠. 이 베르나도트 장군은 스웨덴의 칼 14세 요한이 됩니다. 데지레 클라리는 스웨덴의 데시데리아 왕비가 되고요. 둘의 아들인 오스칼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스웨덴의 국왕이 됩니다. 

현 스웨덴 국왕은 이 칼 14세 요한과 데시데리아 왕비의 후손이랍니다.




더하기

이때 아내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했던 것이 실패했던 것을 교훈 삼았는지 몰라도, 둘의 아들이자 스웨덴의 국왕 오스카르 1세가 된 아들 오스카르는 음악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음악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고 그래서 작곡도 하고 살았다고 합니다.

(물론 아들은 아버지보다 연애편지를 잘 썼습니다.)


스웨덴의 오스카르 1세,슈틸러의 작품

그림출처

위키 미디어 커먼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