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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Jul 11. 2016

마누라는 싫지만 딸은 너무 좋아!-두번째

헤센의 대공 에른스트 루드비히와 작센-코부르크-고타의 빅토리아 멜리타

헤센의 대공 에른스트 루드비히는 20대의 나이로 헤센의 대공이 됩니다. 그의 아버지인 헤센의 루드비히 4세는 갑작스럽게 사망했고, 이때문에 그가 대공이 되었을땐 아직 미혼이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미혼의 왕족에게는 결혼해서 후계자를 얻어야하는 의무가 있었으며, 특히 한 나라의 군주인 경우 더했습니다. 역시 에른스트 루드비히 역시 헤센의 대공으로 서둘러 결혼해야 했습니다.


어린시절의 에른스트 루드비히


가족들에게 "에르니"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헤센 대공의 결혼에 지대한 관심을 보낸 사람은 바로 대공의 외할머니였습니다. 바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었습니다. 딸인 앨리스 대공비가 일찍 사망한뒤 외손주들인 헤센 대공가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신경썼었던 빅토리아 여왕은 이제 외손자의 결혼문제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그리고 여왕은 외손자의 신붓감을 찾아내게 됩니다. 바로 여왕의 친손녀였던 빅토리아 멜리타였습니다.


가족에게 '더키'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빅토리아 멜리타는 여왕의 둘째아들인 에든버러 공작 앨프러드의딸이었습니다. 앨프러드는 백부의 뒤를 이어 작센-코부르크-고타 공작이 되었지만, 주로 영국 해군으로 복무하고 있었습니다. 더키의 이름중 "멜리타"라는 이름은 해군이었던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이 주로 근무하면서 머물렀던 "몰타"섬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일 정도였습니다.


언니인 마리와 여동생인 알렉산드라와 함께 있는 더키 (가운데)


어쨌든 여왕은  외손자와 친손녀가 결혼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히게 됩니다. 여왕의 말은 후손들에게는 절대적이었는데다가, 이전의 혼담때문에 이 혼담은 여왕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됩니다. 사실 여왕은 손자였던 웨일즈의 조지 왕자(후에 조지 5세)가 손녀였던 에든버러의 마리(빅토리아 멜리타의 언니)와 결혼하길 바랬었습니다. 실제로 조지는 마리를 너무나 사랑해서 마리가 10대 중반이 되자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죠. 이 혼담에 대해서 아버지들은 찬성했지만 어머니들인 웨일즈 공비와 에든버러 공작부인은 결사반대합니다. 특히 영국 사교계에 대해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에든버러 공작부인은 딸이 영국으로 시집가는것을 원치 않았으며 서둘러 남편감을 찾았고 루마니아 왕위계승자에게 시집보내버리죠.


빅토리아 여왕은 역시나 조지와 마리의 혼담을 지지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것에 못마땅했었던듯합니다. 그리고 이번혼담은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죠. 여왕의 아들인 앨프러드 역시 어머니의 의견에 지지했다고 합니다. 에든버러 공작부인은 처음에는 이 혼담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공작부인의 어머니 역시 헤센 대공가문 출신이었으며, 또 딸은 독일쪽의 군주와 결혼하는 것이었기에 영국과 그다지 많이 엮일일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이 혼담에 대해서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과 둘째며느리인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 여대공 그리고 여왕의 막내딸인 베아트리스 공주


문제는 결혼 당사자들이었습니다. 결혼 당사자들은 사실 서로에게 대해서 특별한 마음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알고 지냈던 친척이었으며, 둘의 감정은 연애감정이 아니었죠. 하지만 결혼할 나이가 되었으며 주변의 어른들과 가족들이 둘을 자꾸 엮어주려고 했었기에 둘은 여기에 휩쓸리게 됩니다. 그리고 특히 헤센 대공에게 외할머니의 말은 절대적이었기에 결국 에른스트 루드비히는 빅토리아 멜리타에게 청혼했고 둘은 결혼합니다.


