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역사이야기 : 에드워드 7세와 "Sister Agnes"
영국-잉글랜드의 최고 훈장은 바로 가터 훈장입니다. 가터 훈장의 모토는 Honi soit qui mal y pense 입니다. 이것은 "사악한 생각을 하는 이는 부끄러워하라" 정도로 해석될수 있는 말입니다. 그리고 가터 훈장의 시작과 모토에 대한 이야기 하나가 전해져온다고 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훈장을 처음 시작한 에드워드 3세는 어느날 무도회에서 한 귀부인의 가터를 줍게됩니다. (가터라는 것은 스타킹을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하던 밴드 같은 것으로 주로 허벅지에 두르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사람들이 쑥덕대게 되는데 이에 에드워드 3세는 사람들에게 Honi soit qui mal y pense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후에 가터 훈장이 생겨났으며 이 말은 가터 훈장의 모토로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표현은 굉장히 함축적인 말이기에 종종 여러가지 상황에서 은유적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에드워드 7세는 평생 아내 외에 수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맺고 연애질을 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부들에게 매우 호의적이었으며 이때문에 종종 그의 정부들은 그에게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하려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에드워드 7세의 마지막 정부로 알려진 앨리스 캐펄 같은 경우에는 대중에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했었으며 국왕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해서 왕실에서 싫어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던 에드워드 7세 곁에 있던 여성은 앨리스 캐펄같은 여성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중에게 거의 알려져있지 않고 심지어는 그녀가 국왕 곁에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던 여성이 있었죠. 바로 아그네스 카이저라는 여성이었습니다.
아그네스 카이저는 부유한 집안의 출신으로 매우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빅토리아 시대에 당연하다고 여겨졌었던 "결혼"을 거부하고 스스로 독신으로 지내기로 결심한 여성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녀는 자신만의 직업을 갖기로 했는데 그녀가 선택한 직업은 간호사였습니다. 간호사는 당대에는 그리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다고 여겨졌었기에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도 간호사로 일할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당대 상류사회여성들은 사실 직업을 갖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하지만 이 귀부인들도 전쟁등의 큰일이 일어나면 간호사로 잠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했기에 직업을 갖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 귀부인들도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좀더 나은 생각을 할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아그네스가 이렇게 살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은 그녀가 돈이 아주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녀의 집안은 엄청나게 부유했으며 아그네스가 일을 하던 안하던 상류사회의 사교계에서 살아가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죠. 이렇게 살아가던 아그네스는 그녀가 46살이던때 57살의 에드워드 7세를 만나게 됩니다.
아그네스는 에드워드 7세가 만나온 다른 여성들과는 전혀 다른 여성이었습니다. 에드워드 7세는 유부녀와 만나왔지만 아그네스는 미혼이었죠. 또 다른 여성들은 사교계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아그네스는 사교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으며 오직 자신의 직업에만 몰두하는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똑똑하고 재치있는 여성을 좋아했던 에드워드 7세가 아그네스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아그네스 역시 에드워드 7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직업과 연결되는 상황이었죠. 아그네스는 보어 전쟁이 일어나자 자신의 집을 보어전쟁에서 다친 군인들을 위한 병원겸 요양시설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돈이 너무나 드는 일이었기에 에드워드 7세에게 부탁하죠. 그리고 에드워드 7세는 스스로 이 병원의 후원자가 되었으며 그의 친구들 역시 이 병원을 위해서 경제적인 도움을 주게 됩니다. 그리고 에드워드 7세는 이 병원을 전시에만 운영하지 말고 평화시에도 운영하도록 아그네스에게 말했으며 아그네스는 이 병원의 책임자로 계속 일하게 되죠.
아그네스는 에드워드 7세의 모든 것을 참을성있게 들어주는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녀는 국왕에게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음에도 대중에게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죠. 이런 모습에 왕실 가족들은 그녀를 매우 존경스럽게 봤다고 합니다. 또 남편의 정부들 대부분을 싫어했던 알렉산드라 왕비도 아그네스와도 그리 나쁘지 않게 지냈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7세가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이 나빠지게 되자 아그네스는 적극적으로 에드워드 7세의 곁에서 그의 건강을 관리하기 시작했으며 그가 죽을때까지 곁에 있었습니다.
이때문에 에드워드 7세와 그의 정부들에 대한 책을 쓴 저자는 건강이 나빠져가는 국왕 곁에서 간호사 복장으로 있는 "아그네스 자매Sister Agnes"에 많은 이들이 Honi soit qui mal y pense을 떠올렸을 것이라 언급합니다.
그림출처
위키 미디어 커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