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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Sep 18. 2015

빅토리아 여왕의 삐짐

버티(에드워드 7세)는 어떻게 해군 원수가 될 수 있었는가?


해군 제복을 입은 에드워드 7세 



빅토리아 여왕의 장남이자 후계자이자 가족들에게는 버티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웨일즈 공 앨버트 에드워드(후에 에드워드 7세)는 웨일즈공 시절 어머니에게 늘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여왕은 사랑했던 남편 앨버트의 죽음이 과로가 아닌 아들 버티의 잘못이라고 여겼으며 이에 웨일즈 공이 공적인 생활을 하는데 훼방을 놓았죠. 덕분에 버티는 취향이기도 한 화려한 나이트라이프를 즐겼고, 여왕은 다시 이를 못마땅해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그래도 버티는 이런 어머니 밑에서 잘 참고 살았습니다. 물론 다른 수도 없었는데, 가족들 중 누구도 여왕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빅토리아 여왕, 1887년 골든 주빌리 기념 사진


1880년대 말 웨일즈공은 영국의 해군 원수(Admiral of the Fleet)가 됩니다. 하지만 이 일은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는데 그 중심에는 아들에게 여전히 삐져있던 빅토리아 여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여왕은 아들에게 해군 원수의 지위를 부여하게 되죠.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1889년 빅토리아 여왕의 외손녀인 헤센의 빅토리아와 결혼했던 바텐베르크의 루드비히(루이스)는 친한 영국 장교에게 자신이 웨일즈공이 해군 원수가 되는 일에  어떻게 관계되었는지 이야기합니다. 

루이스는 어린 시절부터 영국 해군으로 복무했고 처의 외삼촌인 웨일즈공과는 결혼하기 전부터 친한  사이기도했었습니다. 그는 웨일즈공이 좋아하는 장교중 하나로 웨일즈공의 집이었던 말보러 하우스에 정기적으로 머물던 그의 방이 있을 정도였죠.  그리고 잘생긴 외모 때문에 빅토리아 여왕이 늘 "어머니와 같은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었고, 후에 딸과 다름없던 외손녀와 결혼해서 진짜 아들과 비슷한 지위가 되는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헤센의 빅토리아는 빅토리아 여왕이 가장 사랑한 외손녀였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 해군과 결혼한 빅토리아는 영국과 독일을 오가면서 살았고, 영국에 있을 때는 자주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야 했죠. 여왕은 빅토리아에게 "아버지를 잘 돌봐라"라고 이야기하곤 했지만, 영국에 있을 때면 외손녀가 자신 곁에 있긴 바랬습니다. 이 때문에 일 년 중 반은 바다에서 지냈고 나머지 반은 영국에서 지냈던 루이스 역시 아내와 함께 윈저성에서 여왕과 함께 자주 머물렀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내와 함께 윈저성에 머물고 있던 루이스는  여왕과 다른 가족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다가 여왕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소릴 들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버티를 해군 원수로 임명하라고 하는구나. 하지만 나는 이를 허락하지 않을 거다."

여왕의 불같은 성정을 잘 알고 있었으며 또한 (여왕의 외손녀 사위이자 영국 해군으로 여왕의 신하인) 자신의 지위를 잘 알고 있었던 루이스는 식사 내내 여왕의 말을 듣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 아내와 단둘이 있으면서 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는 해군 장교로 웨일즈공이 해군 원수의 지위에 오르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하죠. 현모양처였던 루이스의 아내 빅토리아는 루드비히의 의도를 이해했고, 외삼촌이 해군 원수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이해합니다.


헤센의 빅토리아, 바텐베르크 공비, 개인적으로는 "현모양처"의 표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식때)



이런 일이 있은 며칠 후, 헤센의 빅토리아는 외할머니인 여왕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그 지난 아침에 버티 외삼촌에 대해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나요?" 

그러자 여왕은 다음과 같이 말하죠. 

"아주 오래전 내가 갓 결혼했을 때 나는 사람들에게 내 남편에게 해군 원수직을 주자고 했지만 그들은 그걸 거절했었단다." 

다시 말해서 여왕은 사랑하는 남편이 받지 못했던 지위를 못마땅한 아들에게 주자는 것에 삐진것이었죠.




그 후에 루이스는 여왕에게 엉클 버티가 해군 원수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합니다. 여왕은 루이스의 설명을 듣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며칠 후 버티에게 해군 원수직을 수여해줬다고 합니다.




바텐베르크의 루이스, 1대밀포드헤이븐 후작 루이스 마운트배튼, 필립 드 라즐로 작품

그림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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