에르니와 더키의 결혼사진


결혼 뒤 둘은 서로가 너무나 맞지 않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더키는 좀 더 다정한 남자를 원했는데, 에르니는 더키가 원하는 그런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에르니는 헤센 대공으로 의무에 매우 충실했는데, 비록 왕족으로 성장했다지만 겨우 18살이었던 더키는 이런 의무를 힘들어했으며 이런 더키를 에르니는 이해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둘의 관계는 자꾸만 나빠지게 되었는데 에르니는 더키가 원하던 애정을 주지 않았고, 더키는 에르니가 원하던 의무를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결혼 다음해에는 둘의 딸인 엘리자베트가 태어나지만 아이가 태어났어도 둘 사이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딸이 태어나자 에르니는 가문에 흐르는 딸바보 특성이 나타나게 됩니다. 에르니의 외할아버지였던 앨버트공 역시 첫딸이 태어났을때 딸을 너무나 소중히 생각해서 여왕이 질투할 정도였다고 알려져있었는데 에르니 역시 이런 앨버트 공의 후손이었던 것입니다.

에르니는 딸을 너무나 사랑했고 딸에게 모든 관심을 집중하게 됩니다. 특히 엘리자베트는 자라면서 어머니인 더키와 너무나도 많이 닮았었는데, 아내에 대해서는 애정을 주지 않았던 에르니가 아내와 똑같이 생긴 딸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퍼붓는 모습은 더키에게는 좌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합니다.


딸 엘리자베트와 함께 있는 더키


이런 상황은 부부가 아이의 애정을 얻기 위해 경쟁하면서 더 복잡하게 됩니다. 하지만 딸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쏟아붓던 에르니에게 더키는 당해낼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딸의 애정 마저도 남편에게 뺏겼고, 남편은 자신에게 애정을 주지 않는 상황에 더키는 견딜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둘의 이런 불행한 생활을 지속시킨것은 오직 하나 바로 둘의 할머니였던 빅토리아 여왕이었습니다. 여왕은 둘의 불행에 중매하던 취미는 접었지만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증손녀 엘리자베트를 위해서 부모가 참고 살아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 이혼은 매우 치명적인 일이었으며 부모가 이혼했다는 것은 아이에게도 큰 멍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빅토리아 여왕과 그 후손들, 여왕에게 안겨있는 아이가 엘리자베트입니다.


결국 여왕이 죽은뒤, 더키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딸에게 잘있으라고 작별인사를 한뒤 짐을 싸서 떠나버리고 이혼을 요구하게 됩니다. 친척들 모두들 더키를 비난했는데 더키가 먼저 이혼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직 두사람만이 더키에게 호의적이었는데 바로 더키의 시누이였던 헤센의 빅토리아와 더키의 남편이었던 에르니였죠. 에르니는 둘이 이혼하므로써 서로가 행복해질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빅토리아는 둘이 이혼하는 편이 최선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에르니와 더키의 딸인 엘리자베트는 이혼한 부모 사이를 오가면서 육개월씩 살게 됩니다. 하지만 엘리자베트는 어머니와 죽을때까지 친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엘리자베트는 잘있으라고 키스하고 떠나버린 어머니의 행동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엘리자베트의 아버지인 에르니는 딸을 위해서는 뭐든지 다 해줄 사람이었기에, 이런 아버지를 떠난 어머니를 이해하기는 너무 어렸던 것입니다.


엄마와 함께 있는 엘리자베트


엘리자베트가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었습니다.

 엘리자베트가 어머니와 함께 지내기 위해 떠나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엘리자베트는 모습을 볼수 없었으며 에르니는 딸을 찾아 이리저리 다녔습니다. 그리고 숨어있는 딸을 발견하죠. 딸에게 왜 여기있냐고 물었을때 엘리자베트는 어머니에게 가기 싫다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에르니는 딸에게 엄마도 널 사랑하니까 엄마한테도 가야지 하는 식으로 이야기했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엘리자베트는 "엄마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아빠는 절 사랑하는걸 보여주시잖아요"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빠와 함께 있는 엘리자베트


어쩌면 엘리자베트가 자라서 결혼하고 오래도록 살았다면 어머니를 이해할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엘리자베트는 12살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사망합니다. 떨어져 있던 더키는 딸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었으며, 에르니는 자신의 전부였던 딸을 잃고 매우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헤센의 전통 복장은 입은 엘리자베트


더키와 에르니는 이혼후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났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물론 더키는 죽기직전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두번째 남편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에 화를 냈지만 말입니다.



더하기

에르니는 사랑하는 딸의 마지막 모습도 동화속 공주님의 모습처럼 남겨주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딸의 장례식때 백마 여섯마리가 영구차를 끌게 했으며 딸의 관은 꽃으로 뒤덮었습니다. 그리고 딸의 묘에는 아름다운 천사가 딸의 묘를 보호하는 모습의 조각상을 세우게 했었습니다.


엘리자베트의 장례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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