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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Sep 24. 2015

너랑 결혼 안해!....아니 할래!

잉글랜드의 정복왕 윌리엄과 아내인 플랑드르의 마틸다

현 영국 왕가의 선조라고 할수 있는 사람은 바로 정복왕이라고 불린 잉글랜드의 윌리엄 1세입니다. 윌리엄은 사실 이전에 통치하던 잉글랜드 왕가와는 혈연관계가 거의 없는 인물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는 단지 노르망디 공작이었을 뿐이었죠. 하지만 당시 복잡한 정치적 문제 때문에 잉글랜드 왕위계승권을 주장하면서 잉글랜드를 침공했고 내전에서 간신히 이겼던 당시 잉글랜드 국왕 해롤드를 무찌르므로써 잉글랜드 왕위를 쟁취했고 결국 그에게는 "정복왕"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죠.


윌리엄에게는 또다른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바로 "사생아"라는 수식어였죠. 윌리엄의 아버지는 노르망디 공작이었지만 그의 어머니는 공작과 정식으로 결혼한 여성이 아니었죠.  대부분은 그녀가 "무두장이"(대충 가죽공예하는 사람)의 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몇몇은 그녀가 노르망디 공작의 식솔이었던것으로 비춰봐서 귀족의 딸이라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정복왕 윌리엄, 17세기 그림


윌리엄의 아버지인 로베르는 아들을 적자로 인정해서 노르망디 공작의 상속자로 지목한 뒤 예루살렘으로 순례여행을 떠났습니다만 순례여행중 사망하죠. 이때 윌리엄은 아직 어렸으며 사생아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었기에 그가 노르망디 공작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윌리엄만큼이나 노르망디 공작령에 대한 상속권을 주장할수 있었던 인물들은 윌리엄의 숙부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숙부중 루앙의 대주교였던 숙부는 윌리엄을 공작으로 지지했으며 이런 상황은 결국 다른 숙부가 그의 계승에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소리 할수없게 만듭니다. 루앙의 대주교는 불안정한 조카의 지위를 위해 괜찮은 혼처를 찾았죠. 그리고 찾은 인물이 바로 플랑드르 백작의 딸이었던 마틸다였습니다. 


플랑드르 백작은 당시 프랑스 내 매우 중요한 영주중 한명이었습니다. 게다가 마틸다의 어머니는 바로 프랑스 공주로 노르망디 공작이 프랑스 국왕의 봉신인것을 생각하면 매우 도움이 되는 결혼이었죠. 이 혼담은 오래도록 진행되었고 우여곡절끝에 결혼에 이릅니다. 아마도 이런 상황은 재미난 전설을 남기게 되었을듯합니다.


플랑드르 백작가문의 문장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플랑드르 백작의 딸이었던 마틸다는 노르망디 공작인 윌리엄과의 혼담을 단칼에 거절했다고 합니다. 왜냐면 자신은 샤를마뉴의 후손이며 프랑스 국왕의 외손녀이기도 한데 노르망디 공작은 고작 사생아라는 이유에서였다고 합니다.

이 소리를 들은 윌리엄은 화가 나서 당장 마틸다를 찾아갔다고 합니다.  윌리엄에게 사생아라는 말은 매우 컴플렉스였었을듯합니다. 


이후 이야기는 두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윌리엄이 교회가는 길의 마틸다를 만났고 말을 타고 있던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양갈래머리를 잡아서 말에서 내동댕이 치고는 가버렸다는 것이죠.

다른 이야기는 비슷한데 윌리엄이 플랑드르 백작의 성으로 가서 방에 있던 마틸다의 양갈래머리를 잡아채서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자신을 모욕한 그녀를 때렸다고 합니다.

어쨌든 윌리엄이 마틸다를 만나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핵심이야기입니다.


이후 이야기는 동일한데 딸이 모욕당한것에 참을수 없었던 플랑드르 백작이 윌리엄과 싸움을 하려 했는데 갑자기 마틸다가 이번에는 자신은 죽어도 윌리엄과 결혼하겠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마틸다에 대한 후대의 상상화, 전설에 따른 그림 작은키에 양갈래머리


이런 우여곡절끝에 드디어 윌리엄과 마틸다는 결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었습니다. 교회에서는 윌리엄과 마틸다가 "근친"임을 들어서 결혼 허락을 거부하게 됩니다. 둘이 어떻게 근친이냐구요?  윌리엄의 할머니의 외할아버지와 마틸다의 어머니의 외할머니가 남매간이었거든요.


여기서 참깐 

사촌간 결혼은 기본이요 삼촌-조카간 결혼도 허용해주던 합스부르크가의 이야기와  이 마틸다와 윌리엄 이야기에 매우 괴리를 느끼실 분도 있을겁니다. 사실 원칙은 마틸다와 윌리엄네가 맞거든요. 그리고 중세시대는 그게 좀 잘 지켜졌구요. 하지만 이슬람과의 투쟁을 하던 왕가들에 대해서는 교황이 좀 너그러웠던 경향을 보입니다. 서쪽으로는 이베리아 반도 국가들이었고 동쪽으로는 헝가리쪽이었죠. 그리고 이 두 곳과 다 관련되는 왕가 바로 합스부르크 가문이랍니다.


사실 교회의 허락을 받지 못하면 결혼식을 올릴수도 없는데, 윌리엄의 숙부가 루앙의대주교였기에 아마도 그냥 일단 교황의 사면없이 결혼을 강행한듯합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허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부부는 수도원을 하나씩 지어서 교회에 헌납하기로 하고 사면을 받게 되죠. 


험난하게 결혼한 윌리엄과 마틸다는 행복했던 부부생활을 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마틸다는 남편인 윌리엄을 적극적으로 돕는 아내였는데 윌리엄이 잉글랜드로 떠날때 마틸다는 남편을 위해 자신의 개인재산을 털어서 "모라"라는 이름의 배를 남편에게 선물합니다. 그리고 이 배는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침공할때 윌리엄의 기함이 되죠. 

바이외 테피스트리에 나온 윌리엄의 선단


아마도 마틸다와 윌리엄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둘의 결혼 협상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과 더불어 마틸다가 당대 여성들에 비해서 매우 진취적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겁니다. 중세시대 여성들은 남성이었던 가부장에 거의 종속된 상태로 자신의 결혼이나 재산에 대해서 스스로 발언권을 가질 권리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설에서 마틸다는 자신의 결혼계획에 확고하게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이것은 그녀가 당대 여성들보다 훨씬 더 독립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윌리엄과 마틸다


뭐..

윌리엄은 양갈래머리 패티쉬가 있고 마틸다는 매저키스트였을수도 있지만요.


그림출처

위키 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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